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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평범함을 지킨다는 것 - <보통사람> 손현주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숨바꼭질>(2013), <악의 연대기>(2015), <더 폰>(2015)까지 연이어 액션, 스릴러 영화에 출연하며 차갑고 어두운 곳에서 운신했던 손현주는 <보통사람>에서 오랜만에 조금은 풀어져도 좋은 소시민의 모습을 슬쩍 꺼내 보여준다. 그의 희극적 면모는 이내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이의 사투로 이어지며 서사에 깊은 굴곡을 만들어낸다. 1980년대, 오직 나라와 가족을 위해 살았던 형사 성진이 된 손현주는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보통사람은 또 누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안고 <보통사람>에 뛰어들었다. “주향은 백리, 화향은 천리, 인향은 만리라고 하지 않나. 김봉한 감독과 함께 ‘사람’의 얘기를 담고자 했다.” 손현주는 이 작품이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고 진한 향으로 남길 희망했다.

-그간 드라마를 통해 서민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그러다 스릴러의 주인공이 되었고 다시 <보통사람>을 통해 1980년대를 대변하는 ‘보통’사람이 되었다.

=부인하지 않겠다. 내 얼굴이 그렇다는 걸. 우스갯소리로 그랬다. 우리 영화에서 장혁씨 빼고는 다 (얼굴이) 2등이라고. (웃음) 예전 공식으로 따지면 배우라 하면 잘생기고 멋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 김상호씨가 폼을 잡겠나, 정만식씨가 폼을 잡겠나, 누가 폼을 잡겠나. (웃음) 그저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향, 자신만의 연기를 충실히 선보인다. <보통사람>은 그렇게 안주하지 않는 배우들이 모여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다. 영화 제목이 애초 <공작>에서 <보통사람>으로 바뀌었는데, 제목도 잘 바꾼 것 같다.

-<보통사람> 출연을 결정한 뒤 크랭크인하기까지 3년 가까이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투자가 쉬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 영화를 끝까지 붙들고 있었다.

=초고를 의미 있게 봤다. 그런데 투자받기가 힘들었다더라. 사실 우리 배우들은 세세한 사정은 잘 모른다. 나중에야 투자받기 힘들었구나 하고 들어서 알지. 그런데 문화는 문화다. 문화를 왜 문화로 못 받아주는 거지? <보통사람>은 1980년대를 살았던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2017년의 문화인 거다. 물론 이 영화가 80년대를 대변한다고는 말씀 못 드린다. 그 시절의 단편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나는 1984년에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 1학년이었는데 그때 과에 정극팀, 뮤지컬팀, 해방극팀이 있었다. 때에 따라선 연극영화과 해방극팀이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나 역시 그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고. 나라에선 3S 정책(스포츠, 스크린, 섹스)을 장려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정치에서 다른 것으로 돌리려 했지만 그럼에도 교정에선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수시로 투쟁을 했다. <보통사람>이 담고 있는 80년대가 단편적인 모습일 수 있지만, 평범한 것이 행복인 줄 알고 그 평범한 행복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한 아버지의 모습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뭐가 다를 게 있을까 싶더라. 지금 시대에도 의미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성진은 국가에 충성하는 형사이자 말 못하는 아내와 다리 아픈 아들을 둔 가장이다. 좋은 가장이 되고자 하는 성진의 욕심이 결국 그의 삶을 불행으로 몰아넣는데, 형사가 아닌 가장으로서의 성진은 어떤 인물로 구축하려했나.

=가족에 대해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위한 일에 이유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성진은 스트레스가 컸을 거다. 말 못하는 아내가 가계에 보탬이 될까 싶어 집에서 봉투를 붙이고 앉아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들이 친구들한테 놀림받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유혹이 왔을 때 현실과 타협한다. 그리고 자기 합리화를 한다. 아들의 다리를 고칠 수 있고 지지리 고생하는 아내한테 양옥집을 선물할 수 있을 거라고. 강성진은 결국 가족으로 시작해서 가족으로 끝나는 인물이다.

-성진의 자기 합리화의 과정엔 쉽게 공감이 되던가.

=자기 합리화를 할 수밖에 없었던,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는 성진을 연기하면서 안타깝고 먹먹했다. 가슴이 많이 아팠다. 인터뷰를 할 때도 그때 생각만 하면 도중에 자꾸 먹먹해져서 울먹울먹하게 된다. 고문실에서 거꾸로 매달려 맞을 때도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파 현장에서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난다. 작품과 인물에 많이 동화돼서 촬영했던 것 같다. 커다란 사건이 내 몸에 쑥 들어왔다고 느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차기작 계획은.

=영화보다는 드라마쪽으로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 계약을 안해서 기사에 나가면 안 된다더라. (웃음) 아무튼 3년 넘게 영화만 했으니 이제 시청자들도 만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순리에 맞게 흘러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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