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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人] <여교사> 김은숙 의상감독
이예지 사진 백종헌 2017-01-19

가지지 못한 이의 욕망과 파국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여교사>는 무엇보다 인물이 중요한 영화였다. 무미건조하지만 때때로 희망이 찾아드는 효주(김하늘)의 서늘한 얼굴만큼 그녀의 의상은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김은숙 의상감독은 효주를 “교사에 대해 사회규범이 요구하는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효주라면 “계약직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갖춰입고, 자기가 차릴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차릴 인물”이라고 생각했기에 블라우스에 정장 바지를 받쳐입는 단정하고 포멀한 컨셉을 잡았다. 그는 직업만큼이나 내면에도 주목했다. “효주는 규범에 억눌려 있는 인물이다.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도, 무신경한 남자친구에게도 하고픈 말은 눌러 참는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계약직이기도 하다. 그를 표현하기 위해 블랙과 그레이, 화이트의 뉴트럴 계열 모노톤을 컨셉으로 잡았고 디자인도 미니멀하게 갔다.”

그가 디자인이나 색조보다 우선한 것은 배우에게 맞는 ‘핏’을 찾는 것이었다. “너무 스타일리시해 보여도, 너무 없어 보여도 안 되는 캐릭터”이었기에 “스타일보다는 핏을 중심으로” 옷을 골랐고 기성품은 어깨선, 품, 소매 등을 체형에 맞춰 수선했다. 그가 무엇보다 사이즈와 핏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배우가 자기 옷을 입은 것처럼 편한 상태에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조>에서도 그의 장기는 십분 발휘됐다. “액션이 많은 작품이니까 배우와 무술팀이 액팅하기에 편한 의상과 신발들을 제작했다. 배우가 피팅했을 때 ‘앉아보세요’, ‘다리를 차보세요’라며 편안한지 체크했고, 보호 장비를 착용해도 불편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의 세심한 배려로 림철령(현빈)의 정장은 사이즈별로 5벌씩, 여벌까지 총 10벌이 준비됐고, 신발은 뛰기 편하도록 구두가 아닌 워커를 제안해 쿠션감 있는 고무창으로 제작했다.

<댄싱퀸>에서는 주연배우 엄정화에게 “영화 의상팀이 이렇게까지 해주는지 몰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그는 “캐릭터가 고민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배우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는” 의상감독이다. 광고계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로 일을 시작해 걸그룹 스타일리스트, 드라마 의상팀 등으로 일했던 경력은 맞춤옷을 만들어내는 능력의 자양분이 됐다. 차기작으로는 일제강점기 ‘자전거 왕’이었던 실존 인물 ‘엄복동’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프리 프로덕션을 준비 중이다. “아무리 좋은 걸 걸쳐도 연기하는 데 지장이 있으면 안 좋은 의상”이라는 신념을 가진 그는 앞으로도 배역과 배우에게 꼭 맞는 맞춤옷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줄자는 필수

“의상의 생명은 사이즈다! 의상팀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나는 항상 줄자를 가지고 다니면서 옷의 사이즈를 재고, 체형에 맞게 나왔는지 체크한다. 한국은 브랜드별로 사이즈가 조금씩 달라서 사이즈 체크는 필수다. 내 의상팀을 거친 스탭들이라면 자기도 모르게 줄자를 갖고 다닐 거다. (웃음)”

2016 <공조> 의상 2015 <여교사> 의상 2015 <히말라야> 의상 2013 <한공주> 의상 2013 <스파이> 의상 2012 <댄싱퀸> 의상 2011 <적과의 동침> 의상 2009 <킹콩을 들다> 의상 2007 <더 게임> 의상 2007 <마을금고 연쇄 습격사건> 의상 2006 <방과후 옥상> 의상팀장 2005 <그때 그사람들> 분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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