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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연대를 통해 살아갈 용기를 얻다 - <꿈의 제인> 조현훈 감독
김성훈 사진 류영주 2016-10-24

부산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상, 올해의 배우상 구교환·이민지

“배우들의 연기가 연출자에게 많은 힘이 되어준 까닭에 배우상을 내심 받고 싶었다. 그런데 올해의 배우상 남녀부문(구교환, 이민지)뿐만 아니라 CGV아트하우스상까지 받을 줄 몰랐다. 영광이다.”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이 하나같이 “<꿈의 제인>은 어땠냐?”는 말로 안부 인사를 대신할 만큼 화제작이었다.

<꿈의 제인>의 제인(구교환)은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들에게 마리아 같은 존재다. 가출 청소년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다 재워주고, 먹여주는 헌신적인 존재다. 갈 곳 없는 소현(이민지) 또한 제인의 보살핌을 받는 가출팸 중 한명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제인의 집에서 지냈을 때가 소현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제인의 몸이 안 좋아지면서 소현을 포함한 가출팸들은 더이상 제인의 집에서 지낼 수 없게 된다.

제인은 트랜스젠더이고, 소현은 가출 청소년이다. 나이도, 사연도 다르지만 둘은 자신이 원치 않은 삶을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소수자다. 조현훈 감독은 평소 제인이나 소현 같은 “소수자 문제와 그들의 삶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 단편 <Metamorphosis>(2008), <서울집>(2013)을 연출해 여러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하지만 “20대 동안 영화를 공부해오면서 개인적인 소재만으로는 장편영화를 찍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지속적으로 관심과 애정을 가질 만한 무언가를 찾던 중 가출팸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가 가까이서 본 가출팸들의 삶은 처참했다. 아주 드물지만, 한 가정의 가장처럼 가출 청소년을 거두어 먹이고 재워주는 ‘아빠’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됐다. 또 “더이상 세상을 살아갈 수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그들을 지켜보면서 “삶은 불평등하고 불안전하다”고 생각한 동시에 “그런 현실에서 우리가 연대하지 않으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가출팸들이 겪는 고통을 단순히 전시하기보다는 사회의 약자인 가출 청소년(소현)과 트랜스젠더(제인)가 연대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 이야기를 써내려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꿈의 제인>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나란히 배치돼 전개된다. 소현이 제인을 만나 대안 가족을 형성해 지내는 따뜻한 이야기가 영화의 전반부라면, 제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소현이 다른 가출팸에 들어가 어떤 일을 겪게 되는 차가운 이야기가 후반부다. 가족처럼 자신을 돌봐준 오빠 정호와 함께 여관에서 지낸 장면, 소현이 제인을 처음 만났던 순간 등 과거가 인서트컷으로 불쑥 끼어들기도 한다. 병렬식 구조로 배치된 두 이야기가 대비되면서 제인에게서 받은 사랑과 소중함이 더욱 부각된다. 조현훈 감독 역시 관객이 두 이야기를 자유롭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고 한다. “물론 영화를 찍을 때 전반부와 후반부가 명확하게 구분되도록 신경 썼다. 전반부와 후반부를 대비시켜 소현이 정말 바라는 삶과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억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니까. 다만, 관객이 두 이야기 중에서 어떤 부분을 더 보고 싶어 하는지, 아니면 잊고 싶어 하는지 알아서 판단할 수 있도록 연출하는 게 중요했다.”

“태어나자마자 불행이 시작돼 아주 간간이 행복이 찾아오는, 시시한 인생을 살고 있는” 소현과 제인에게 온기를 불어넣는 건 이민지와 구교환이다. 이민지는 “<짐승의 끝>(감독 조성희, 2010), <애드벌룬>(감독 이우정, 2011) 같은 영화에서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 섬세함”으로 소현의 복잡다단한 마음을 안정적으로 표현해낸다. 눈에 보이는 것만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 앞에서 용기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속내를 감춘 채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 말이다. 조현훈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남에게 많이 의지하는 소현의 외로운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우리의 사랑>(감독 모리스 피알라, 1983)을 참고했다고 한다. “<우리의 사랑>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네게 없었던 건 세상에서도 없었던 것이다. 네가 사랑하지 못했던 건 세상에서 사랑받지 못했던 것이다. 네가 사랑하지 못했던 건 너와 다른 세상에서 살던 것이다’라는 대사가 있다. 그 대사에 영감을 받아 소현 대사에 인용 했다.”

붉은색 립스틱을 입술에 바르고, 눈화장을 짙게 하며, 검은색 미니 스커트를 입어 ‘여자’가 된 구교환 또한 쉽게 잊히지 않는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영화 속 제인보다 훨씬 더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는, 예민한 여자로 묘사됐다고 한다. 그런데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가진 구교환이 따뜻하고 연민이 가는 모습을 추가해 원래보다 훨씬 깊은 감정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게 조현훈 감독의 귀띔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조현훈 감독은 장편영화를 찍기 위해 <꿈의 제인> 시나리오부터 썼다.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지원사업에서 제작지원금을 받고, 자비를 털어 이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 “앞으로 스스로에게 결코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많이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꿈의 제인>에서 보여준 탁월한 재능이라면 그 말에 기대를 걸어도 될 것 같다.

<꿈의 제인>은 어떤 영화

소현은 가족처럼 자신을 돌봐주던 오빠 정호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혼자가 됐다. 우연히 정호의 애인인 트랜스젠더 제인을 만나고, 제인이 ‘엄마’로 있는 가출팸에 들어간다. 아주 잠깐이지만 제인의 가출팸에서 소중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제인의 몸이 안 좋아지면서 소현과 아이들은 더이상 제인의 집에서 살 수 없게 된다. 길거리로 나와 다른 가출팸에 들어간 소현은 그곳에서 만만치 않은 삶을 살게 된다. 항상 제인과 제인의 집에서 보낸 시간을 그리워하는 소현은 다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야기의 대비를 이끈 촬영

이 작품은 크게 두 이야기가 대비되는 구조다. <경주> <춘몽>을 촬영한 조영직 촬영감독의 촬영도 각각의 이야기에 맞게 설계됐다. 조영직 촬영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소현이 제인의 가출팸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전반부는 “카메라가 고정”된 채 찍었고, “채도가 높은 옐로 계열의 빛이 주로 투입”됐다. 제인이 춤추는 장면에서 “미러볼과 크리스털볼의 몽환적인 불빛을 사용”했다. 소현이 ‘병욱팸’의 공간에 들어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이는 후반부는 “핸드헬드”로 촬영했고, “채도가 낮은 형광등 계열의 사이언 조명이 사용”됐다. 촬영을 유심히 보면 이야기의 대비가 한눈에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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