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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영화 <아가씨> 마이너 갤러리’ 팬덤 통해 본 영화 팬문화와 2차 창작의 세계
김성훈 2016-08-24

Ⓒ지과자 작가(인스타그램 @gwaja.j)

‘영화 <아가씨> 마이너 갤러리’(이하 아갤)이라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두달 전이었다. 세상에서 영화 <아가씨>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한다. 영화를 만든 사람보다 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게 가능하긴 한 일인가. 그런데 이 곳을 둘러본 박찬욱감독도, 용필름 임승용대표도, 윤석찬PD도 이들의 유별난<아가씨> 사랑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기자도 인정, 항복.

다음 장부터 ‘아갤 2개월 눈팅기’를 전한다. 크로아티아에 출장을 간 박찬욱 감독을 겨우 졸라 진행한 짧은 인터뷰도 실었다. 아갤을 처음 기웃거리는 갤러들을 위한 은어 사전도 전한다(이것만 숙지하면 프로 아갤러 행세는 문제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가씨> 확장판 극장 상영을 추진하고 있는 대관총대, 대관동무1,2,3등 4명의 아갤러와의 인터뷰도 덧붙였다.

“‘아갤’이라고 들어봤어요?” 두달 전, 사석에서 만난 <아가씨>의 윤석찬 프로듀서가 물어왔다. <아가씨>가 개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아갤? 새로운 맛집인가. 무슨 약자 같기도 하고. 암호 같은 이 말이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윤 PD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내 얼굴 앞으로 내밀어 보였다. ‘영화 <아가씨> 마이너 갤러리’(이하 아갤). <아가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디시인사이드라는 게시판형 커뮤니티 사이트 안에 만든 커뮤니티였다. 그곳에서 팬들은 <아가씨>를 반복 관람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아갤은 <아가씨> 팬클럽이고, 이곳에서 활동하는 팬들은 아갤러(<아가씨> 갤러의 줄임말)인 셈이다. 윤석찬 PD는 그곳에 가보라고 꼬드겼다. “신세계가 따로 없어요. 정말 재미있거든요.”

103차 관람 인증숏이 올라오는 곳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친구만 볼 수 있게 설정해 아는 사람들하고만 소통을 즐기는 폐쇄형 SNS 유저로서, 불특정 다수와 생각을 주고 받는 디시인사이드는 다소 낯설었다. 그럼에도 한번 들으면 쉽게 잊기 힘든 이름(아갤이라니)에 홀려 아이디는 만들지 않고, 눈팅만 하기로 했다. 인터넷 주소창에 아갤 주소를 입력하니 커뮤니티 대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박찬욱 감독,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다섯 사람의 얼굴을 파워레인저의 쫄쫄이 의상과 합성한 사진이었다. 쫄쫄이 의상을 입은 깐느박이라…모르긴 몰라도 여기는 점잔을 살짝 빼야 즐길 수 있는 곳인가 보다. 그럼에도 박찬욱 감독을 ‘우리욱이’나 ‘욱이욱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분위기가 도저히 적응하기 어려워 인터넷 창을 그만 닫고 말았다(아직도 우리욱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박찬욱 감독님 얼굴이 떠오른다. 죄송). 아, 어지러워.

아갤은 갤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닥치고 눈팅 3개월’을 권하고 있지만(보통 갤러들은 눈팅 3시간이면 충분하다면서), 기자는 적응력이 뛰어나서인지 2개월 만에 아갤을 파악했다(고 믿고 싶다). 아갤 게시판에는 매번 다양한 성격의 게시물들이 올라온다. IPTV 서비스가 시작된 요즘에는 드물지만, 지난 7월까지만 해도 N차를 찍었다고 포토티켓 인증숏을 올리는 갤러들이 꽤 많았다. N차가 반복이라는 뜻임을 알아차리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가씨>를 10번 봤다면 10차, 8번 봤다면 8차라는 얘기다. 이들은 <아가씨>라는 영화 자체를 몰두하는 걸 즐기는 부류다. 감독의 숨은 의도를 발견해 갤러들과 공유하고, 영화를 보면서 생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다시 극장을 찾는다. 기자나 평론가들은 큰 의미를 두지 않은 장면도 이들에게는 나노(10억분의 1을 뜻하는 단위로, 원자나 분자 단위를 다룰 때 쓰인다) 단위의 해부 대상이다. 영화를 많이 본 누군가가 해석을 해주면 그걸 본 사람들이 너도나도 다시 극장에 가서 확인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참 부지런하다.

이 기사를 쓰는 동안, 아이디가 MINISI인 갤러는 “103차를 찍었다”며 포토티켓 100장의 인증숏을 올려 모든 갤러들을 경악게 했다. “네 정체가 뭐냐”면서 말이다. MINISI는 앞으로 3차 더 찍어서 106차를 달성할 거란다. 106을 거꾸로 하면 <아가씨>의 개봉일이라나. 어쨌거나 특정 장면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감독의 의도와 일치하기라도 하면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아갤러들이 <아가씨>를 반복 관람하는 건 박찬욱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관련 있다. 매신 화면을 꽉 채운 미장센과 다중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사 그리고 서사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연기는 한번의 관람으로는 완전히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아갤러들은 “배운 변태 우리욱이”가 만든 탐미주의에 홀려 <아가씨>를 보고 또 보고 있다.

영화를 반복 관람하며 열광하는 팬덤은 아갤이 처음은 아니다. 충무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였던 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형사 Duelist>(2005) 또한 이미지가 서사를 해석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 작품이었다. 어떤 팬들은 영화를 무려 60회 이상, 80회 이상 관람했을 만큼 <형사 Duelist>에 중독됐다. <형사 Duelist>의 팬카페인 ‘형사중독’은 코엑스 메가박스 1관을 대관해 영화 개봉 1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상영회를 열었고, 또 다른 <형사 Duelist> 팬카페인 ‘형사 카페’는 지난해 9월12일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10주년 특별 상영회를 가지기도 할 만큼 높은 충성도를 보여준 바 있다.

게시물과 댓글을 다는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갤 활동을 하는 갤러들도 있다. 이들은 발간 계획이 없던 <아가씨> 시나리오를 책으로 내달라고 제작사에 요청했다. 팬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지난 8월15일 <아가씨 각본>(그책 펴냄)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는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으니 O.S.T 같은 영화 관련 굿즈를 많이 만들어달라”고 큰소리쳤다. 그러면서 “좋은 영화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제작사인 모호필름과 용필름에 조공(팬들이 돈을 모아 간식거리를 사서 그 대상에게 보내는 활동)도 보냈다. 지금은 <아가씨> 시나리오를 쓴 정서경 작가에게 조공을 보내는 일을 꾸미고 있는 모양이다. 또, 어떤 아갤러들은 제작사와 투자사를 대신해 불법 저작권 유통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극장에서 <아가씨>를 보다가 스마트폰으로 불법 촬영하고 있는 관객을 발견하고 촬영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아갤은 아예 저작권 신고 링크창을 임시공지로 게시판 가장 윗자리에 올려놓고, 불법 다운로드 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이같은 팬덤 활동은 아이돌 팬클럽의 그것과 무척 흡사해 보인다. 아이돌 팬클럽 역시 우리 오빠가 몸이 허약하다는 얘기라도 들으면 돈을 모아 보약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고, 오빠 생일 날에는 오빠가 가지고 싶어 하는 선물을 보내주기도 하며, 오빠가 만든 음악이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에 돌아다니기라도 하면 기획사를 대신해 저작권 신고 센터에 신고한다. 팬덤의 대상이 영화(<아가씨>)인 가, 아니면 아이돌 그룹인가 정도만 다를 뿐, 아갤이나 아이돌 팬클럽이나 활동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건 아갤러들이 아이돌 팬클럽 문화를 경험하며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다. 아갤 대관동무2는 “나를 포함해 많은 아갤러들이 아이돌 팬클럽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며 “그때 접했던 팬덤 활동을 <아가씨>라는 영화에 접목시키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insta@raehyeoni

팬픽과 팬아트의 세계

아갤러들은 영화를 반복 관람하고, 영화와 관련된 굿즈를 열성적으로 구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아가씨> 팬아트(그림, 웹툰, 만화)나 팬픽 같은 2차 창작물을 만들어 내놓기도 한다. 영화 속 캐릭터를 단순히 소비하기보다 원하는 컨셉으로 직접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반영된 창작 활동이다. 어린 히데코와 성인 숙희, 마치 만화 <슬램덩크>에서 볼 법한 드로잉으로 그린 히데코, 숙희, 백작, 코우즈키 등 팬아트들은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완성도가 높다. ‘망상’이라는 머리글로 시작되는 팬픽이나 재기 넘치는 팬웹툰은 올라올 때마다 댓글이 무수히 달릴 정도로 몰입력이 있다. 물론 팬들이 영화와 관련된 2차 창작물을 만들어내놓는 건 과거 한국영화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다. <좋은 놈, 나쁜놈, 이상한 놈>(2008)의 메이저 커플인 ‘도(원)-창(이)’ 커플이나 <왕의 남자>(2005)의 감우성-이준기 커플과 관련된 팬아트들은 당시 동인녀들에게 큰 영감을 준 커플 놀이였고, <장화, 홍련>(2003)의 근(영)- 수(정) 커플은 백합물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캐롤>(2015)의 캐롤-테레즈 커플이나 <아가씨>의 수키데코(숙희와 히데코) 커플 역시 이 계보도에 놓을 만하다.

그런데 아갤은 수키데코 커플을 앞에서 언급했던, 과거의 커플 놀이와 같은 계보도에 놓기를 조심스러워한다. 일단 최근의 팬아트 문화가 과거와 달라졌다. 잘 그린 그림이나 잘 쓴 팬픽만이 팬아트로 인정받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팬덤 대상의 핵심을 잘 표현한, 웃긴 그림이나 글도 갤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수키데코가 백합물 팬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커플인지는 몰라도, 비주얼이 최우선이었던 과거의 커플 놀이와 달리 아갤은 수키데코나 백작과 코우즈키뿐만 아니라 이모, 사사키 부인, 준코 같은 조연이나 단역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팬아트도 많다. 한 아갤러는 “단순히 빼어난 외모만 가지고 2차 창작물을 생산하기보다 조•단역 캐릭터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팬아트가 많다는 게 과거의 팬아트와의 차이”라면서 “아갤의 팬아트는 팬덤의 속성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리뷰 역할도 있다. 외 모를 예쁘게 그리는 데서 나아가 이야기나 캐릭터의 속성을 최대한 살리는 팬아트가 인기가 많은 이유”라고 말했다. 기자나 평론가들이 영화를 보고 리뷰를 내놓듯이 이들 또한 자신의 감상을 팬픽이나 팬아트로 표현한다는 얘기다.

Ⓒ정그림 작가(Instar: drw_lovely)

무엇보다 아갤의 팬덤 현상은 여성이 연대해 고난을 극복하는 영웅물에 대한 갈증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의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같은 여성 혐오 분위기가 팽배하고, 그로 인해 페미니즘 이슈가 촉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가씨>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는 아갤러들이 많다고 한다. 대관동무3는 “그간 여성이 주인공이 한국영화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가씨>처럼 두 여성주인공이 계급과 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를 찾는, 통쾌한 영화가 없었다. 여성들 사이에서 여성이 연대하는 콘텐츠에 대한 갈망이 큰 상황에서 <아가씨>가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아갤 팬덤은 어느 하나의 요소 때문에 생긴 현상이 아니다. 여성이 연대하는 영웅물에 대한 갈증, 반복해서 볼 수밖에 없는 박찬욱 감독의 연출 스타일, 2차 창작물과 아이돌 팬클럽 문화에 익숙한 여성 관객 등 여러 요소들이 맞물려 나온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

Ⓒ보름 작가(twitter: @bormthemoon_)

개봉한 지 2달 넘게 지나고 있는데도 아갤은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지난 8월17일 IPTV에서 공개된 <아가씨> 확장판 때문에 갤러들의 N차 관람에 다시 불이 붙었다. 극장판이 개봉했을 때처럼 갤러들은 확장판을 보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묻고 답하고 있다. <아가씨 각본> 소감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아가씨>가 촬영에도 들어가기 전 박찬욱 감독,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배우가 표지로 함께했던 <씨네21> 창간 20주년 1000호, 그리고 개봉 즈음에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이 함께했던 <씨네21> 1056호 재발간도 진행할 정도로 열심이다. 현생에선 아갤이 ‘듣도, 보도’ 못한 커뮤니티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곳은 이미 거대한 <아가씨>의 팬 세계다. 현재 아갤러들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건 <아가씨> 확장판의 극장 상영이다. 재개봉이든, 단관상영이든, 특별 상영이든 상영 방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그들의 열정과 팬심이라면 아주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어그로(인터넷 게시판에 주제에 맞지 않은 글이나 악의적인 글을 올리는 사람)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이 서로 칭찬해주고 어깨동무하는 갤 분위기라면 무슨 일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 나도 눈팅을 끝내고 아이디를 만들었다. 아이디는 비밀.

Ⓒㄴㅇㅇㅅ 작가(twitter: @neys0125)

15.06.15 <아가씨> 크랭크인.

15.10.31 <아가씨> 크랭크업.

16.05.14 <아가씨> 칸국제영화제 상영. 아벤져스 (박찬욱 감독, 하정우, 김민희, 조진웅, 김태리를 한데 일컫는 말)의 시작.

16.06.01 <아가씨> 국내 개봉, N차의 시작.

16.06.04 <아가씨> 100만 관객 돌파.

16.06.06 <아가씨> 200만 관객 돌파.

16.06.07 아가씨갤 생성.

16.06.10 빛반 VS 금박 논란 시작(3부에서 히데코 (김민희)가 딸기를 먹으려다가 치아가 반짝거리는 장면을 두고 갤러들 사이에서 ‘딸기에 있던 금박이 치아에 붙은 것’과 ‘카메라에 반사된 빛’이라는 논란이 벌어진 사건).

16.06.12 <아가씨> 300만 관객 돌파.

16.06.26 <아가씨> 400만 관객 돌파.

16.07.18 모호필름 편지 인증(아갤이 <아가씨> 문의 때문에 귀찮게 해서 미안하고, 앞으로 O.S.T,시나리오북 등 관련 상품을 많이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모호필름에 보내자 모호필름이 편지 인증숏을 찍어 아갤에 올린 사건. 편지 내용은 현재 아갤 개념글 공지에 올라가 있다).

16.07.21 시네바캉스 서울 예매 대란.

16.07.27 VOD 서비스 시작, 빛반 VS 금박 논란 종결(갤러들이 VOD를 돌려본 결과 빛반인 것으로 밝혀짐. 최초로 금박을 주장했던 금박러는 혈서 사과문을 내면서 논란이 완료), VOD 출시로 인한 불법 다운로드와의 전쟁 시작.

16.07.28 모호 조공 인증.

16.08.10 용 조공(용필름에 선물 전달).

16.08.12 디렉터스컷 어워즈 김민희와 김태리 각각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 수상.

16.08.14 CGV압구정 상영 중. N차 진행 중.

16.08.15 <아가씨> 시나리오북 판매 시작.

16.08.17 <아가씨> 확장판 IPTV 개봉.

16.08.21 <아가씨> 확장판 시네바캉스 서울 상영, 박찬욱 감독과 변영주 감독 GV.

16.08.27 <아가씨> 확장판 시네바캉스 서울 상영, 박찬욱 감독과 김태리 GV.

Ⓒnoro 작가(twitter: @noro_kk)

아갤 은어 사전

아갤을 방문하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현생에서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 수두룩하니까. 눈팅 3개월은 해야 이해할 수 있는 아갤 은어들을 소개한다.

가시까지 발라먹다[가시까지ː발라먹다] 1부에 등장하는 하정우의 대사 “가시까지 싹 다 발라 먹어버릴 테니까”에서 따온 말이다. 영화의 내용이나 관련된 글을 철저하게 보고 음미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갤크[갤크] ‘갤러리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갤러들의 황당하거나 웃긴 해석을 본 뒤 극장에서 그 장면이 생각나 감정이입이 방해되는 현상.

고죽희[고ː주키] 코우즈키

구젠데스네[구ː젠데스네] 백작(하정우)의 일본어 대사인데 “이런 곳에서 뵙네요?”라는 뜻이다. 오프라인에서 갤러로 추정되는 사람을 발견하면 반가움의 인사로 쓰인다.

남바뭐[남바ː뭐] 히데코의 대사 중에서 “남자가 바라는 게 뭐야?”를 줄인 말. 갤에서는 장면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글이 많은데 줄임말로 주로 사용된다. 또, 다른 단어로 응용되기도 한다.

비슷한 예

내인망구타숙 숙내걱나네걱… 내 인생을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숙희야 내가 걱정돼? 난 네가 걱정돼.

응용 표현 예

갤바뭐[갤바뭐] 갤러들이 바라는 게 뭐야?

동무[동무] 다른 갤러. “동무라는 거 이런 거구나”라는 히데코의 내레이션에서 인용한 말.

데코수키[데코수키] 히데코(김민희)와 숙희(김태리) 커플을 지칭.

창조주[창ː조주] 갤러의 부모님.

오스트[오스트] <아가씨> O.S.T.

임오소[이ː모소] 주제곡 <임이 오는 소리>.

지니[지니] <알라딘>에서 요술 램프에서 나와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아갤에서 갤러들은 바라는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제작자를 지니라고 부르면서 감사해하며, 일을 더 열심히 해주길 원한다.

지하실에 가두다[지하실에ː가두다] 코우즈키(조진웅)의 지하실과 박찬욱 감독의 전작 <올드보이>를 섞은 표현으로, 각종 팬아트를 가져오는 갤러들을 독려하는 말이다.

포티[포ː티] 포토 티켓. 공식 스틸이나 포스터가 아닌 팬아트로 뽑는다. N차 관람했다고 인증할 때 주로 사용된다.

Ⓒㄴㅇㅇㅅ 작가(twitter: @neys0125)

아갤 갤주 우리욱이(박찬욱 감독)의 한말씀

박찬욱 감독은 아갤의 갤주다. ‘아갤’의 주인이라는 얘기다. 당연하게도 그는 아갤의 존재를 잘 알고 있다. 아갤러들 또한 갤주가 아갤을 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런데 갤주는 갤을 드나들지 않는다. “아갤을 처음 알았을 때 틈만 나면 들어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갤러들이 자기들끼리 노는데 내가 들여다보면 부끄럽다고 해서 그 마음이 이해가 되는 까닭에 딱 끊었다.” 한번에 딱 끊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금단증상도 있을 것이다. “(아갤에 들어가는 걸) 참는 게 제일 힘들다. 와이프가 재미있는 글을 엄선해 보여주니까 겨우 산다. 어떻게 그렇게들 위트가 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렇게 창조적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이 영광이다.” 많은 팬아트 중에서 갤주가 재미있게 본 2차 창작물은 만화다. 아침에 정식으로 히데코에게 첫인사하는 숙희가 본명을 말하는 바람에 방송이 끝나는 만화는 갤러라면 한번쯤 봤을 것이다. “2차 창작은 아니지만 시나리오 책을 출간해달라는 ‘랩’도 좋았다. 또, 갤러들이 붙여준 ‘배운 변태’란 별명도 자랑스럽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아갤이 그에게 많은 용기와 힘이 되어주나보다. “아무리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좋은 리뷰를 얻어도, 관객이 영화가 어렵다느니 불쾌하다느니 하고 투덜거린다는 말만 자꾸 들리니까 솔직히 좀 맥이 빠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이런 반응을 접하니 왜 아니 좋겠나, 얼마나 힘이 나겠나. 게다가 이렇게 창조적이고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내 영화를 사랑해준다니! 이러니 내가 얼마나 씩씩한 감독이 되어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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