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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人] 산속에 길을 뚫으며 - <봉이 김선달> 로케이션 매니저 문용찬 제작실장
윤혜지 사진 백종헌 2016-07-28

제작실장 2015 <봉이 김선달> 2014 <카트> 2013 <방황하는 칼날> 2011 <마마> 2011 <건축학개론> 2010 <시라노; 연애조작단> 2009 <주문진> 2008 <외톨이>

아슬아슬하고 경쾌한 <봉이 김선달>의 추격 신들은 다채로운 로케이션에 빚진 바가 크다. 로케이션 장소 물색은 “북한과 제주도를 빼면 전국에 안 간 곳이 없다”는 문용찬 제작실장이 책임졌다. 프리 프로덕션 중 가장 중요한 단계도 장소 헌팅이었다. 박대민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보며 로케이션 컨셉을 정한 기간이 한달 반, 그 뒤 4개월쯤 전국을 돌며 헌팅을 다녔다. 4개월 중 반은 <봉이 김선달>의 클라이맥스 장면에 쓸 계곡을 찾는 데 사용했다. 야외 로케이션이 많은 곳에선 앵글을 넓게 잡아 풍광을 보여주고, 추격 장면은 좁고 가파른 곳 위주로 촬영해 긴박감을 살리도록 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2년간은 가뭄이 심했기 때문에 많은 계곡의 물이 말라 있었다. 물은 CG로 채운다고 해도 돌 틈에 자란 잡초와 나무들은 전부 손으로 베어야 했다.” 그런데 정작 물이 별로 없어야 했던 엔딩 장면을 찍을 때엔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린 탓에 물이 가득 차 버렸다고. “인간이 자연의 힘을 이길 순 없더라. (웃음) 다행히 촬영 직전에 비슷한 곳을 겨우 찾아냈다.”

그간 한국영화에서 수중 액션이 대부분 바다에서 이뤄졌음을 상기하면 <봉이 김선달>의 계곡 추격 신은 더 낯설어 보인다. 스릴 넘치는 나룻배 추격 장면은 강원도 한탄강에서 헬리캠팀과 제작팀, 연출팀의 합작으로 촬영됐다(물론 배우들이 배를 타고 있는 건 합성된 장면이다). CG와 색보정의 힘으로 영화에선 하나의 장소로 보이지만 제방이 설치된 곳과 김인홍(유승호)과 성대련(조재현)이 맞붙는 곳은 각각 다른 곳이다. 제방 장면은 전북 진안에서, 김인홍과 성대련의 대결은 강원도 인제 강기슭에서 찍었다. 그동안 고양 아쿠아세트장에서는 가로 8m, 세로 5m의 제방 세트를 지어놓고 수문 폭파 장면을 촬영했다. 김인홍과 보원(고창석)이 달구지를 타고 오르는 둔덕은 문경 세트 인근의 산속인데 실제로는 길이 없는 곳이라 제작부가 3일에 걸쳐 제초 작업을 해 길을 냈다고 한다. 전역 후 드라마 <대망>(2002), <태왕사신기>(2007)로 제작부 일을 시작한 문용찬 제작실장은 “두 시간짜리를 만드는 데 몇 개월을 소요하는 디테일한 작업”에 매혹을 느껴 영화로 진로를 바꿨다. 두편의 대하사극을 마친 덕에 로케이션 데이터가 많아 유리했다. “로케이션에 관해 상의할 땐 일단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 될 만한 장소를 감독님에게 알려드린 뒤 거기다 공간적 조건들을 추가하거나 빼가며 최종 결정을 한다.” 지형지물이 잘 바뀌지 않는 관공서나 야외 로케이션 장소들은 대부분 머릿속에 데이터를 쌓아두고 있다고. <봉이 김선달>을 마친 지금은 중국 작품 한편, 명필름 작품 한편의 프리 프로덕션을 준비하고 있다.

보조배터리

“예전에는 로케이션 장소에서 조명 확인을 하기 위해서 나침반과 지도, 캠코더를 반드시 들고 다녀야 했는데 스마트폰이 생긴 뒤로는 모든 데이터 작업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하게 됐다. 대신 꼭 필요해진 것이 보조배터리다. 다들 많이 쓰는 샤오미 대용량 배터리를 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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