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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부산행> 스탭들이 재구성한 영화 촬영현장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첫 번째 실사영화 <부산행>(2016)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발 부산행 KTX에 오른 군중이 원인 모를 바이러스의 전파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순간을 맞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산행> 이야기에 앞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다양한 볼거리들이다. 기차라는 제한된 공간,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거대한 좀비떼, 그리고 생사를 넘나드는 인간의 사투로 꽉 채워졌다. 이 장면들의 완성 과정이 궁금했다. 촬영, CG, 특수분장, 무술에 이르기까지 중요 스탭들을 만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이형덕 촬영감독

이형덕 촬영감독

<장수상회>(2015), <관능의 법칙>(2013), <써 니>(2011), <하 녀>(2010) 등을 거치며 꽤 많은 작업을 해왔지만 <부산행>은 새로운 시도의 영화였다. “연상호 감독님이 애니메이션 작업에서는 버리는 컷이 많아야 10~20컷이라고 하시기에 실사영화는 훨씬 더 많을 거라고 답했다. 결과는? 이번처럼 NG가 적은 경우도 없었다. 찍은 장면을 거의 대부분 영화에 쓰셨더라. 그만큼 감독님께서 필요하다고 판단한 컷들이 분명했다. 원하는 컷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나도 공부해가며 찍었다.”

한창민 CG 슈퍼바이저, 박성진 VFX 프로듀서, 김찬수 CG 슈퍼바이저(왼쪽부터).

박성진, 김찬수, 한창민 시각특수효과 담당 디지털 아이디어

<부산행>에서 각각 시각효과 프로듀서, 애니메이션, 라이팅과 렌더링을 담당.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후면 영사, 대규모 좀비떼 신이 대표적이다. “CG 작업이 600여컷인데 그중 좀비, 고라니, 열차 충돌 신 등 고난도 3D 작업이 170컷 정도다. 1700컷인 <타워>(2012), 2천여컷인 <마이웨이>(2011)에 비하면 적은 컷 수이지만 난이도 면에서 <부산행>은 꽤 규모가 컸다. 심지어 동대구역의 기차 선로에 깔린 자갈들도 일일이 다 만들어 입혔으니. (웃음)” 현재 <국가대표2> <밀정> 후반작업과 <군함도: 필사의 탈주>(가제)에 합류해 진행 중이다. <몽키킹2: 서유기 여정의 시작>(2016)을 비롯해 중국영화 작업도 함께한다.

곽태용 셀(CELL) 대표

곽태용 셀(CELL) 대표

뱀파이어(<박쥐>(2009)), 늑대인간(<늑대소년>(2012)), 사이보그(<인류멸망보고서>(2011))까지 만들어낸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의 곽태용 대표가 이번엔 대형 재난영화 속 좀비에 도전했다. “항상 감독님들이 새로운 과제를 주니 셀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찾고 고민해나갈 수 있다. 우리의 도움으로 감독님들이 상상력을 제약 없이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한국에서도 장르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감독이 만들어낸 세계관 안에서 관객을 “감쪽같이 잘 속이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 현재 <옥자> 한국 분량 작업을 끝내고 <군함도: 필사의 탈주>(가제), <신과 함께>, <마스터> 등을 작업 중이다.

박재인 안무가, 보디 무드먼트 컴포저

박재인 안무가, 보디 무드먼트 컴포저

<댄싱퀸>(2012) 안무를 맡으며 영화에 입문한 박재인 안무가는 <곡성>과 <부산행> 속 동작 지도를 맡으며 영화계의 ‘보디 무브먼트 컴포저’로 자리매김했다. “나홍진 감독님이 영화의 세계에 빠뜨리고 연상호 감독님이 말뚝을 박으셨다. (웃음)” 원래 공포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마마>(2013)의 귀신, <사일런트 힐>(2006)의 간호사 역 배우들이 현대무용을 배웠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포물이나 장르물에서는 몸의 움직임이 중요하고, 그 움직임을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그 역할을 맡게 되어 기쁘고, 영화 작업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다.”

허명행 서울액션스쿨 무술감독

허명행 서울액션스쿨 무술감독

현재 서울액션스쿨의 대표를 맡고 있는 허명행 무술감독은 <쉬리>(1999) 무술팀으로 시작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신세계>(2012), <대호>(2015), 개봉 예정인 <아수라> <7년의 밤> 등을 맡은 베테랑 무술감독이다. 그가 <부산행>을 맡았을 때, 누군가는 “호랑이도 하더니 하다하다 이젠 좀비냐”고 물어왔다고 한다. “새로운 도전이자 신선한 숙제였다. 좀비라는 제한적 생명체로 동작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했으니까. 머리를 굴리게 해준 작품이다. (웃음)”

키워드01 : 좀비 고라니

사진제공 디지털 아이디어

시각특수효과(VFX) 담당 디지털 아이디어 김찬수, 한창민 CG 슈퍼바이저_ <부산행>은 좀비 고라니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자칫 영화 초반에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면 어쩌나 싶어 공을 많이 들였다. 실사 고라니 영상을 참고해 새로운 3D 크리처를 만들었다. 3D 작업물에 빛의 방향, 노출량 등을 주는 라이팅(lighting), 입체 모형인 고라니에 피부, 털을 입히는 텍스처(texture) 공정을 거친다. 이후 3D로 만든 크리처를 2D 이미지로 변환해 편집, 색보정이 가능하게 하는 렌더링(rendering)을 진행한다.

키워드02 : 후면 영사

이형덕 촬영감독_<부산행>에서 달리는 기차의 창밖 풍경은 실제 서울발 동대구행 KTX를 타고 스탭들이 찍은 영상이다. 촬영 당시, 세트 뒷면에 LED 판을 대고 후면 영사한 것이다. LED 화면은 2K 영상인데 주 카메라인 알렉사 카메라는 4K이다 보니 아무래도 화질 차이가 난다. 인물에 포커스를 맞춰 뒤쪽을 포커스 아웃하는 방식으로 촬영해 균형을 잡았다. 세트 촬영이지만 배경만으로도 달리는 느낌을 낼 수 있어 배우도, 스탭도 좀더 현장에 몰입할 수 있었다.

시각특수효과 담당 디지털 아이디어 박성진 VFX 프로듀서_기차 내부 신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CG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대안을 찾아야 했다. <오블리비언>(2013)이 LED에 고공 영상을 영사했다는 점을 차용, <부산행>에서 아시아 최초로 후면 영사를 시도했다. 가로 15m, 세로 3m의 LED판 두개를 이어붙이고 이동이 가능하게 판 아래 바퀴를 달았다. 매번 촬영 때마다 지금 기차가 어느 구간을 통과하는지를 파악해 후면 장면과 맞춰가며 찍었다. LED의 빛이 자연스럽게 조명 역할도 해줬다.

키워드03 : 좀비

사진제공 셀(CELL)

곽태용 셀 대표_장르영화지만 지나치게 과장하기보단 현실적으로 설득력 있게 보이는 좀비 분장을 목표로 했다.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서울역>의 스케치를 비롯해 <월드워Z>(2013) 등 수많은 좀비영화들을 참조했고, <디스트릭트 9>(2009) 속 감염된 인물 등 좀비물 외에서도 레퍼런스를 찾았다. 이 영화의 특수분장에서 가장 관건이 됐던 건, 압도적으로 많은 인물 수다. 적은 날은 20명에서 많은 날은 100명까지, 보조출연자들과 스턴트들을 좀비로 만들기 위해 현장에 세개의 부스를 붙여 ‘좀비 공장’을 차렸다. (웃음) 첫 단계로 6명의 스탭들이 에어브러시로 혈관을 그린다. 스탭들이 각각 적색, 적갈색, 녹색, 청록색을 맡아 감염 경과에 따라 강약을 조절해 표현한다. 손을 물린 사람은 천천히 감염되고, 목이나 얼굴을 뜯기면 빨리 감염되는 차이를 두는 등 기준을 뒀고, 감염 경과에 따라 분장을 다르게 했다. 그 후엔 3명의 스탭이 얼굴톤을 잡아준다. 창백한 피부에 점점이 생긴 얼룩들을 표현하기 위해 칫솔처럼 생긴 솔로 얼굴에 물감을 튀긴다. 그 이후엔 두명이서 다크서클, 상처 등을 강조하는 하이라이트 작업을 했고, 피를 칠하는 스탭을 거쳐, 좀비용으로 특수 제작한 렌즈를 끼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최종 컨펌을 해서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돌려보내 다시 분장했다. 이렇게 한 바퀴를 거쳐 부스 밖으로 나가면 좀비 완성이다. (웃음) 100명을 분장하려면, 새벽 1시부터 시작해야 오전 8시 콜 타임에 맞출 수 있다. 특수분장을 해야 하는 인원으로 치면 가장 대규모인 작업이었다. 그렇지만 일괄적으로 분장을 하진 않았고, 각 인물의 개성을 살려 분장했다. 최초의 좀비 소녀 심은경, 처음 물리는 승무원 우도임을 비롯해 배우들과 액션 합을 맞추는 스턴트들, 역할이 있는 보조출연자들은 특히 신경 썼다. 무더울때라 분장을 계속 고쳐야 해서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좀비 분장을 한 출연자들이 촬영 전 어색하게 서서 멀쩡하게 대화 나누고 있으면 정말 웃기더라. (웃음)

박재인 안무가_연상호 감독이 <세븐데이즈 투 다이>라는 게임 속 좀비의 움직임과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인형의 움직임을 참고해달라고 하더라. 거기에 현대무용가가 좀비 움직임을 지도한 <월드워Z>의 좀비와 <사일런트 힐>(2006)의 간호사들의 움직임을 더했다. 영화 속에 군인, 야구부, 중년의 등산객 등 다양한 인물군이 등장하는데, 연상호 감독의 요청으로 이들의 움직임도 조금씩 차별화했다. 군인은 육중하게, 야구부는 민첩하게 움직인다. 배우 심은경이 첫 좀비로 등장해 스타트를 끊었는데, 정말 적극적으로 잘해냈다. 허리를 꺾고 올라오는 장면은 대역을 쓰려고 했는데 끝까지 본인이 하겠다고 해서 와이어를 메고 연기했다. 두 번째 좀비인 승무원 역 배우 우도임이 구두 한짝을 신고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것도 오랜 시간 연습한 거다. 그외에도 거의 100명에 달하는 보조출연자들에게 6개월간 좀비 동작을 지도했다. 스튜디오 안에 의자와 소파를 놓고 마킹테이프를 붙여 기차 한칸을 재현했고, 그 안에서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훈련이 어느 정도 된 후엔 한강 둔치에 나가서 연습했다. 보조출연자들 한명 한명이 배우로서 노력하고 고생하며 연기한 작품이다. 위험한 장면은 무술팀이 대신 해주고, 무리한 부분이 있으면 특수분장팀이 더미를 깔아주고, CG팀이 도와주니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촬영마다 구급차를 대기해놨다.

사진제공 셀(CELL)

허명행 무술감독_수많은 좀비들을 연기하기 위해 전쟁영화나 사극 액션 수준의 스턴트가 동원됐다. 좀비 분장을 한 보조출연자 중에 배우들과 액션 합을 나누는 건 대부분 서울액션스쿨 스턴트들이다. 무술 경험이 많은 훈련된 스턴트들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선 좀비 연기를 해야 하는 게 관건이었다. 인간이 아닌 좀비이기 때문에 넘어질 때 손을 짚거나 낙법을 사용하면 안 되고, 어딘가에 부딪혀도 막거나 멈칫하면 안 된다. 그런 습관을 벗어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스턴트들도 다른 영화보다 고생을 많이 한 작품이다. 한편, 좀비들의 공격패턴이 ‘뻗고 잡고 물고’로 단순한 만큼, 액션을 받는 배우들의 리액팅에도 다양한 변화를 주려고 했다.

시각특수효과 담당 디지털 아이디어 김찬수, 한창민 CG 슈퍼바이저_좀비 역의 스턴트 배우들의 모션을 캡처해 좀비의 뒤틀리는 움직임을 만들어갔다. 얼굴을 비롯한 신체는 디지털 스캔을 해 원 소스를 확보하고 그 위에 3D로 근육과 혈관의 굴곡을 더했다. 시뮬레이션 과정을 수차례 거쳐 머리카락, 옷깃의 흔들림까지 살렸다.

키워드04 : 기차

<부산행>

이형덕 촬영감독_다른 열차에 비해 KTX가 오히려 더 좁다. 속도를 내기 위해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공간의 제약을 돌파하기 위해 객차 천장에 일종의 레일을 깔고 줄을 매달아 아래로 내려 카메라를 달았다. 카메라가 위아래, 좌우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배우와 좀비들이 카메라로 달려오는 그 속도감을 그대로 담는데 용의했다. 실제 KTX는 진동도 거의 없다. 현실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자칫 영화가 동적으로 보일까 싶어 일부러 기차 세트 하단에 에어 펌프를 만들어 기차에 움직임을 줬다.

곽태용 셀 대표_좀비 연기자들이 걱정 없이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안전소품을 제작했다. 기차 세트 내부의 의자, 천장에 달린 모니터 등은 안전소품이다. 모든 의자를 제작할 수는 없어서 스무개 정도를 말랑말랑하게 제작해 액션이 벌어지는 공간에 배치했다. 야구배트, 곤봉 등도 안전소품이다.

박재인 안무가_좀비들은 시력이 약한 대신 냄새와 소리에 민감한 설정이다. 터널로 진입해 어두워져 시각이 완전히 차단됐을 때는 오로지 동물적인 본능에만 의존한다. 소리를 찾아 움직이고, 시선이 아닌 고개나 귀, 움직임이 먼저 가니 몸은 팝콘을 튀기듯 툭툭 움직이게 된다. 팝핀 동작과 비슷하다. 거의 모든 신에서 좀비의 동작과 무술의 합이 함께 가야 했는데, 액션이 적극적으로 들어가는 신에서는 다치면 안 되니 좀비의 동작보다는 무술의 합을 더 중시했다. 배우 마동석과 붙는 장면에서는 특히나. (웃음)

허명행 무술감독_생활감 있고 밀도 높은 공간이라 재미있는 동작이 많이 나왔다. 공간이 자유로워서 편안한 동작이 나오는 것보단 불편하게 나오는 동작들이 더 재미있으니까. 기차 내의 의자 등 구조물이 장애물이 되기도 하고, 방어물이 되기도 했다. 좀비들이 의자를 타고 넘어오면서 공격하기도 하고, 인물들이 의자 뒤에 숨기도 하는 거다. 이 영화의 액션에서 가장 공을 들인 건 마동석, 공유, 최우식 3명이 기차 안 좀비들을 뚫고 나가는 시퀀스다. 그들이 맡은 캐릭터들을 최대한 살려 액션을 만들었다. 공유가 연기한 석우는 싸움과는 거리가 먼 회사원으로, 몸보다는 머리를 쓰는 타입이다. 싸움에 능숙하지 않고 자기 방어가 우선이라 군인이 떨어뜨린 방패부터 집어드는거다. 하지만 부성애를 통해 두려움을 넘어서게 되고, 방패로 방어만 하는 게 아니라 좀비의 발을 찍는 등 공격도 하게 된다. 공유는 액션 연기가 뛰어난 배우인데, 절제하느라 오히려 힘들었다. 펀드매니저가 날아차기하면 이상할 테니까. (웃음) 반면, 마동석이 맡은 상화는 그냥 마동석이다. 괴력의 사나이다. 원래 비상 망치를 드는 설정을 주려고 했는데, 그 큰 몸에 작은 망치를 들면 오히려 웃길 것 같았다. (웃음) 맨주먹을 날리는 게 더 시원해 보일 거라는 판단이었다. 집어던지고, 내리찍고, 의자를 지렛대 삼아 양발로 걷어차고. 좀비를 들어서 바리케이드처럼 쓰기도 한다. 가장 다양하고 오락적인 테크닉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최우식이 맡은 영국은 야구부 4번 타자로, 공을 잘 치고 싸움을 어느 정도 할줄 안다는 설정이었다. 좀비의 머리를 가격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액션을 많이 해본 배우가 아니라서 스턴트 배우들이 맞아서 다칠까봐 걱정을 많이 하더라. 하지만 운동신경이 좋아서 곧잘 무리 없이 해냈다. 선발대로 마동석을 배치하여 두팔로 뚫고, 이어 방패를 든 공유와 야구 배트를 든 최우식이 처리하는 방식으로 액션을 디자인했다. 오락적인 요소도 가미했지만, <부산행>의 리얼리티 안에서 허용되는 만큼의 테크닉을 구사하려 했다. 이 영화 속 액션은 히어로나 전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한 액션이니까.

키워드05 : 역

[천안아산역]

사진제공 디지털 아이디어

이형덕 촬영감독_객차 안에서 인물들이 플랫폼의 좀비와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명 사파리신이 있다. 제일 찍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기차는 세트로, 배경은 실제 천안아산역에서, 플랫폼의 좀비들은 촬영이 가능한 다른 역에서 찍었다. 이 세 장면을 따로 찍어 합성한 것이다.

[대전역]

사진제공 디지털 아이디어

곽태용 셀 대표_좀비들은 입을 무기로 사용하기 때문에 입을 강조했다. 특별히 입이 크다거나 입을 크게 벌릴 수 있는 보조출연자들은 보정물을 제작해서 입에 넣어 실제 치아보다 돌출시켰다. 위기에 처한 석우가 좀비의 입에 책을 욱여넣는 신은 보조출연자의 입에 특수분장을 한 거다. 대전역의 유리문을 방어하는 신에선 더미가 많이 들어갔다. 유리가 깨져 좀비들이 쏟아지며 6~8단 정도로 쌓이는데, 실제 사람들로 쌓으면 밑에 있는 사람은 못 버틴다. 맨 아래 다관절 더미를 깔고, 여러 소스를 촬영해 CG로 합성했다.

박재인 안무가_외부로 나오면, 좀비의 스피드가 관건이다. 기차 안에서는 ‘저 정도면 나도 방어할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외부로 나오면 ‘내가 저런 좀비들을 마주치면 꼼짝없이 죽겠구나’ 싶을 정도의 빠른 스피드와 공격력을 보여주려고 했다. 대전역 계단을 군인 좀비들이 뛰어오르는 신을 찍을 때, 컷마다 가장 잘 달릴 수 있는 사람을 앞에 배치했다. 그때 출연한 군인 좀비들은 마침 <대호>(2015)에 출연했던 보조출연자들이었다. 산속에서 뛰며 다진 근력이 있어서 잘 안 지치더라. (웃음)

허명행 무술감독_석우, 상화, 영국이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좀비와 대치하는 신에서 회의를 제일 많이 했다. 유리가 깨져 좀비들이 쏟아지며 쌓이는 부분은 무술팀, 특수분장팀, CG팀 세팀의 합작으로 탄생한 거다. 유리문이 깨질 때 넘어지는 인물들은 전부 무술팀이다. 6~7명 되는 조를 6조 정도 짜서, 더미 위에 1조가 넘어지면 그 위에 더미를 쌓고 2조가 그 위로 넘어지고… 이걸 10컷 가까이 레이어별로 분할 촬영했고, 최종적으로 CG팀이 합성했다.

[동대구역]

사진제공 디지털 아이디어

곽태용 셀 대표_기차의 창이 깨지면서 좀비들이 쏟아져 떨어지는 장면에선 더미를 자유 낙하시키기도 하고, 와이어를 단 스턴트들이 떨어지기도 했다. 기차에 좀비들이 매달리는 신에서도 더미가 동원됐다. 좀비들이 3~4단 정도 쌓여야 했고, 밑단엔 더미를 이용했다. 철로의 자갈도 안전소품으로 제작해 스턴트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다.

허명행 무술감독_기차가 부딪힐 때, 좀비들이 공중으로 뜨는 장면을 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레이어를 나눠 스턴트 두세명씩이 그린매트를 친 배경에 와이어를 달고 날아가는 장면을 연기해 합성했다. 기차에 좀비들이 와르르 매달리는 장면은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하는데, 합판 위에 안전 매트리스와 더미를 깔고 그 위에 스턴트들이 누운 거다. 최종 액션은 와이어를 매달고 했는데, 고난도 장면이라 이 장면에서만 대역을 사용했다. 나머지는 배우들이 직접 소화한 거다.

시각특수효과 담당 디지털 아이디어 김찬수, 한창민 CG 슈퍼바이저_대규모 좀비떼 신이 있다. 스턴트 배우들을 실사 촬영을 하고 그 장면에 대규모 디지털 캐릭터를 만들어 넣었다. <국제시장>(2014)의 군중 신에선 디지털 캐릭터들이 별다른 동작 없이 살짝 걷는 정도였다. 이후 작업한 중국영화 <드래곤 블레이드>(2015)에서는 디지털 캐릭터인 병사들이 이동하면서 서로 싸우는 액션을 추가했다. <부산행>에선 일종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디지털 캐릭터들이 서로를 인지해 부딪힐 때 제2의 반응을 보이는 모습까지 추가했다. 디지털 캐릭터 움직임의 진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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