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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인터뷰] “뮤지컬 문화, 산업의 업그레이드에 기여하고 싶다” - 제1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김홍준 예술감독
송경원 사진 백종헌 2016-06-23

지역영화제의 범람은 꽤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왔다. 자치단체와 영화인들의 안일한 결합은 제대로 기획되지 않은 영화제를 양산했고 관객의 피로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 덕분인지 최근엔 규모는 작아도 선명한 컨셉과 다채로운 구성으로 관객을 매혹하는 영화제들이 제법 눈에 띈다. 제1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역시 그중 하나다. 국내에선 주변 장르로 인식되는 뮤지컬영화를 표방하는 것도 이색적이지만, 특히 지난해 ‘2015 충무로뮤지컬영화제 프리 페스티벌’로 관객의 호응과 반응을 먼저 확인한 후 올해 본격적으로 첫발을 딛는다는 점이 신뢰를 더한다. 국내 여러 다른 영화제들과 비교해도 특별한 경우였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충무로국제영화제의 틀을 세웠던 ‘베테랑’ 한국예술종합학교 김홍준 교수가 다시 한번 새로운 영화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점 또한 이 영화제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제1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김홍준 예술감독을 만나 그간의 심경과 영화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뮤지컬영화제는 아직 생소하다.

=뮤지컬영화제라고 하면 궁금해하는 두 가지가 있다. 뮤지컬영화가 그렇게 많지 않을 텐데 어떤 영화를 틀 것인지와 이 영화제를 함으로써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영화와 뮤지컬을 구분 짓고 어느 한쪽에 치중하진 않는다. 두 분야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영화제가 되고 싶다. 아마 한국영화계에 단기적으로 뚜렷한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뮤지컬과 영화의 만남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시네필들에게는 뮤지컬영화에 대한 흥미를 제공하고, 뮤지컬 팬들에게는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영화제를 통해 두 영역이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길 희망한다.

-올해 1회를 맞이하는데 어떤 영화제인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간단히 소개한다면.

=뮤지컬 문화, 산업의 업그레이드에 기여하고 싶다. 특히 창작 뮤지컬 제작에 자극이나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제를 주최하는 충무아트센터의 지향점과도 일치하는 바가 있다. 충무아트센터는 중구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공공 공연장이면서 뮤지컬 공연장으로 정체성이 특화되어 있다. 단순히 대관뿐 아니라 자체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다. 뮤지컬영 화제도 뮤지컬의 저변 확대를 위한 통로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또 하나는 중구 구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문화행사라는 점이다. 중구 구민들 사이에서도 4회까지 진행되었다가 사라진 충무로영화제에 대한 애착과 아쉬움이 있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이름 그대로 충무로, 뮤지컬, 그리고 영화, 세 영역에서의 기대와 바람이 모여 시작된 영화제다.

-뮤지컬이란 장르가 영화제로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지.

=영화제는 사실 많이 있지 않나. 영화에 관련된 정책이나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꾸준히 축소되는 국면이다. 반면 뮤지컬은 20년 전 한국 영화시장과 닮은 면이 있다. 지금의 영화계는 어엿한 성인이 된, 오히려 조로할까봐 걱정해야 할 단계에 넘어와 있지만 뮤지컬계는 이제 막 유년기에서 사춘기로 넘어가는 정열이 넘치는 시기처럼 느껴진다. 뮤지컬에 문외한이나 마찬가지라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있다. 20년 전부터 한국영화계의 흐름을 살펴본 사람으로서 뮤지컬 공연계를 바라보며 느끼는 것들이 영화제의 구성에 상당히 반영된 것 같다.

-지난해 프리 페스티벌 형태로 먼저 개최했는데, 1회를 맞이하며 명확하게 공략하고자 하는 관객층이 있나.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지난해 프리 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관객층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시네필들이 좋아할지, 뮤지컬 팬들이 찾아올지, 아니면 중구민들이 관심을 가져줄지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해에는 홍보를 크게 하지 못했고 장소가 충무아트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시네필보다는 뮤지컬 팬들의 관심이 더 컸다. 뜻밖에 많은 사랑을 보내준 건 중구민들이다. 영화제를 시작하는 모든 도시들이 대체로 겪는 과정이 영화 전문가와 일반 시민들 사이의 괴리다. 자치단체와 힘을 모아 시작해도 지역민들과 적대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프리 페스티벌은 규모가 작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충무아트센터가 중구민들을 위한 문화활동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그런 문화 서비스의 하나로 받아들이더라. 영화제를 표방한 행사로서는 이례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지역민들의 호응이 좋았다.

-언뜻 생각할 때 뮤지컬영화가 영화제로 소개할 만큼 많을까 싶기도 하다.

=지난해 프리 페스티벌에서 큰 호응을 얻은 것 중 하나가 뮤지컬의 공연영상들이었다. 일반 영화제에선 공연영상을 영화라고 틀진 않지 않나. 하지만 우리는 어디까지를 뮤지컬영화에 포함시킬지 열린 마음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오페라의 유령>의 라이브 실황에 열광하는 관객을 보며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 같다. 첫째는 장르로서의 뮤지컬영화,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기성영화를 포함한다. 6개 정도의 섹션을 구분했는데 그중 ‘더 쇼’ 섹션을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원작 뮤지컬영화와는 성격이 다르다. 비유하자면 블록버스터와 인디영화의 차이라고 할까. 소극장 뮤지컬이라 해도 좋은 작은 규모의 뮤지컬영화들이 생각보다 많이 만들어진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1년에 10여편은 소개할 만한 영화들이 있는 것 같다.

-섹션 구성에서 전통적인 개념의 뮤지컬영화를 넘어 이색적인 시도들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충무로 리와인드’ 섹션은 공연과 영화의 결합 같다.

=다양한 목소리와 색깔을 전달하는 방식으로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채택한 영화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장르영화로서의 뮤지컬도 호러나 SF처럼 영화제를 지탱할 핵심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올해가 그 첫걸음이다. 물론 충무아트센터라는 인프라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스크린과 스테이지가 융합하는 형태의 다양한 방식을 영화제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 영국영화협회(BFI)에서는 이미 지속적으로 시도 중인 형태다. 가령 무성영화의 오케스트라를 보여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만남의 방식을 다양화하는 거다. 다행히 몇년 전부터 영상자료원이 꾸준히 해온 작업 중 하나가 한국 고전영화를 발굴, 복원하면서 관객과 만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에는 ‘라이브 더빙 쇼’라는 이름으로 <이국정원>(1958)의 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올해는 ‘충무로 리와인드’ 섹션에서 <청춘의 십자로>(1934) 변사 공연과 한국 뮤지컬영화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청춘쌍곡선>(1956)의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올해가 <청춘쌍곡선> 60주년이기도 하다. 김수용 감독의 <혈맥>(1963)도 상영할 예정이다. 충무로로 상징되는 한국 고전영화에 대한 탐색과 재조명의 의미가 있다.

-뮤지컬영화라는 개념의 저변을 넓히는 시도라고 봐도 되는가.

=맞다. 뮤지컬 장르의 각 요소들에 대한 재해석이다. 뮤지컬은 영상, 음악, 춤, 연극이 복합된 종합예술이다. 그 하나하나의 갈래를 이해할 수 있는 영화들을 좀더 다양하게 소개하려 한다. 무용에 관련된, 혹은 연극에 관련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거다. 올해가 그 첫걸음이지만 일련의 경험들이 쌓여 뮤지컬 또는 뮤지컬영화에 대한 인식의 폭을 한층 넓힐 수 있길 희망한다.

-충무로국제영화제가 사라지고 다시 충무로뮤지컬영화제를 맡기까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그만둔 다음 충무로국제영화제를 시작할 때 운영위원장으로 틀을 설계했다. 2회까지 하고 영화제 성격이 바뀌면서 그만두게 되었는데, 처음 충무아트센터에서 연락이 왔을 땐 의외였다. 나간 사람을 왜 다시 찾을까 싶어서. (웃음) 충무로영화제가 없어질 때 매끄러운 마감이 아니었으니 영화제를 다시 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와 경계심도 있었다. 하지만 작고 의미 있는 영화제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취지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충무아트센터에 7년 만에 다시 온 셈인데 처음 생겼을 때는 공연장으로서 명확한 정체성이 없었지만 그사이 뮤지컬 전문 공연장으로서의 색깔을 공고히 다졌음을 확인했다. 1, 2회 충무로국제영화제가 고전영화를 컨셉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충무아트센터의 공간적 역량을 살려 뮤지컬로 하면 어떨까 싶었다. 충무아트센터가 있기 때문에 뮤지컬쪽의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 준비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결정하고 나서 막상 찾아보니 전세계적으로 뮤지컬영화제가 없더라. 장르적으로 협소한 탓도 있다. 예를 들어 음악영화라고 하면 적용하기에 따라 범주가 매우 넓다. 하지만 뮤지컬영화는 엄밀한 장르 구분으로 절대적인 편수가 적은 탓에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올해 프로그램을 보면 알겠지만 무척 알차다고 자부한다. 처음에 곳간에 곶감 빼먹듯이 다 상영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웃음) 준비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영화들을 충분히 살펴봤다. 인식과 저변만 확보되면 지속적으로 소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직 소개되지 않은 좋은 작품들만 가지고도 5년 정도는 충분히 버틸 만큼 곳간에 쌓아두었다. (웃음)

-1회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새삼스럽지만 준비하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운다. 디지털 기술이 일반화되면서 뮤지컬 장르도 작은 영화들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고 본다. 인적 자원만 있다면 기술적인 문제는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대자본이 투입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만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올해 ‘더 쇼’ 섹션에서 상영하는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2014)는 한두명의 힘으로 제작된, 작지만 힘 있는 작품이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첫회임에도 뮤지컬영화 창작지원 프로그램(탤런트 M&M)을 마련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총 3편의 제작지원작을 선정해 완성된 작품을 7월10일 충무아트센터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뮤지컬영화가 주변 장르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건 결국 관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작품 소개와 프로젝트를 시도하다보면 결국엔 작은 뮤지컬도 새로운 표현방식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탤런트 M&M 또한 뮤지컬영화의 저변을 넓혀가는 방식 중 하나인가.

=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때는 한국영화 신작을 틀 게 거의 없었다. 당시만 해도 학생들이 대부분 예술영화를 지향했지 SF, 호러 같은 장르영화를 단편으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를 선보일 장소가 생겨나니 바로 다음해부터 확 바뀌더라. 공교롭게도 1998년 2회 부천영화제 때 나온 영화가 <퇴마록> <여고괴담> <조용한 가족>이었다. 계기만 조성되면 분위기를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뮤지컬에서도 그런 킬러 콘텐츠가 나와주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독립영화 수준에서의 작은 뮤지컬영화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면 저변이 넓어지는 거다. 저예산 장편 뮤지컬영화가 나올 수 있는 산파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충무아트센터라는 인프라가 있기에 시도할 수 있는 작업이다.

-예술감독으로서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개막작인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아르헨티나>(2015)는 뮤지컬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줄 거다. 1회인 우리 영화제에 와줄지 걱정이 많았지만 감사하게도 흔쾌히 응해주었다. 스페인의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의 신작이란 측면에서 시네필들의 관심도 충분히 모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구색 맞추기용 영화는 한편도 없고 모든 작품이 자신 있기 때문에 딱 하나를 꼽긴 어렵고. (웃음) 뮤지컬과 영화산업의 접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포럼 M&M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새로운 영화제의 기반을 다지고 기둥을 세우는 작업이 벌써 3번째다. 새로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은 없나.

=물론 지난해 프리 페스티벌 때와는 달리 정식으로 1회라는 타이틀을 단 만큼 부담은 있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경계하는 건 내가 지나온 과거 혹은 성공의 경험이 뮤지컬영화제에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는 거다. 사실 뮤지컬 분야에 문외한이나 마찬가지라 모든 걸 새로 배우고 처음 시작하는 청년의 기분이다. 신선한 시각, 뮤지컬에 있어서 아마추어로서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관객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장기적으론 한국에서 뮤지컬과 퍼포밍 아트 하면 먼저 떠오르는 영화제가 되고 싶다. 최소한 5회까지는 기반을 다지려 한다. 학교 생활과 영화제를 동시에 하려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몇년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교수직을 정년퇴임하면 좀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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