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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아가씨> 박찬욱 감독이 <곡성>을 보다 <곡성> 나홍진 감독이 <아가씨>를 보다
진행 주성철 윤혜지 사진 최성열 2016-06-20

한국영화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6월1일 개봉)와 나홍진 감독의 <곡성>(5월11일 개봉)이다. 각각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에 초청됐음은 물론이고, 한달 정도의 차이를 두고 개봉한 6월16일 현재 각각 300만 관객을 돌파하고(<아가씨>) 7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곡성>) 있다는 점에서 관객 또한 ‘현혹’시켰다. 그동안 해외영화제나 해외 시네필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던 그들이 새로운 한국 관객과의 만남에 성공했다는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처럼 2016년 한국영화 상반기를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두 감독을 한자리에 모셨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영화를 비교 분석하고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자리일 것이다. 게다가 나홍진 감독이 <곡성>을 준비하며 박찬욱 감독에게 완성된 시나리오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나홍진 감독은 꼼꼼하게 조언해준 박찬욱 감독의 메모를 액자로까지 만들어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을 꺼내 사인을 받으며 이날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나홍진_몇년 전 <곡성> 시나리오를 전해드리면서 좋은 말씀 부탁드린다고 했더니, 직접 이렇게 종이 한장에다 메모까지 해주셨어요. 그런데 액자로 만들고 보니 감독님 사인이 없어서 누가 쓴 건지 증명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웃음) 이렇게 사인을 받으려고 가지고 왔어요.

박찬욱_이런 사인은 생전 처음 해보네. (웃음) 나도 완성된 영화를 보고 물어보고 싶은 게 꽤 있어서 잘된 것 같아요. 먼저 <곡성>의 출발점은 뭐였죠? 제목처럼 특정한 공간으로부터 시작된 건가?

나홍진_뭔가가 다가오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저 멀리서부터 뭔가 계속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데, 그게 뭘까 하면서 확장시키다보니 주변에 이런 저런 일들이 생기고. 그렇게 살이 붙다보니 뭔가 좋지 않은 것이 나에게 다가오는 얘기가 된 거죠. 그때부터 감당이 안 돼서 책도 찾아보고 사람도 만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추격자>(2008)나 <황해>(2010)와 비교하자면 ‘이건 못하겠다’, ‘아니다, 하고 싶다’ 그렇게 내 안에서 계속 치열하게 충돌하던 작품이었어요.

박찬욱_다가온다는 얘기를 하니까, 난 벽에 일본 사람 사진이 붙어 있는 거, 그게 진짜 <곡성>에서 잊히지 않는 이미지로 남았어요. 그건 찍은 건지, 만든 건지?

나홍진_실제 일본의 유명 사진작가가 찍어놓은 걸 구입한 거예요. 저도 그 사진을 보고 감독님처럼 그런 느낌을 받아서 가져온 것 같아요.

박찬욱_사진도 사진이지만 영화 속 맥락에 놓여 있으니 그런 느낌을 받은 거지. 진짜 묘하고 무섭더라고. (웃음)

<곡성> 시나리오에 대하여

나홍진_이후 시나리오의 구색을 갖춘 건 프리 프로덕션이 들어가고 난 다음부터예요. 그전엔 명확한 시나리오의 형식이 아니었어요. 진짜 오래 썼죠. 나중에는 저도 막 헷갈리는 거예요. 분명히 어떤 얘기를 썼던 것 같은데 막상 시나리오에 보면 없고.

박찬욱_맞아, 가끔 그럴 때가 있어. 연출부한테 ‘야, 그 신 있잖아’ 했는데 다들 어리둥절해하고. (웃음)

나홍진_그런 불안과 두려움을 계속 안고 있다 보니, 오랜 기간 함께해준 스탭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정말 헌신적이었어요.

박찬욱_그리고 시나리오에는 외지인(구니무라 준)과 일광(황정민)이 만나는 장면이 있지 않았어요?

나홍진_그렇죠. 사건이 다 끝난 다음에 외지인이 일광의 차를 같이 타죠. 대화는 없지만 한패라는 게 분명해지죠.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해보니까 황정민 선배가 왜 그렇게 노려보고, 구니무라 선생도 왜 또 그렇게 노려보는지, 마치 서로 원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박찬욱_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면 되지 않나.

나홍진_네, 말씀도 드려봤죠. 그런데 한 얘기를 또 하니까 부언이 되더라고요. 이미 영화는 설명을 했는데 마치 눈치 못 챈 분들을 위한 괜한 부언이 되니까.

박찬욱_맞아, 그럴 수 있지. 그리고 마지막에 팩스가 왔던 것 같은데요? 외지인이 일제강점기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지금 살아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도 보여주는.

나홍진_네, 그런 것도 있었죠. 영화에 여권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고 그걸로 신원조회에 들어가죠. 그러다 영화가 다 끝나고 난리가 난 경찰서 구석에 팩스 한장이 출력되는데 무수한 사람들 발길에 밟히고 사라지죠. 그 팩스에 그 내용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건 아예 촬영하지도 않았어요.

박찬욱_그럼 촬영하고 덜어낸 장면은 또 뭐가 있죠?

나홍진_정말 많죠. 숲속에서 외지인이 불쑥 튀어나오는 장면도 있었는데, 그 장면은 관객의 시선이 종구(곽도원)로부터 떠나서 외지인의 정체로 초점을 옮기게 되는 장면이었어요. 대략 5분이 넘는데 그걸 버렸죠. 무명(천우희)과 쫓고 쫓기면서 상처를 입고.

박찬욱_그러다 고속도로로 떨어지는 건가?

나홍진_네, 그러면서 종구가 산을 내려갔다가 다시 친구들 데리고 산으로 올라오고. 정말 버리기가 싫었는데.

박찬욱_맞아, 시나리오에서는 그 부분이 되게 길었어. 그걸 다 찍었구나? 게다가 실제 비는 비대로 쏟아지니 어렵게 촬영한 장면이라 정말 버리기 아까웠겠다. 로케이션 나가서 힘들게 찍은 장면들은 진짜 버리기 아깝죠. 그래도 연출의 원칙이란 게 있으니까.

나홍진_네 정말 갖고 싶었죠. 잠깐이나마 포커스가 외지인에게로 바통이 넘어간다는 게 저는 좋았거든요.

박찬욱_결국 관객이 종구만 따라다니게 하려고 그랬군요.

나홍진_네, 어쩔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외에 다른 인물들도 있는데 그들도 손상을 입는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전에 감독님이 박춘배(길창규)라고 좀비 비슷한 사람이 나오는데 ‘그건 왜 넣은 거야?’라고 물으신 적도 있어요. 무슨 말씀을 못 드리겠더라고요. (일동 웃음)

박찬욱_맞아, 아까 얘기한 시선의 분산, 그런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 좀비장면 이상하다고 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지. 물론 내 말을 안 들었지만(웃음), 근데 극장에서 보니 웃기긴 웃기더라.

나홍진_네, 웃기려고 한 장면은 맞아요. 그런데 감독님이 ‘나 같으면 안 넣을 것 같다’고, ‘좋지 않은 웃음’이라고 하셨죠. 여기 액자 메모를 봐도 좀비장면을 포함해 뺐으면 좋을 것 같다는 X표가 되게 많아요. (일동 웃음)

박찬욱_유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곡성> 보면서 내가 가장 많이 웃은 관객 중 하나였어요. 나하고 아내하고 너무 많이 웃어서 옆에서 눈치주고 그러더라고. (웃음) 그런데 그 유머 중에 가장 좋았던 건 건강원 장면이었어요. 건강원의 친구 덕기(전배수)가 증거를 보여준다면서 어딘가로 가는데 아무것도 없어. 그러면서 ‘증거가 없는 게 증거’라고. 난 그게 <곡성>이라는 영화 전체를 요약한다고 봤어요. 증거 없음이 증거이고, 부재함으로써 설명을 해준다는. 흘러가는 유머처럼 보였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담긴 장면이어서 가장 좋은 대사와 장면 중 하나였어요. 아무튼 동네 친구들이 어쩜 그리 다 연기를 잘하는지. (웃음)

<아가씨>

<아가씨>의 1부와 2부

나홍진_<아가씨>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특히 2부가 좋았어요. 가슴이 벌렁벌렁할 정도로? (웃음) 굳이 비교하자면 <곡성>도 그렇고 저는 늘 한 호흡으로 달려가는 영화를 했던 사람이라 <아가씨>처럼 한 영화에서 시점이 이동하고 스토리텔링이 분리되는 그런 걸 잘 못하니까. 1부와 2부의 서로 다른 차이가 궁금했어요.

박찬욱_다 똑같이 촬영한 장면들의 분리지. 어느 세월에 나눠서 다 찍겠어요. (웃음)

나홍진_한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저 같으면 1부와 2부를 아예 나눠서 차례로 따로 찍을 것 같아요. (웃음)

박찬욱_연기나 기타 등등 많이 다르게 가려고 작위적으로 그러진 않았어요. 그게 한 사람의 캐릭터 안에 다 있으니까 별로 어렵진 않더라고. 누구든 그렇겠지만 자기 성격의 악한 면과 싸늘한 면이 있을 텐데, 김민희 배우는 그 표현을 힘들어하지 않더라고. <아가씨>가 <곡성>보단 쉬운 영화잖아? (일동 웃음)

나홍진_2부를 보면서는 콘티 때문에 진짜 머리 아프셨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인물의 양면성을 표현하는 것은 배우 개인의 역량이기도 하지만 촬영기술이나 연출로도 드러나는 거니까요. 특히 김민희 배우를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그전까지 제가 알던 배우가 아니라서. 관람 전에 스틸의 눈빛만 봐도 완전히 다른 게.

박찬욱_시대적 배경이나 의상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김민희는 <아가씨> 이전에 변영주 감독의 <화차>(2012)나 노덕 감독의 <연애의 온도>(2012)에서도 되게 좋았어요. <화차>도 좋지만 <연애의 온도>도 꼭 한번 봐봐요. 그런데 그런 영화는 절대 안 보지? (일동 웃음)

나홍진_아닙니다. 꼭 보겠습니다. (웃음) 배우를 발견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하게 봐야 할 거 같아요. 한국영화계에 좋은 배우들이 정말 많아요.

박찬욱_사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곡성> 같은 무서운 영화는 절대 안 봐요. 특히 아내는 심한 닭 공포증이 있어서 우리에 갇힌 것도 못 보는 사람이죠. (웃음) <곡성>에 닭이 무섭게 나온다고 해서 절대 안 보겠다는 아내를 기어이 끌고 가서 손 꼭 잡고 본 건데, 유머가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미리 시나리오를 봐서 그런지, 걱정만큼 무섭진 않더라고. 또 뭐가 툭 튀어 나오는 식의 일차원적인 공포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문제 없이 잘 봤다, 그러고 나왔는데 나중에 자려고 누웠는데 잠들자마자 너무 무서운 이미지를 봤어요. <곡성> 장면은 아닌데 <곡성>의 영향을 받은 거지. 학교 건물 같은 곳에 있는데 어떤 무서운 남자가 다가오는. 그렇게 깨어나서 힘들어하다가 ‘어떻게 다시 잠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래 <아가씨> 생각을 하자. (웃음) <아가씨>에서 하정우가 웃기게 나오니까 하정우 생각을 하자’ 그러면서 다시 눈을 감았는데, <아가씨>가 아니라 계속 <추격자>가 떠오르는 거야. (일동 웃음) 에이 참, 하고 그냥 일어나버렸어. 나 같은 관객이 정말 많을 거예요.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이상하게 나홍진의 영화에는 그처럼 깊이 새겨지는 이미지의 힘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참 쉬운 게 아니거든.

나홍진_무서운 거 못 보신다는 얘기 들었는데, 아무튼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참여하신 옴니버스영화 <쓰리, 몬스터>(2004)에서 연출하신 <컷>에는 손가락을 다 잘라버리는 장면도 있는데, 너무 저를 몰아붙이시는 것도. (웃음)

박찬욱_하하 그런가. 내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중에 알렉상드르 타로라고 있는데,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2012)에도 출연한 사람인데, 그 사람이 내 팬이라고 하면서 음반에 사인을 해서 준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컷>에서 피아니스트로 나온 강혜정의 손가락에 풀을 묻혀서 써는 장면 얘기를 하더라고. 모든 피아니스트의 악몽이라고, 정말 최악의 영화라는 거지. (웃음) <컷>을 준비하면서 피아니스트에게 최악의 형벌이 뭘까 고심했었는데, 현역 피아니스트가 그렇게 얘기하기에 성공한 거지.

나홍진_올해 칸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경쟁부문 <아가씨> 상영이 끝난 뒤였어요. 주변에서 <아가씨>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영화를 못봤는데 베드신 얘기도 많이 하니까 괜히 더 궁금하고. (웃음) 어쨌거나 나중에 극장에서 보고 느낀 건, 진짜 아름다웠어요. 나는 도저히 찍지 못할 저런 장면들을 위해 어떻게 대화하고 배려하고 관여하고 그랬을까, 아무래도 여배우들이 주인공이다보니 연출자로서 어디까지 그들의 판단에 기댔을까, 그런 것도 궁금했죠.

박찬욱_촬영 전에 뭐든지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사소한 자세까지 다 시나리오에 썼죠. 그걸로 스토리보드를 먼저 만들었는데 정말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어디서 어디까지 노출되는지, 자세는 세밀하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해두고 그다음엔 옷을 입은 채로 연습을 했죠. 그런 자세가 가능한지 연습 겸 점검이랄까. (웃음) 그런 연습을 할 땐 감정은 필요 없고 몸이 어떻게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지, 이 자세에서 다음 자세로 넘어갈 때의 과정이 어떨지, 혹시 보이면 안 되는 부분이 보일 위험은 없는지 등을 확인했어요. 최종적으로 카메라가 어디에 있고 앵글과 사이즈는 이러저러하다 다 설명해주고. 말하자면, 이미 했던 마음의 준비지만 카메라 앞에서 다시 한번 최종적으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끔. 그리고 그런 장면은 최대한 빨리 찍는 게 좋아요. 보통은 힘든 신이니까 촬영 후반으로 미루기 쉽거든. 그런데 그러면 배우들이 다른 장면 찍을 때도 계속 ‘잘해낼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느라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죠. 가급적 일찍 후다닥 찍는 게 속편해요.

나홍진_맞아요, 그 촬영 시점도 정말 궁금했어요. 전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촬영 시점이 되게 고민될 것 같아요. 아무튼 저는 여배우와 그런 식의 소통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더 궁금했는데, 뭔가 좀 배우는 것 같습니다.

<곡성>

<곡성>에서 가장 예쁜 장면은?

박찬욱_나에게 <곡성>의 가장 예쁜 장면을 고르라면, 일광이 맨 처음 입고 나오는 의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옷을 입힐 줄은 몰랐거든. 예고편에서부터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안에 받쳐입은 옷까지 배색이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무당이 저런 옷을?’ 하는 독특한 느낌도 받았죠. 그런데 나도 <만신>(2013)을 만든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단편 <파란만장>(2010)을 작업해본 적이 있어서, 그런 세계에 대해 지켜보고 배우고 한 적 있거든, 그러다보니 ‘맞아, 저렇게 입을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무당들은 연예인 같은 면이 있어요. 남들 앞에 서는 배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지. 그 의상의 느낌도 내게 적잖은 영향을 준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언제나 나 감독 영화의 의상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나홍진_<추격자>와 <황해>도 같이 했던 채경화 의상실장이에요. 어떤 디자이너가 딱 하나 작업해놓은 의상이었어요. 마침 그게 황정민 선배의 핏에 딱 맞았던 거죠. 사실 일광이 그 옷을 입은 채로 구토도 하고 코피도 흘리기 때문에 여벌이 필요했는데 똑같은 기성품을 구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채경화 실장이 똑같이 카피를 해보겠다고 했는데, 저는 카피는 믿지 않거든요. 아무래도 달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냥 그 한벌로 다 찍었어요.

박찬욱_정말? 바지도 약간 헐렁한 것이 멋지고 안에 받쳐입은 스웨터 색도 오묘하고, 무엇보다 파르스름한 재킷 색깔이 영화 속의 새벽빛 정경과 잘 매치되는 느낌이었어요. 일광의 재킷에서 영적인 기운을 느꼈다고나 할까.

나홍진_네, 그래서 사실 나중에 자세히 보면 얼룩도 그대로 다 남아 있어요. (웃음) 그런데 진짜 카피를 하면 그 핏이 안 나올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한벌로.

박찬욱_외지인과 일광이 입은 훈도시도 궁금했어요.

나홍진_<아가씨>에서 감독님이 베드신 노출로 조심스러우셨다면 저는 <곡성>에서 외지인 노출이 골치였어요. 시나리오상에서는 완전히 발가벗은 상태로 고라니를 뜯어먹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그랬다가는 성기 노출까지 다 되는 적나라한 자세라 멀리서 살짝 어둡게 처리할까, 하여간 여러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훈도시를 입는 것으로 갔어요.

박찬욱_나중에 일광이 입은 훈도시와 연결돼서 난 그 설정이 정말 좋았는데, 듣고 보니 정말 실용적인 이유였구나. (웃음) 아무튼 황정민이 옷 갈아입을 때 훈도시가 살짝 보이는 게 참 재치 있었어요. 난 중요한 설정이나 연결지점을 그렇게 지나가듯 슬쩍 보여주는 걸 좋아하거든.

나홍진_그건 황정민 선배 아이디어였어요. 아무튼 황 선배는 현장에서 계속 뭔가 아이디어를 얘기하세요. 내가 듣건 말건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 그러시죠. 반영 안 돼도 괜찮다 하시지만 막상 안 들어주면 가끔 삐칠 때도 있고. (웃음)

박찬욱_걔도 그래, (이)병헌이. (일동 웃음) 내가 반영하든 안 하든 계속 뭘 얘기하지.

나홍진_황정민 선배는 사소한 것일지라도 관객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한번은 제가 ‘저는 <곡성>이 안 친절해도 되는 영화 같습니다’라고 얘기한 적도 있어요. (웃음) 아무튼 감독님도 황정민 선배와 같이 작업한 적은 없어도 꽤 얘기를 들어서 아실 텐데, 황정민 선배는 현장에서 배우나 스탭들을 챙기는 오지랖이 가끔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예요. (일동 웃음) 사실 저는 <신세계>(2013)를 보면서 황정민이라는 배우에게 정말 환장할 정도로 놀랐어요. 그런 연기는 진짜 쉽지 않거든요. 근본적으로 선한 사람인데 영화에서 정청(황정민)처럼 그런 식으로 선함을 표현하는 건 정말 대단한 거죠.

박찬욱_곽도원 배우 얘기도 하자면, 난 처음에 늘 같이 했던 김윤석과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곽도원이 잘하더라구요. 간땡이가 쥐좆만한 캐릭터를 참. (웃음)

나홍진_저는 김윤석 선배만큼이나 오래 했던 하정우 배우가 <아가씨>에서 너무 잘해서 좋았어요. 특히 정우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정말 웃겨요.

박찬욱_하정우는 내가 고맙죠. 배우 크레딧도 세 번째고, 마음만 먹으면 원톱으로 휘젓고 다닐 능력이 있는 배우인데 적당하게 주변을 배려하면서 그 배려가 또 선을 넘지는 않고, 그러면서 자기만의 적당한 지점으로 찾아가는 그 마음가짐이 아름다웠고 프로다웠지. 직접 연출을 해본 사람이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고.

나홍진_특히 마지막 대사를 보면서는 정말. (웃음) 이런 자리에서 절대 거론하면 안 되는 단어들이 <아가씨>에 정말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그게 비주얼과 이질감을 빚을 때도 좋았어요. 영화를 보면서 귀에 들리는 것과 눈에 보이는 것의 그런 기묘한 차이라고나 할까. 그런 경험도 저는 처음 해본 것 같아요. 그외에 문소리, 김태리 배우 모두 물 흐르듯 작품 속에 녹아든 느낌이 정말 유려했어요. 특히 김태리가 아가씨 김민희를 살리려고 하는 장면, 너무나 짧은 순간인데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그다음의 롱숏도 진짜 좋았고요.

박찬욱_<곡성>의 여배우로는 ‘무명’ 연기가 쉽지 않겠던데 천우희가 정말 잘해낸 것 같아요. 짧은 문장으로 ‘집에 가’ , ‘돌아가’ 하는 것인데도 그걸 천우희가 해서 그런지 은근히 웃기기도 하고.

나홍진_음, 웃으면 안 되는 장면인데. (일동 웃음)

박찬욱_아 미안, 오묘한 표정으로 툭툭 대사를 던지는 그 느낌이 좋았다구…. (급 화제 전환) 그리고 <곡성> 음악이 진짜 좋았어요. 아마도 장영규의 작업 중에 최고가 아닐까 싶어. 그런 스타일의 영화음악이 한국영화에 드물었던 것 같아요. <아가씨>의 조영욱 음악감독이 남 칭찬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어우 장영규’ 그러면서 좋아하더라고.

<아가씨>, ‘최적’의 상태로 완료되어 있다는 느낌

나홍진_<아가씨>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계속 뭔가를 ‘발견’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순간순간 이 영화에서 뭔가를 찾아내고 싶다는 그런 생각 말이죠. 그런데 그냥 계속 영화를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다 끝났을 때의 여운도 컸고요. 감독님의 이전 영화들과 중요한 차이점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뭐랄까, 그냥 영화 전체가 팽팽하고 밀도 높게 뭉쳐진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 같은 느낌? 어느 순간 그냥 드라마를 따라가자는 생각이 들었죠. 예전에는 감독님이 얘기한 이번 영화의 어떤 컨셉이라는 것이 그저 영화의 한 요소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영화 전반으로 퍼져 있는 느낌도 받았고요. 그러면서 서로 매치가 안 되는 것 같은 비주얼과 사운드가 인물들의 사연과 함께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고. 사실 박 감독님을 롤모델처럼 여기는 후배감독들이 많은데 ‘아, <아가씨>로 또 저 멀리 가셨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런 점들을 다 고민해보건대 <곡성>은 매 순간 어려운 결정들을 많이 한 영화였어요. 내 선택이 맞는 건가, 영화 속 인물들처럼 계속 고민하고 후회하고. 반면 <아가씨>는 감독님 영화들 중에서 어떤 ‘확신’이 많이 보인 영화였어요. 그래서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진짜 이번 영화는 어떤 확신으로 만드신 건지, 한편으로 후반작업에서는 또 어떤 후회 같은 게 없으셨는지?

박찬욱_와, 이 질문을 어떻게 말로 풀지? (일동 웃음)

나홍진_그럼, 그냥 ‘감’이셨군요! 역시 대단하신. (웃음)

박찬욱_촬영 정정훈, 미술 류성희, 편집 김상범, 각본 정서경, 의상 조상경 등 나는 오랫동안 같이 해온 사람들이 많은데 그게 <아가씨>에서 특히 많이 작용한 것 같아요. 이미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원작을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싶다, 라는 의도나 컨셉이 충분히 전달되었고 이후 굳이 이래라 저래라 사소하게 얘기할 필요 없이 정말 순조로웠죠. 물론 지나간 일이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웃음) 후반작업까지 전체적인 작업 기간은 길었지만 촬영 자체도 <박쥐>(2009)보다 일찍 끝냈고. 70회차 예정했는데 68회차로 끝났죠.

나홍진_그럼에도 순조롭지 못했던 무언가는 없으셨나요?

박찬욱_아마 류성희 미술감독이 머릴 많이 쥐어뜯었겠죠. 가장 마지막까지 결정짓지 못했던 것 중 하나는, 지하실에 무언가가 있는데 어린 히데코(조은형)가 지하실에 한번 갔다가 도대체 뭘 보고 트라우마가 생겼을까, 한 거죠. ‘문어다!’라는 것에 다들 만족을 못하더라고. 그냥 문어가 아니고 ‘존나게 큰 거다!’라고 했는데도 다들 그걸로는 부족하지 않냐는 거죠. 그 이상은 나도 몰라, 아이디어 없다고 했더니 류성희 미술감독도 혼자 머리 쥐어뜯고 고민하다가 결국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했어요. 그렇게 결국 문어로 하기로 했는데 나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보다 더 역겨운 신을 만들지 않아도 문어가 있고 문어 춘화가 있고 하면 상상으로 결합이 되니까. 그것 말고는 <아가씨>를 만들면서 처절하게 더 고민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곡성>을 보니까 내가 너무 쉽게 만든 건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웃음) 더 처절한 무언가가 있어야 영화가 영화답고 그럴 텐데.

나홍진_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혼란스러워요. (웃음)

박찬욱_아냐, 아마도 <아가씨>와 <곡성>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세트 촬영과 로케이션 촬영의 묘미일 거 같은데, 바깥에 나가서 그렇게 고생하고 찍은 생생함이나 스탭들의 땀과 노력이 스며든 매 장면의 완성도는 제대로 평가받아야죠.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 로케이션의 리얼리티가 정말 짜릿짜릿했어요. 121회차 촬영? 난 정말 그렇게 못 찍을 것 같아요. 그런데 <황해> 때는 무려 180회차가 넘었던가. 다들 술 마시며 고생한 얘기할 때 하정우가 “<황해> 180회 찍었습니다”라고 하면 다들 깨갱. (웃음)

나홍진_그렇게 오래 찍으면, 열 몇달 동안 매일 모니터를 보는 거잖아요? 그러면 무술하는 고수가 상대 동작을 아주 편안하게 지켜보면서 다 피하는 그런, 1초의 동작이 길게 보이는 현상을 느끼게 돼요. (일동 웃음) 그냥 동작 하나하나 다 보이는.

박찬욱_감독으로서 그런 게 입신의 경지로구나. (웃음)

나홍진_나 또한 감독으로서 어마어마한 능력이 생겼나보다 하고 느끼는데, 아쉽게도 크랭크업하는 순간 싹 사라져요. 다음 영화를 할 때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죠. (웃음)

박찬욱_나는 로케이션 촬영의 경우 국내에서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가장 힘들었는데, <스토커>(2012)가 월등하게 다 압도해버렸죠. (웃음) 40회차에 끝내야 하니까 분단위도 아니고 초단위로 생각해야 하고, 해 떨어지는 시간이 오면 너무 긴장되고, 아무튼 나는 힘든 로케이션 촬영보다 오히려 넉넉한 회차로 드라마 장면을 오래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들의 변화 같은 것도 세밀한 감정에 담길 수 있게끔.

나홍진_제가 확신에 관한 질문을 드렸던 이유는, <아가씨>를 보면서 매 장면 세팅부터 연기까지 뭔가 모든 것이 ‘최적’의 상태로 완료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였던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 감독으로서 미숙하다고 생각해서 현장에서 어떻게든 치열하게 해보자, 뭘 좀더 해보자, 그런 생각이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제일 무서운 건 현장에서 ‘내 판단이 틀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휩싸일 때예요. 정말 무서워요. 그런 고민이 <곡성>을 보면 보인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가씨>를 보면 감독님께서 진짜 흔들림 없이 연출한 게 보여요. 그래서 과연 저 감독님은 후회 같은 걸 안 하는 걸까, 매 장면 불안 같은 건 없는 걸까, 그런 게 궁금했죠.

박찬욱_성격 차이인 것 같아요. 뭐랄까, 난 후회를 잘 안 해요. 잘 찍어서가 아니라 지나간 거 후회해봐야 뭐해, 그런? (웃음) 지나간 거 어떻게 해볼 수 없으니까 못 찍었으면 잘라버리고, 그래도 안 되겠는 건 음악이든 뭐든 써서 넘어가보려고 하는 거고. 스토리보드나 콘티를 치밀하게 짜는 것도 현장에서의 변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것이고. 나 감독 얘기처럼 ‘내 판단이 옳을까’ 하는 고민을 최대한 멀리하려고 해요. 현장에서 그런 고민을 하게 되면 이미 늦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촬영 들어가기 전에 책상에 앉아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놓고 시작하자고 생각하죠. 그게 주변 사람들을 덜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 물론 진짜 치열하게 현장에서 이렇게 저렇게 바꾸고 고민하는 것도 최종적인 결과물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는 그러질 못해. 최대한 현장에서 편하게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인 거죠.

나홍진_그런 생각은 오래전부터 그러셨던 건가요?

박찬욱_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1992)과 두 번째 영화 <3인조>(1997)는 여건상 프리 프로덕션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여러 가지로 쫓기게 찍었어요. 뒤늦게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려도 반영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공동경비구역 JSA>는 모든 것을 최대한 미리 정해놓고 시작하자고 생각했죠. 현장에서 편히 있고 싶으니까. 그런데 그것의 상당 부분은 배우들과 노는 게 재밌어서 그런 거죠. 그 또한 영화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옛날부터 나홍진처럼 현장에서 막 치열하게 했으면 지금쯤 더 좋은 감독이 됐을 텐데. (웃음)

나홍진_무슨 그런 말씀을. (웃음) 사실 저도 촬영 들어가기 전에 스토리보드를 정말 꼼꼼하게 챙기는 편이거든요.

박찬욱_맞아. 심지어 <곡성>과 <아가씨>는 차주한이라고 같은 스토리보드 아티스트가 작업한 영화죠. 그런데도 이런 차이가 있는 게 재미있지.

나홍진_네,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현장에서 그게 잘 안 돼요. <곡성>도 몇회차 찍고 나서 사실상 스토리보드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홍경표 촬영감독님이 굉장히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면이 있거든요. 그렇게 한번 같이 가보자고 생각한 거죠.

박찬욱_홍경표는 한국의 크리스토퍼 도일이죠. (일동 웃음) 그러고 보니 크리스토퍼 도일이 <모텔 선인장>(1997) 촬영할 때 홍경표 촬영감독이 촬영부이기도 했네.

나홍진_그래서 이런 분과 일하게 된 건 그런 스토리보드에 대한 집착을 버리란 뜻인가보다 했죠. 그게 이 영화와 맞다고도 생각했고요. 어느 쪽이 더 낫다, 그런 판단은 잘 못하겠어요. 그런 점에서 아직 저는 감독님처럼 그런 뚜렷한 원칙 혹은 스타일 같은 걸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차기작에 대하여

나홍진_이제야 하는 얘기지만, 저는 박 감독님 연출부를 너무 하고 싶어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준비하실 때 연출부 지원을 했는데, 잘렸어요. (웃음) 이력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잘 써서 보냈는데 혹시 감독님이 자르신 건가요?

박찬욱_아니, 나는 연출부 뽑는 걸 조감독에게 일임하니까 당시 조감독이 결정한 일일 텐데.

나홍진_그때 감독님 연출부가 되었다면, 많은 걸 배워서 현장에서 더 쉽게 영화를 찍는 감독이 되었을 텐데. (웃음)

박찬욱_일단 그때 내 연출부가 되었다면 <추격자>라는 영화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의 나홍진이 없을 텐데 무슨 그런 소리를. (웃음) 얘기 들어보면 마틴 스코시즈 같은 노장 대감독도 현장에서 무지하게 치열하대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 같은 영화 보면 그런 게 딱 보이죠.

나홍진_이제 <아가씨>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박찬욱_일단 여성 얘기는 당분간 그만하려고. (웃음) <스토커>도 여성 둘, <아가씨>도 여성 둘의 이야기여서 이번에는 좀 다른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나홍진_지금 여성 팬들이 무척 많은데. (웃음)

박찬욱_그래서 <아가씨>의 흥행이 기쁘지만, 이참에 남성 팬 관리도 좀 하려고. (웃음) <아가씨> 무대인사 가면 관객의 90%가 여성이에요. 나머지 10% 남성도 여자친구한테 끌려온 분들 같아요. 한번은 조진웅이 무대인사 중에 한 남자 관객한테 ‘끌려오셨죠?’ 하고 물었더니 ‘네!’ 그러더라고. 또 ‘원래 뭐 보고 싶었어요?’ 하고 물었더니 ‘<엑스맨>이요!’라며. (웃음)

나홍진_여러 인터뷰에서 차기작으로 말씀하신 <도끼>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감독님 작품들 보면 <복수는 나의 것>과 <박쥐>처럼 오래 품고 있다 만들게 된 작품들이 있는데, 전에 준비하다 보류하셨던 <도끼>도 그런 작품처럼 느껴져서 어떨지 궁금합니다.

박찬욱_<도끼>가 되면 정말 좋은데 아직은 투자 확정 전이라, 빨리 정해져서 준비하고 싶죠. 아무튼 오늘 비도 오는 게 괜히 <곡성> 생각나는 날이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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