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학교 영화뮤지컬학부의 역사는 길지 않다. 2005년에 시작해 올해 막 문을 연 지 10주년을 맞는다. 학부는 길지 않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영화, 공연 현장에 제 이름을 새긴 작품들과 함께 꾸준한 성장세를 드러내며 수도권의 내실 있는 예술학교로서 거듭났다. 올해 신축 건물 창조예술관으로 터를 옮긴 영화뮤지컬학부 영화전공 학생들에게 2015년은 원년 같은 해다. 깨끗한 시설을 점하게 된 건 물론 촬영 스튜디오, 믹싱룸, D.I룸 등 새로 단장한 쾌적한 교육시설공간은 학부생들에게 과분할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D.I룸은 호화로운 기자재를 자랑하는 일부 학교들의 그것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예전 공간이었던) 제5공학관 부대시설이라고는 녹음실과 편집실이 거의 전부였던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개선이다. 기자재와 시설이 여의치 않아 기술적인 수업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젠 D.I룸이 생겨 이 시설에 특화된 수업도 신설할 수 있게 됐다. 이론보다는 실무관련 과목이 더 늘어난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실습할 때조차 일부 포스트 프로덕션은 외부에서 진행해야 했는데, 지금은 학부가 위치한 창조예술관 2층에서 모든 공정이 가능하게끔 시설이 마련됐다. ‘알고리즘’의 조의대 대표가 D.I수업을 진행하며, 일부 학생들이 ‘알고리즘’에서 의뢰받아 D.I 작업하는 작품에 보조로 참여한다.
일찌감치 현장의 분위기를 배워간다
영화전공 교수진은 모두 ‘현역’이다. 대부분 영화과 교수들의 프로필에서 현장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학위나 논문들이 먼저 읽히는 것에 비하면, 이는 분명한 차별점이다. 기자이자 영화평론가, 현재는 전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도 겸하고 있는 김영진 교수는 이론과 관련한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명지대학교 영화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목적이 각각 이론과 실무에서 비슷한 비율로 나뉘는 것을 떠올려보자면 전임교수 가운데 유일하게 이론을 맡은 그의 책임이 상당히 막중한 셈이다. 1990년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로 데뷔해 <철수♡영희> <별빛 속으로> 등을 연출한 황규덕 교수는 김영진 교수와 함께 영화과를 이끌어온 또 하나의 축이다. 그는 주로 학부 초반에 이뤄지는 시나리오/서사 작업을 돌본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황규덕 감독의 대표작 <별빛 속으로>가 복합적이고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미묘하게 구현한 작품이었다는 사실은 그의 강의에 대한 믿음을 굳게 다지게 하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다. 황규덕 교수가 서사를 꽉 잡아준다면, 박동현 교수는 이른바 ‘아티스틱 뷰’를 고양시킨다.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기이한 춤: 기무>를 연출하고 수년째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영화의 감춰진 가능성을 학생들에게서 끄집어낼 방도를 고민한다. 올해 처음 부임한 박홍열 교수는 <하하하> 이후 모든 홍상수 영화의 촬영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간신> 등 상업영화로도 필모그래피를 건강하게 채우고 있는 촬영감독이다. 영화기술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지식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그답게 영화 만드는 공정 구석구석을 쉽게 전한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자자하다고. 그 밖에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의 변승욱 감독은 초급 제작실습, <아부의 왕>의 정승구 감독은 편집과 프로덕션 디자인, <팔월의 일요일들>의 이진우 감독은 겸임•초빙교수로서 연기연출을 가르치고 있다. 아울러 현장에서 활발하게 평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병원 객원교수, 이상용, 정지연 평론가 등이 이론비평 교육을 단단하게 보조하고 있다. 현장에 가까운 교수들 덕분일까? 많은 학생들이 학부를 아직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휴학이나 방학을 경유해 일찌감치 현장의 맛을 보기 시작한다.
‘작품 크리틱’ 통해 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면학 분위기는 전적으로 자유로움을 지향한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이미지”를 고민하는 것이 창작의 첫걸음이라고 믿고 있는 교수진은 상투적인 수업 틀을 최대한 배제했다. 커리큘럼의 경우, 학년마다 할당된 과목의 합이 학년 구분 없이 수강할 수 있는 선택과목 수와 엇비슷한 점은 이를 증명하는 흔적이다. 수업당 (한 학년 인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0명 가량이 수업에 참여하는 고급제작실습 수업을 진행하는 박동현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바깥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토론 방식으로 강의를 끌어나간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한국의 교육환경에서 이와 같은 열린 방식을 처음엔 꽤 낯설어하지만, ‘자기 작업’을 하려는 학생들의 작품 결과물에서는 금방 긍정적인 영향이 드러났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특별히 좋은 수업은 1학년의 초급제작실습과 2학년의 촬영조명수업, 카메라, 조명 등이다. 첫 학기에는 실습수업 없이 이론수업과 교양과목으로 교육과정이 채워지기 때문에 자신이 머릿속에 그린 영화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아직 모르는 때라 대다수 학생들은 더욱 촬영실습을 기다린다.
대부분의 교육과정을 학생들의 재능과 기호에 맞게 설계하도록 마련한 한편, 약속처럼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있다. 창조예술관으로 옮기기 전 영화과는 강당에서 일주일에 한편씩 정기적인 영화 상영을 운영한 바 있다. 현장에 밀접한 영화과 특성상 학부 동안 작업 위주로만 생각하다보니 꼭 챙겨봐야 할 필수 교양 같은 영화조차 모르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새 건물로 이사 오면서 시사실(이자 D.I룸)의 정리를 위해 잠시 멈췄던 영화 상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7.1채널 돌비사운드와 바코(Barco)사의 2K 프로젝터가 갖춰진 시사실을 시네마테크로 불러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더불어 매해 12월, 학기를 마친 직후 진행되는 ‘작품 크리틱’은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된다. 한해 동안 만들어진 1, 2, 3학년의 실습작품과 졸업작품을 상영하고 날선 비평이 가해지는 크리틱 시간은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이다. 모든 학부생이 모여야 하는 이 자리는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전할 수도 있지만, 그 오랜 시간이 지나고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 새벽을 맞으면 한껏 크게 성장한 서로를 마주할 수 있다고 한다.
입시전형
명지대학교 영화뮤지컬학부는 나군에서 영화전공 10명을 다군에서 뮤지컬공연전공을 11명(공연 8명, 연출기획 3명) 뽑는다. 반영비율은 두 전공 모두 수능 20%, 실기 80%. 원서접수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12월24일 오전 10시부터 29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영화전공의 실기고사는 당일 정해지는 영화를 보고 감상 및 분석평을 써내는 것으로, 내년 1월12∼19일 실시될 예정이다(고사장 발표는 1월5일 오후 3시). 뮤지컬공연전공 실기는 노래, 연기, 댄스(공연), 기초지식 및 자기 비전에 관한 논술(연출기획)을 평가한다. 1월20∼27일에 진행된다(고사장 발표는 1월15일 오후 3시).
“수동적이지 않은 학생 찾는다”
예술체육대학 영화뮤지컬학부 영화전공 박동현 교수
-고사 당일 상영되는 영화를 본 후 감상 및 비평문을 쓰는 방식으로 실기고사가 진행된다.
=4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전엔 자기소개서와 시나리오 구성안을 쓰는 것이었는데, 점점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준비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아 지금의 방법을 택했다. 영화는 우리 학생이 만든 작품과 대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초기작, 해외영화제 상영작 등 학생들이 접하지 못했을 만한 작품 중 무작위로 정해진다. 영화를 보고 자기 식대로 분석해 조금 더 크리에이티브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신입생을 뽑기에 더 좋다고 생각한다.
-매해 과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의 양은 어떤가.
=평소 실습작품으로 만들어지는 작품 수는 약 20편 이상이다. 졸업작품의 경우 편차가 크다. 졸업작품은 많으면 6~7편, 적으면 1~2편이 나온다.
-명지대학교 영화전공에 지원하는 이들을 위한 팁이 있다면.
=평소에 영화를 많이 보되, 미리 남이 써놓은 정보를 갖고 보지 말고, 연출자가 그 영화를 왜 만들었는지 등 영화 전반에 관한 걸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서 자기가 생각한 걸 남의 글과 비교해보면서 입장을 정리해보기도 하고. 이런 방식이 익숙한 학생들에게 우리 과 입시는 꽤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명지대학교 영화전공이 바라는 학생상은 무엇인가.
=수동적이지 않고, 스스로 자기가 목표하는 바를 이뤄내는 학생, 즉 자기주도적 학생이다. 대다수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면서 거기서 떠먹여주는 대로 준비하는 걸 익숙하게 여긴다. 그런 학생들은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다. 창조적인 걸 한다는 것은 자기 안에서 발생된 걸 소화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게 잘 안 됐을 때 도움을 청하고, 조언을 받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이 우리 학교 영화과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해결책을 내주는 것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우리 교수들이 하는 역할은 방향을 알려주고 선택할 것의 수를 줄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