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콜린스>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단 한마디는 ‘알 파치노’다. 주연으로 오직 알 파치노만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감독의 고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알 파치노는 호사와 호색에 지친 슈퍼스타 대니 콜린스를, 유머러스하고 인정 많은 인간 대니 콜린스를 자유자재로 표현해낸다. 지독히 이기적이면서 누구보다 따뜻한 대니 콜린스라는 캐릭터는 배우 알 파치노 속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우아하게 나이 든 아네트 베닝은 알 파치노와 안성맞춤 연기 앙상블을 이룬다. 이 영화는 영국의 뮤지션 스티브 틸스턴의 사연이 모티브가 되었다. 1971년, 존 레넌은 갓 데뷔한 스티브 틸스턴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친필편지를 쓴다. 그러나 중간에 사라진 편지는 무려 34년이 지나서야 틸스턴의 손에 들어간다.
평범한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성공과 좌절을 겪으며 65살을 맞이한 대니 콜린스는 특별한 생일 선물을 받게 된다. 선물은 바로 40년 전 존 레넌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였다. 어린 나이에 부와 명성을 거머쥔 대니 콜린스는 어느 순간부터 뮤지션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술과 마약에 의존해 살아왔다. 전용비행기에, 20대 약혼녀까지, 부족함이라곤 없어 보이는 생활을 하지만 대니 콜린스는 늘 허기진 사람처럼 지쳐 있다. 과거 히트곡으로 채워진 그의 콘서트는 연일 만원이지만 대니 콜린스는 자신을 어릿광대라고 느낀다. 뒤늦게 읽게 된 존 레넌의 편지는 대니 콜린스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고 음악에 몰두했던 초심을 일깨운다.
<대니 콜린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다른 한 가지는 존 레넌의 음악이다. <이매진> <러브>를 비롯해 그의 솔로곡 10곡이 영화 전체에 흘러나온다. 적재적소에 쓰인 음악은 스토리와 어우러져 새로운 감동을 준다. 영화 초반 대니 콜린스가 그릭 시어터에서 공연하는 장면은 실제 록밴드 시카고의 콘서트 현장에서 휴식시간에 촬영했다고 한다. 물론 노래는 알 파치노가 직접 부른다. <대니 콜린스>는 <라푼젤>(2010), <라스트베가스>(2013) 등에서 각본가로 활약한 댄 포겔먼의 첫 연출작이다. 청명한 가을날,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보기 딱 좋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