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원(서준영)은 우사인 볼트 같은 육상선수를 꿈꾸며 오늘도 달린다. 구림(백성현)은 그 누구에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며 자기만의 세계에 산다. 대성(최태환)은 절친한 친구의 엄마와 나이를 초월한 사랑에 빠졌다. 이들 중 유일하게 공부에 관심을 보이는 서원(변준석)은 서울대 의대에 들어갈 정도의 모범생이나 연애 경험은 전무하다. 이들은 고교 동창생으로 이제 막 스무살을 넘긴 청춘들이다. “나대지 좀 말라”며 윽박지르고, 여학생에게 시험지를 유출해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교사 밑에서 보낸 고교 시절을 떠올리면 그나마 지금이 그들에겐 좀더 좋은 때라 해야 할까. 하지만 저마다의 말 못할 아픔을 들여다본다면 쉽게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스피드>는 <아버지는 개다>(2010), <엄마는 창녀다>(2011) 등으로 ‘기괴한’ 가족극에 천착해온 이상우 감독표 청춘버디무비다. 전작들에 이어 감독은 가난과 폭력, 왜곡된 성관계에 대해 말한다. 유명 가수가 됐지만 마약에 절어 사는 구림은 늘 불안하다. 그는 추원을 향한 우정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다. 겉으로는 밝아 보이나 대성은 자신의 실수로 엄마와 친구가 죽은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서원은 우연히 알게 된 은애(신서현)와 사랑에 빠지나 자신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걸 알고 절망한다. 게다가 은애는 가난 때문에 자신의 몸을 팔아야 한다. 이처럼 <스피드>는 아름답고 건강한 청춘에 반기라도 들 듯, 시종 비참하고 비극적으로 젊음을 그린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맞는 파국적 결말이 지나치게 자기연민적이라 그들의 아픔에 쉽게 공감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