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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냉전이 갈라놓은 북한 유학생과 동독 여성의 사랑

재독 한인 영화감독 조성형의 다큐멘터리 <사랑, 약혼, 이별>

<사랑, 약혼, 이별>

재독 한인 영화감독 조성형(48)의 ‘고향 3부작’ 다큐멘터리가 완성됐다. 1부 <풀 메탈 빌리지>는 헤비메탈축제에 참가한 헤비메탈 팬들이 순박한 시골 사람들과 만나 벌이는 기이한 해프닝을 기록했고, 2부 <그리움의 종착역>은 독일인과 결혼한 재독 간호사가 노년에 남편과 함께 귀국해 남해 독일마을에 힘겹게 정착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마지막 3부 <사랑, 약혼, 이별>(Verliebt, Verlobt und Verloren)은 북한 유학생과 동독 여성이 만나 사랑을 나누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헤어져 다시는 못 만나게 되면서 쌓인 한과 그 후일담을 담고 있다. 지난 6월 말 독일에서 개봉해 현재까지 상영 중인 이 다큐멘터리에는 2000년대 중반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레나테 홍(47년간 북한 출신의 남편을 만나지 못한 그녀의 사연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뿐만 아니라, 동독 유학생을 남자친구나 남편으로 두었던 다른 지역 동독 할머니들과 그 자녀들도 등장한다. 더불어, 1950년대 라이프치히에 유학 온 북한 학생들이 독일어 강사의 발음을 따라 독일어를 익히는 진귀한 자료화면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조국 건설을 위해 형제 사회주의국가 동독으로 기술을 배우러 갔던 북한 유학생들의 자취는 이제 초로에 들어선 혼혈인 자녀의 모습으로 남았다. 이미 오십 줄을 훌쩍 넘긴 자녀들이 동독의 학교에서 어릴 적에 당했던 집단따돌림을 이야기할 때, 냉전이 소수의 개인에게 새긴 아픈 흔적들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북한 유학생과 결혼한 동독 출신의 할머니들과 그들의 2세들이 모임을 만들어 친목을 나누는 장면, 평양을 여행하는 그들이 그간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의 자취를 차창 밖 풍경을 통해 좇는 모습 등은 눈물겹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 영화에 대해 “고립된 독재정권의 광기를 끝내야 한다는 메시지는 그로 인해 고통받았던, 그리고 현재도 고통받고 있는 출연자들을 통해 오롯이 전해진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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