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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새로운 물꼬를 터뜨리다

<살인재능> 김범준

영화 2014 <신의 선물> 2013 <뫼비우스> 2012 <피에타> 2012 <가족시네마> 2011 <풍산개> 2011 <홈 스위트 홈> 2010 <대한민국 1%> 2007 <아름답다>

살인이란 재능을 지닌 자가 정말 존재할까. 끔찍한 상상이다. 전재홍 감독의 <살인재능>은 누군가가 만약 살인재능이라는 걸 타고난다면 그 사람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재능을 깨닫게 될지를 상세하게 기록하듯 찍어낸 영화다. 직접 각본을 쓴 전재홍 감독은 저주와도 같은 재능을 깨닫게 되는 살인마 민수 역할로 배우 김범준을 캐스팅했다. “내가 이런 중요한 역할을 맡아도 괜찮을지” 거듭 고민했던 김범준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추격자>의 지영민(하정우) 이상으로 강렬한 캐릭터”인 민수에 본능적으로 끌렸다. 오랫동안 김기덕 필름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그에게 첫 주연작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김범준은 배우 이전에 모델을 준비하기도 했을 만큼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다. 모델도 좋지만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았던 터라 연기를 하면 더 많은 삶을 대신 살아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서울예대 영화과에 진학했다. 타고난 신체 조건 때문에 생활고에 찌들어 고생하는 민수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지독한 다이어트도 경험했다. 그는 또 살인자를, 그것도 스스로 살인에 재능이 있다고 느끼는 데다 성적 만족까지 탐하는 괴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내가 악한 건 아니지만 내 안에 있다고 여겨지는 악한 감정을 끄집어내는 게 너무 어려웠다”.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하소연할 수도 없이 혼자 극복해야 했던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과정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착각 속에 살았던 그동안의 삶을 버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다리 한쪽 없는 남자와는 살아도 돈 없는 남자와는 못 산다”는 수진의 말을 들으며 결정적으로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되는 민수의 순간을 연기하면서 김범준 자신도 뭔가 뜨끔하게 깨달은 건 아닐까. “<살인재능>에 캐스팅되지 않았다면 배우 생활을 그만뒀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는 그래서 더욱 소중할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김기덕 필름의 숨은그림찾기”라고 부르며 오랜 단역배우 생활의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할 만큼 정말로 꽤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나와 함께 보지 않으면 절대 찾을 수 없을 만큼” 김기덕 필름 영화 속 화면 어딘가에 그의 혈기왕성했던 이십대 단역배우 시절이 꼭꼭 숨겨져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살인재능>은 그의 본격적인 연기 갈증을 해소해줌과 동시에 새로운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황정민 선배의 연기, 안성기 선배의 삶을 닮고 싶다”고 작은 목소리로 큰 포부를 밝히는 김범준이 정말로 해보고 싶은 연기는 다름 아닌 액션배우다. “뼈가 굳기 전에 몸 한번 불사르고 싶다”는 그의 다짐이 곧 좋은 결실을 가져다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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