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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 진짜처럼 느끼게 될 공룡과의 재회
송경원 2015-06-15

<쥬라기 공원> 1편을 잇는 22년 만의 속편 <쥬라기 월드> 미리 보기

22년 만이다. 존재하지 않는 공룡을 되살려 일약 록스타의 반열로 끌어올린 <쥬라기 공원>(1993)이 속편을 들고 돌아왔다. 굳이 22년 만이라고 하는 건 <쥬라기 월드>가 2, 3편이 아니라 1편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선택은 전세계 영화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1편, 초심으로의 귀환이다. 그는 <쥬라기 월드>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1990년 동명 베스트셀러의 세계관을 이어받았다고 밝혔다. 개봉 직전까지 엠바고에 붙여져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쥬라기 월드>의 이모저모를 미리 살펴봤다. 기다리기 힘든 이에겐 이 기획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본편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제공하리라는 기대와 함께 세계 최대의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의 가이드맵을 전한다.

1. 꿈을 현실로 만드는 테마파크

가장 완벽하고 가장 거대한 테마파크가 여기에 있다. 22년 전 <쥬라기 공원>의 존 해먼드 박사가 꿈꿔왔던 테마파크는 코스타리카 남서쪽의 한 외딴섬에서 드디어 환상의 세계를 선보인다. 이슬라 누블라 섬에 문을 연 국제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는 하루 2만명이 찾는 세계 최대의 테마파크로 1편의 유산을 이어받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했다. 꿈과 환상을 직접적인 이미지로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어쩌면 쥬라기 월드의 시작과 끝이자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이 테마파크인지도 모른다. 사방으로 공룡을 관찰할 수 있는 2인용 이동 구체 자이로스피어는 이번 영화의 비밀병기 중 하나다. 협곡 구석구석을 누비는 자이로스피어를 타고 거대한 아파토사우루스나 닭벼슬 같은 긴 뿔이 매력적인 파라사우롤로푸스, 티라노사우루스에 버금가는 인기 공룡 트리케라톱스의 모습을 감상하는 장면은 관객이 직접 쥬라기 월드에 온 듯한 대리체험의 기회를 안긴다. 이 꿈의 테마파크를 스크린에 구현하기 위한 미술감독 에드 버렉스의 핵심은 ‘진짜 테마파크에 온 것’처럼이었다. 하와이의 오하우와 카우아이에서 33일간 촬영한 자연경관은 공룡이 사는 원시림의 느낌을 풍긴다. 축구장 6개 크기의 공간 위에 지어진 세트와의 조화가 압권이다. 특히 무려 12억달러가 투자된 이슬라 누블라 섬의 메인 스트리트는 마치 할리우드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볼거리, 즐길 거리로 가득한 곳이다. 이 꿈과 환상의 공간이 시스템을 벗어난 공룡들로 인해 악몽으로 변할 때 일어나는 혼란은 <쥬라기 월드>의 또 다른 볼거리다. 일가족 정도의 인원이 공룡에 쫓기던 1편과 달리 수만명을 위협하는 스케일은 속편의 공식처럼 더 크고 더 화려해졌다.

2. 오마주, 1편으로 돌아가라

‘1편으로 돌아가라.’ <쥬라기 월드>의 핵심 테마는 이것이다. 영화의 일대 혁신을 불러왔던 <쥬라기 공원> 1편의 충격과 감동을 되살리기 위해 새롭게 출발하는 4편은 1편의 중요 뼈대와 핵심 요소들을 고스란히 차용해왔다. ‘쥬라기’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재등장하는 우 박사 역의 B. D. 웡은 1편의 해먼드 박사 연구소에서 유전학자로 짧게 등장한 인물이다. 우 박사를 매개로 2, 3편을 건너뛰고 4편으로 이어진 쥬라기 월드의 세계관은 어쩌면 1편의 업적과 성공을 이어받겠다는 욕망처럼 보인다. 특히 클레어의 조카 그레이(타이 심킨스)와 자크(닉 로빈슨), 두 아이들의 시점으로 극 초반을 그려내는 건 1편의 친근했던 정서를 이어받기 위함이다. 경이로운 테마파크에 들어서며 점점 놀라는 두 소년의 심경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이된다. 고전적인 스필버그 영화의 방식대로 어린아이의 관점에서 관객을 환상과 마법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장면 자체를 직접적으로 오마주한 것들도 적지 않다. 호박 속 모기에서 공룡 유전자를 채취하는 장면, 공룡의 부화를 직접 목격하고 체험하는 장면, 공룡계의 타조라 불리는 갈리미무스와 레이싱을 벌이는 장면, 1편에서 티-렉스의 습격을 받아 자동차 위로 그 발톱의 위협을 받는 시점숏 등은 이번 <쥬라기 월드>에서 고스란히 차용하여 등장한다. 물론 공원 창립자 존 해먼드의 동상 같은 깨알 같은 요소도 빼놓지 않았다. 1편을 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장면 속에서 추억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쥬라기 월드에 입문하는 사람은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영상을 통해 1편이 안겼던 경이로운 체험을 새롭게 접할 좋은 기회다. 핵심 뼈대와 정서, 메시지는 유지하되 규모와 기술력을 더욱 키운, 어떤 의미에서는 리메이크라 해도 무방할 <쥬라기 공원>의 재탄생이다.

3. 진짜 주인공은 누구?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왕의 귀환

<쥬라기 월드>에서 새로운 지배자 인도미누스 렉스는 티라노사우루스를 포함하여 카르노타우루스, 마준가사우루스, 루곱스, 기가노토사우루스 등 여러 공룡과 미공개 생물의 유전자를 결합, 수정해 태어난 최강의 공룡이다.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는 이 무시무시한 피조물은 점점 더 큰 자극과 스릴이 필요해진 테마파크 운영진과 과학자의 삐뚤어진 욕망이 만나 탄생했다. 우 박사를 비롯한 과학팀은 이 웅장한 생명체를 만들어놓고도 통제할 수 없어 겨우 가둬뒀는데 뛰어난 지능의 인도미누스가 공룡들을 규합해 이슬라 누블라 섬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한다는 것이 이번 영화의 뼈대다. 절대최강 공룡의 등장도 볼거리지만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1편의 위협이었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그 위용을 다시 한번 뽐낸다는 것. 실제로 가장 인기 있는 공룡인 티-렉스는 공포의 대상임에도 관객의 인기를 한몸에 받은 “쥬라기 공원의 스타”다. <쥬라기 공원3>(2001) 초반 스피노사우루스와의 대결에서 목을 물려 꺾여버리자 성난 관객이 그대로 나가버렸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이번 작품에서는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 라는 떨어지는 현수막 뒤에서 울부짖던 그 위용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4. CG와 애니매트로닉스, 지각적 리얼리즘의 극치

우리는 한번도 보지 못한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인도미누스 역시 기존의 새와 파충류의 다양한 속성을 결합해 실재감을 안긴다. 만약 인도미누스가 황당한 괴물처럼 느껴진다면 이 작품은 굳이 <쥬라기 월드>일 필요가 없다. 무한한 상상력과 과학적인 타당성의 결합이야말로 <쥬라기 공원>의 핵심이다. <쥬라기 공원>의 대표명사가 된 CG 기술에 덧붙여 공룡의 정교한 인형을 실물 크기로 제작해 그 바탕을 만드는 애니매트로닉스는 이번에도 그 생생한 존재감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애니매트로닉스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제는 CG로 작업하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콜린 트레보로 감독은 “우리는 오늘날 영화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무언가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직접 만질 수 있고, 숨쉴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바탕에는 감정 교류를 위한 최소한의 물질성, 그리고 실제 공룡의 골격과 뼈대를 재현하는 창의적인 엔지니어들에 대한 존중이 깔려 있다. 가령 이슬라 누블라의 계곡에서 클레어의 실종된 두 조카를 찾는 동안 오웬(크리스 플랫)과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가 쓰러진 아파토사우루스를 만나는 장면의 생동감이 그렇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 온화한 생물의 곁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감정적 교류는 CG의 매끄러움만으로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실제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각 정보들의 조합과 상호작용,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진심의 연결이다. 소년들이 눈앞의 공룡이 진짜일 것이라고 믿는 소박한 진심. <쥬라기 공원>이 촉발시킨 이른바 ‘지각적 리얼리즘’의 극치는 여기에 있다.

5. 랩터 군단

까마귀처럼 빼어난 지능으로 주인공들을 위협해온 <쥬라기 공원>의 또 다른 마스코트 벨로시랩터는 시리즈와 더불어 성장 중이다. 인간 사이즈의 공룡인 만큼 액션 플롯에서도 주요한 위치를 차지해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다시 1편 속 깔끔했던 모습으로 돌아갔다. 전직 군부대 출신의 동물 행동학 전문가 오웬은 쥬라기 월드 근교에서 일하며 훼손된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동물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눈높이에서 교감하는 그의 소통방식은 심지어 랩터 무리의 마음까지 연다. “길들인 게 아니에요. 제압하려 해선 안 돼요, 존중해주면서 소통을 해야죠.” 위협과 공포의 대상 혹은 구경거리로만 받아들이던 공룡을 같은 눈높이에서 처음으로 접근한 이 시도는 참신하다. 급기야 늘 위협거리였던 랩터 군단이 이번에는 강력한 아군으로 재탄생한다. 자이로스피어를 탄 소년들이 통제 불능의 공룡들이 날뛰는 공원 한복판에서 실종되자 오웬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랩터 군단과 함께 출동한다. 가장 강력한 적에서 든든한 아군으로 거듭난 랩터 군단의 활약은 시리즈의 오랜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하다. 랩터 군단과 인도미누스의 대척점은 유전공학과 생태학이라는 두 학문의 입장을 상징하기도 한다. 진보를 위해 거침없이 기술을 활용하는 유전공학과 지금 이대로의 모습에서 가치와 의미를 찾아나가는 생태학적인 입장은 이 영화의 주요한 또 하나의 테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하지만 동시에 이를 바로잡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 역시 인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반대의 인물인 생태학자 오웬과 유전공학을 지지하는 클레어의 로맨스는 단순히 기계적으로 로맨스 정서를 끼워넣은 것 이상의 의미를 자아낸다.

콜린 트레보로 감독.

6. 리틀 스티븐 스필버그? 신예 콜린 트레보로

이미 <쥬라기 공원>을 통해 움직이는 공룡을 본 사람이라면 <쥬라기 월드>를 보고 더이상 놀랄 게 없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단언컨대 오해다. 우리가 놀랐던 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다. 더 믿을 수 없는 건 스필버그가 선보인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드라마다. 그는 <쥬라기 공원>에서 공상과학부터 공포, 드라마, 스릴러, 로맨틱, 코믹 등 온갖 장르 요소를 뒤섞으면서도 한점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마법 같은 균형 감각을 선보였다. 문자 그대로 웃기고, 슬프고, 놀랍고, 감동적인 스필버그표 놀이기구다.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2012)의 신예감독 콜린 트레보로가 스필버그 대신 <쥬라기 월드>의 메가폰을 잡게 되었다는 소식에 다들 의구심을 나타내는 것도 당연하다. 이름도 생소한 신예 감독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프로젝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스필버그 역시 똑같은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스필버그는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두말없이 콜린 트레보로를 발탁했다. 시간여행에 얽힌 슈퍼마켓 직원과 기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가슴 따뜻한 코믹 로드무비의 빼어난 점은 다름 아닌 안정감이다. 여러 이질적인 요소를 차분하게 다듬고 정리하는 솜씨가 여간내기가 아닌데 마지막 장면이 특히 그렇다. 특별한 소재를 소소한 설정과 보편타당한 정서 안에 녹여내는 콜린 트레보로에게 믿음을 보내는 것도 납득이 간다. 게다가 콜린 트레보로는 <쥬라기 공원>의 팬이자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관객은 사람들이 공룡에게 쫓기며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는 영화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런 건 이전 ‘쥬라기’ 시리즈에서 충분히 잘 보여줬으니까요.” 그가 해석한 또 다른 <쥬라기 월드>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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