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5 <차이나타운> 2013 <파파로티> 2010 <황해> B카메라 2009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2009 <나는 행복합니다> 2008 <추격자> B카메라 2006 <내 청춘에게 고함>

드라마 2015 <식샤를 합시다> 시즌2 2013~14 <식샤를 합시다>

“촬영은 밤 12시 전에 끝났는데 새벽 내내 색보정(D.I.) 작업하느라 잠을 못 잤다.” 이창재 촬영감독은 현재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시즌2를 촬영하고 있다. 촬영감독이 색보정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게 당연한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촬영분량이 많고 일정이 빡빡해 일일이 챙기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직접 점검하는 걸 보면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임이 분명하다. “촬영하는 작품에 푹 빠져 작업하는 스타일이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차이나타운> 색보정 작업할 때 밝고 ‘뽀샤시’한 <식샤를 합시다> 시즌2 프리 프로덕션이 겹쳐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누아르 장르로서 <차이나타운>은 자극적인 사건이나 큰 반전에 기대는 영화가 아니다. 비정한 차이나타운 거리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엄마(김혜수)와 그의 밑에서 쓸모 있는 존재로 살아남은 일영(김고은)의 관계를 중심으로 권력이 교체되어가는 과정을 묵직하게 쌓아올리는 이야기다. 이창재 촬영감독이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야기가 담담하게 다가온 것”도 그래서이고, 동시에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도 그래서다. 서사를 잘 풀어나가는 것만큼이나 차이나타운의 낯설고 이질적인 분위기를 잘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촬영 전 참고했던 영화는 “<대부>나 <중경삼림> <타락천사> 같은 왕가위 감독 작품이나 프루트 챈의 <메이드 인 홍콩> 같은 작품”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촬영 컨셉은 “콘트라스트가 있는 화면”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주기 위해서는 하드 라이트와 소프트 라이트 등 두 가지 빛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창재 감독이 추구했던 건 후자를 활용해 “부드러움 속의 콘트라스트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이목원 미술감독님이 한 공간 안에 다양한 색감을 넣어준 덕분에 색과 음영의 비율 그리고 의상을 활용해 의도했던 콘트라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게 이 촬영감독의 설명. 로드리고 프리에토 촬영감독이 <색, 계>에서 보여준 그 부드러운 콘트라스트처럼 말이다.

또, 사진관 안에서 인물들의 공간 배치도 신경 쓴 것 중 하나다. 그때 기준이었던 건 엄마의 자리다. “엄마를 중심으로 좌우에 남자들이 앉았고, 일영은 치고 올라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남자들 옆에 앉혔다.” 그 구도를 한 화면에 보여주기 위해 실내촬영에서도 와이드 렌즈를 썼다고. “덴깡(카메라가 박진감 있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세트 벽을 부수고, 복도를 늘리는 작업.-편집자)을 하지 않아도 와이드 앵글을 찍을 수 있는 세트 크기를 확보한 데다가 다양한 색감이 한 공간에 담겨져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은행나무 침대2: 단적비연수>(2000) 촬영부 막내로 시작해 <내 청춘에게 고함>(2006)으로 촬영감독으로 데뷔한 이창재 촬영감독의 롤모델은 김우형 촬영감독이다. “물론 로버트 리처드슨, 에마누엘 루베스키, 로드리고 프리에토 등 할리우드 촬영감독들도 존경하지만 가장 존경하는 선배 촬영감독은 김우형이다.” 김우형이 그랬듯이 “장르와 상관없이 매 작품 거듭나는 촬영을 선보이는 게 그의 바람”이다.

시계

영화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주어진 회차, 예산에 맞게 진행되지 못하면 영화는 세상의 빛을 보기 어렵다. 이창재 촬영감독이 현장에서 항상 몸에 지니는 건 시계다. “휴대폰을 봐도 되지 않냐고? 거추장스럽다. 시계를 보면서 해의 방향,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을 체크해 그날 분량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