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아나이스 드무스티에)와 로라는 둘도 없는 단짝 친구다. 영원할 것 같던 우정을 뒤로하고 로라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클레어는 상심에 빠진다. 어느 날 어린 딸을 돌봐달라는 로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은 클레어는 여장을 하고 있던 로라의 남편 데이빗(로맹 뒤리스)과 마주친다. 당황하는 클레어에게 데이빗은 자신의 복장도착 성향을 털어놓고, 클레어와 데이빗은 서서히 은밀한 비밀을 공유한 친구로 발전하게 된다.
복장도착 성향을 가진 남자(친구)로 혼란을 겪는 여자(친구)의 이야기는 자비에 돌란의 <로렌스 애니웨이>(2012)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사랑’이라는 열쇠로 이 문제를 돌파했던 자비에 돌란과는 달리 프랑수아 오종은 이 문제를 ‘욕망’으로 접근한다. 여장을 한 데이빗에게 클레어는 ‘버지니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버지니아와의 일탈 속에서 클레어는 자신이 버지니아를 욕망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때 영화는 의도적으로 버지니아에 대한 욕망이 데이빗을 향한 것인지, 죽은 친구 로라를 향한 것인지, 혹은 영화의 원제처럼 완전히 ‘새로운 친구’, 버지니아를 향한 것인지를 뒤섞은 다음, 이 세개의 욕망을 혼란스럽게 오가며 진행된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 작가 루스 렌델은 클로드 샤브롤의 <의식>이나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라이브 플래시>의 원작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원작과 다른 영화의 결말은 오종의 색이 짙게 반영됐다. 오종은 히치콕의 TV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알모도바르의 영향이 더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