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4 <국제시장>
“미국 로스안젤레스 연결해보겠습니다.” 흥남 철수 때 생이별한 막내동생 막순이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울먹거리는 덕수(황정민)를 뒤로한 채 <이산가족찾기> 사회자 김동건 아나운서는 특유의 영어 발음으로 덤덤하게 진행한다. “감정의 굴곡없이 한 호흡으로 내뱉는 말투며, 마이크 온•오프 버튼을 잡고 턱 아래에 댄 채 말하는 자세”는 김동건 아나운서를 똑 닮았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 디자이너 앙드레 김, 가수 남진, 씨름선수 이만기와 함께 영화 속 실존인물 중 하나인 김동건 아나운서는 드라마가 고조되는 이산가족찾기 장면에서 관객을 덕수의 감정으로 안내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여기서 중책을 맡은 배우는 황인준(38). “부천 물매 극단에서 연극 <날 보러와요>를 시작으로 15년 동안 무대 연기만 해오다가 <국제시장>으로 첫 영화출연”한 늦깎이 신인배우다. “김동건 아나운서의 길고 날카로운 눈매를 강조하기 위해 눈을 덜 뜨고, 특유의 무미건조한 억양으로 대사를 한” 덕분에 황인준은 “실제 김동건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합성할 생각도 했다”는 윤제균 감독의 생각을 되돌려놨다. “영화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지만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연극을 가리지 않고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게 황인준의 바람. 그의 다음 작품은 <무뢰한> <시간이탈자> <나를 잊지 말아요> 등 무려 세편이다. 모두 경찰, 형사 역할이라고 하니 눈여겨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