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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영화 특성화 교육으로 앞서 가다
이민선 사진 백종헌 2014-12-10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예술학부 영화학과

지하철역에서 이보다 더 가까운 대학이 있을까. 2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건대입구역을 나오면 건국대학교 캠퍼스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길 건너편에 화려하고 부산한 상가를 두고도 이쪽의 캠퍼스는 녹지와 호수가 어우러져 넓지만 아늑한 느낌을 준다. 캠퍼스 내의 대학병원과 동물병원을 비롯해 생명특성화대학과 공과대학, 이과대학 등 핵심 학과들의 성과에서 역동성이 느껴진다. 건국대학교는 연구와 교육, 국제화, 대학 경영면에서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가장 역동적인 변화와 발전을 보여준 곳 중 하나다. 1931년 의료제민(醫療濟民)의 기치 아래 민중병원으로 시작해 성(誠), 신(信), 의(義)의 교시를 바탕으로 교육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건국대학교는 건학 100주년이 되는 2031년에 세계 100대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르네상스 건국 2031’을 실천 중이다. 그 첫 번째 단계인 ‘프라이드 건국 2016’은 2016년까지 국내 5대 사학, 아시아 30대 대학으로 진입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학생들을 융복합적 학문 소양을 지닌 지성인으로 키워내는 것은 물론, 지성과 창의성을 갖춘 전문인과 글로벌 시대를 주도할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교육 의지가 뜨겁다. 대학 곳곳에서 성장을 향한 열정이 느껴지는 가운데, 알록달록한 외관의 예술디자인대학이 이런 열기에 한몫을 톡톡히 한다.

영화연기에 특화된 교육

건국대학교 영화학과는 2004년 예술학부 내에 신설됐다. 국내 대학에 개설된 영화 관련학과들은 연극영화과라는 명칭으로 무대 및 카메라연기를 두루 아우르거나, 영화영상학과라 하여 영상 연출과 제작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건국대학교 영화학과는 간결하고 명료한 학과 이름에 걸맞게 철저히 ‘영화’에 중점을 둔 교육을 하고 있다.

많은 고전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처음 배웠고 현재도 많은 학교에서 무대연기를 기초로 배우 훈련을 시키고 있다. 하지만 건국대학교 영화학과는 영화에 특화된 연기를 가르친다. 학과 설립 때부터 의도적으로 연극 관련 수업은 배제하고 커리큘럼을 짰다. 건국대학교 영화학과 조성덕 교수는 “영화연기는 연극연기의 일부가 아니라 독자적인 것이니 영화연기만의 독자적인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의다. 그의 의지는 특별한 교수법으로 실행되며 저서 <영화연기론>에도 담겨 있다. 조성덕 교수의 ‘스크린연기’ 수업이나 문소리 교수의 ‘장면연기실습’의 경우, 카메라를 두고 연기 수업을 진행한다. 카메라 프레임을 의식해 움직이도록, 특히 클로즈업에 맞는 세심한 연기를 가르친다. 무엇보다 카메라에 적응하도록 강조한다.

조성덕 교수의 ‘스크린연기’ 수업을 참관하며 카메라연기 교육의 실제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각자 원하는 대본을 선택해 숙지한 후 교수와 학우 앞에서 연기 실습을 했다. 무대에서 모노로그를 하듯 배우 혼자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촬영현장처럼 카메라와 상대배우의 도움을 받으며 연기하는 모습이 특이했다. 1999년에 방영된 드라마 <해피투게더>의 한 장면을 준비해온 학생이 카메라 앞에 서고, 상대역을 맡은 두명의 학생이 맞은편에 앉았다. 반복해서 같은 장면을 연습하는 동안 조성덕 교수는 학생이 더욱 자연스럽고 고조된 감정을 끌어내도록 도왔다. 조 교수의 조언에 따라 학생은 처음보다 더욱 격앙된 분노의 감정을 토해냈고, 더불어 조성덕 교수는 카메라연기임을 강조하며 그에 맞는 조언도 놓치지 않았다. “일단 카메라 프레임 안에 들어오면 움직이면 안 된다”며 “스탠딩 스틸” 상태를 강조했다. 맞은편 배우를 향한 시선 처리에 대해서도 “자꾸 좌우로 움직이지 말고 가능한 한 턱은 그대로 둔 채 시선만 가끔 한번씩 옮기라”고 실질적인 충고를 더했다. “미리 예상하고 계획한 연기가 아닌, 일상에서 말하듯”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한 조언 역시 스크린연기에 적합한 것이었다.

영화의 핵심은 시나리오

건국대학교 영화학과는 연출•제작전공과 연기전공으로 나뉘는데 세부 전공을 막론하고 시나리오 선택 및 해석 능력을 중요시한다. 영화를 연출하고 제작하는 전문가들에게 기자재 활용 능력도 필요하지만 영화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임을 강조한다. 시나리오기초와 시나리오연습, 장편시나리오실습 등 다양한 시나리오 관련 수업들이 마련된 가운데, 장편시나리오실습은 홍상수 감독이 직접 가르쳐 학생들에게 인기다.

감독과 배우 모두 시나리오의 전달자다. 조성덕 교수는 “위대한 배우 안에는 위대한 감독이 숨어 있어야 한다”는 말로 배우의 시나리오 선택 능력을 강조한다. “각본을 잘 골라오는 것, 그 각본을 자기 식으로 잘 소화하는 게 배우의 능력”이라는 것. 입시에서도 단순하게 연기를 잘하는 응시생보다 자신의 ‘스크린 페르소나’가 숨어 있는 참신한 각본을 가져온 사람에게 가산점이 부여될 정도로, 건국대학교 영화학과에서 생각하는 영화의 핵심은 시나리오이다. 조성덕 교수가 배우에게 강조하는 ‘스크린 페르소나’는 영화에서 짧은 등장만으로도 관객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개성을 의미한다. 상대를 보자마자 단박에 그의 직업과 나이, 성격 등이 드러난다면 그는 스크린 페르소나로서 매력을 갖춘 것이다. 흔히들 ‘배우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말하지만, 그와 반대로 배우는 각자 자신만의 개성을 지녔으며 그것을 찾고 개발하도록 돕는 게 조성덕 교수의 교육법이다.

길지 않은 학과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동문들이 건국대학교 영화학과의 이름을 빛내고 있다. 배우 배두나(4기)와 이민호(3기)는 이미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중독> <잉투기>의 엄태구(1기), 드라마 <미녀의 탄생>에 출연 중인 왕지혜(1기)에 이어 독특한 개성으로 스타 탄생을 알린 다수의 배우들이 건국대학교 영화학과 출신이다. <족구왕>의 안재홍(2기)과 <패션왕>의 신주환(2기), <잉투기>와 <나의 독재자>의 류혜영(7기), <내일도 칸타빌레>의 고경표(6기)가 대표적이다. 드라마 <학교 2013>, 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에 출연한 길은혜(4기)와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에 출연 중인 미스코리아 진 출신 김유미(6기)도 이들의 뒤를 잇는 신예다. 졸업 후 영화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의 영화를 모은 ‘건대배우傳’이 KU시네마테크에서 열리기도 했다. 박주희(3기)와 이미소(4기), 안선영(7기)이 출연한 <마녀>, 안재홍과 정우식(2기)이 출연한 <족구왕>, 이재응(7기)과 배유람(2기)이 출연한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를 모아 재상영한 것이다.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내에 위치한 KU시네마테크는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으로, 또 영화학과 학생들의 실습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건국대학교 영화학과의 또 다른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입시전형

건국대학교 영화학과의 정시 입시는 다군에서 진행한다. 영화학과의 연출•제작전공은 10명을 뽑는데, 학생부 점수 30%, 수능 점수 70%의 비중으로 평가한다. 수시모집에서 미충원된 인원만큼 추가모집할 수도 있다. 영화학과의 연기전공은 수시전형으로 19명을 모두 선발하고 정시모집은 폐지됐다.

영화연기는 독자적인 예술이다

건국대학교 영화학과 조성덕 교수

-건국대학교 영화학과는 ‘영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2004년 학과를 신설했을 때부터 커리큘럼에서 의도적으로 연극 수업을 배제했다. 후발주자인 만큼 독자적으로 영화연기에 집중해보자는 의도였다. 연기 교육에서 블루오션의 의미라고 할까. 특히 연기전공에서는 영화를 포함한 미디어연기에 총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법은 어떻게 다른가. =미국에서도 영화연기는 연극연기의 일부분이거나 독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영화연기가 독자적인 예술이라 다른 방식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수업에서 카메라를 놓고 그 앞에서 연습을 한다. 카메라에 적응하도록 하는 거다.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는 물론, 카메라 프레임을 의식한 연기를 가르친다. 숏 감각을 익히는 것이다.

-영화학과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다. 연기전공은 물론이고 연출•제작 전공학생도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신 기자재를 다루는 것보다는 스토리텔링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입시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배우에게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 자신만의 ‘스크린 페르소나’이다. 자신만의 연기 캐릭터, 그걸 제대로 찾았는지를 본다. 입시에서 의무 대본을 폐지하고 자유롭게 대본을 선택하도록 한 이유이기도 하다. 저 대본을 준비한 이유는 뭘까,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를 잘 선택했는가, 연기력만큼 시나리오 선택 능력도 중요하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