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필름 90주년 특별전’이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10월10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모스필름은 유럽에서 가장 유서 깊은 영화 제작사로, 소비에트 연방시대인 1924년부터 현재까지 3천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했다. ‘러시아의 할리우드’라 불리는 모스필름은 현대적 영화 장비와 대규모 제작 환경을 갖춘 필름타운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총 10편,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모스필름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선별됐다. 특히 모스필름을 상징하는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경우, <이반의 어린 시절>(1963), <안드레이 루블료프>(1966), <솔라리스>(1972) 등 3편이 선정됐는데 이번에는 디지털 복원판으로 상영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60주년 기념사업회와 함께 진행하는 이번 특별전에는 ‘러시아영화의 이해’라는 주제로 총 6번의 시네토크도 마련되어 있다.
개막작인 <화이트 타이거>(2012)는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진영을 배경으로 한 독특한 전쟁영화다. 전차병 이반은 독일군 탱크의 포격으로 전신에 화상을 입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이반은 개인적인 기억은 다 잃어버렸으나 전차에 담긴 사연을 읽어내는 신비한 능력을 갖게 되고, ‘화이트 타이거’라 불리는 독일군 탱크를 추격한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첫 장편 데뷔작인 <이반의 어린 시절>은 숲에서 살아남은 신비로운 12살 소년 이반에 관한 이야기다. 타르코프스키는 이 작품으로 1962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예술가 영화인 <안드레이 루블료프>는 몽골제국의 침략으로 피폐해진 15세기 러시아의 화가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생애를 다룬 작품이며, 사색적인 SF <솔리리스>는 솔라리스라는 행성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탐사하기 위해 파견된 과학자가 겪는 신비한 체험을 보여준다. <데르수 우잘라>(1975)는 일본의 대표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광활한 러시아의 숲에서 살아가는 데르수 우잘라라는 실존 인물의 삶을 70mm 카메라로 담아낸 작품이다. 시적 서정으로 가득한 <병사의 발라드>(1966)는 전투 장면을 그리지 않았지만 사랑과 가족이라는 화두를 통해 전쟁의 본질을 질문하는 작품이다. <오블로모프의 생애>(1979)는 오블로모프라는 특별한 인물의 일생을 다룬다. 별다른 이유 없이 오로지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오블로모프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세상 속으로 나가게 되고 짧은 기간 낯설고 색다른 경험을 한다. <사막의 태양>(1969)은 ‘레드 웨스턴’의 묘미를 간직한 영화로 광활한 사막 풍경과 기이한 스토리가 매력적이다. 적군 우두머리의 9명의 아내를 안전지대로 이송시키는 임무를 맡은 남자가 겪는 사연이 기발하고 엉뚱한 재미를 준다. <붉은 나무 딸기>(1974)는 바실리 숙쉰 감독이 마지막으로 연출한 작품으로 러시아의 전원생활을 묘사하며 그 속내를 파헤친다. <차르 암살>(1991)은 자신이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로 2세를 암살했다고 주장하는 남자가 주인공인 영화다. 정신병원에 수감된 남자의 이야기를 한 의사가 경청하면서 그의 인생사가 펼쳐진다.
이번 특별전에는 모스필름 수석프로그래머인 세르게이 라브렌티예프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되는 러시아영화사 포럼에 직접 참여한다. 모스필름만의 색채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이번 특별전은 러시아 문화와 역사에 접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