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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 레이첼 우드] <찰리 컨트리맨>
윤혜지 2014-09-16

에반 레이첼 우드

<찰리 컨트리맨>

“사람들은 여자가 남자에게 오럴섹스받는 것을 불편해한다. 하지만 미국영화협회가 편집하도록 한 그 장면은 <찰리 컨트리맨>의 두 캐릭터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 이 사례는 여성들이 섹스를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을 부끄러워하게 만드는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찰리 컨트리맨>의 북미 개봉에 즈음해서 에반 레이첼 우드의 SNS에 올라온 말이다. 이제 막 개봉한 신작을 홍보해야 하는 여배우가 난데없이 여성의 성적자율권을 주장하며 불평하다니. 꾸준히 ‘마이웨이’를 걸어온 우드다운 반응이다. <찰리 컨트리맨>에서 우드는 분방한 첼리스트이자 마피아의 매력적인 연인인 개비를 연기한다. 찰리(샤이아 러버프)가 개비에게 한눈에 반해 목숨을 걸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는 무리한 설정도 짙게 화장한 개비의 눈을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충분히 설명이 된다. 우드가 가진 특유의 카리스마 덕이다. 하지만 그녀의 카리스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극작가이자 극장 소유주인 아버지, 배우이자 연기 선생인 어머니, 할리우드의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고모 등 영화인 집안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우드는 평범한 아역배우 중 한명에 불과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오디션 때는 클로디아 역할에 지원했으나 역할은 커스틴 던스트에게 돌아갔다. 우드는 그 일로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하면서도 “실패의 경험이 나를 더 씩씩하게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데뷔작인 <마이 러브 리키>(1998) 이후 우드는 아역배우로 활동하며 TV시리즈와 영화를 거쳤다. 그러나 대개 누군가의 딸을 연기하는 등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ABC>의 TV시리즈 <원스 앤드 어게인>에서 우드는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겪는 소녀 제시가 되었다. 부모의 이혼과 식이장애로 고통을 겪고, 동급생인 케이티(미샤 바튼)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는 어려운 역이었다. 제시는 우드를 더 성숙한 배우의 길로 인도했다. 이후에도 우드는 혹독한 성장기를 몇 차례 더 지나쳐야 했다. <서틴>에서는 마약과 섹스에 탐닉하는 못된 아이였고, <다운 인 더 밸리>에서는 자유를 동경하다 아저씨와 사랑에 빠지는 공허한 소녀였다. 우드의 범상치 않은 행보가 차츰 윤곽을 잡아가고 있었다.

고달픈 소녀 시절을 거치고 난 우드는 현실의 사랑도 알게 된다. 2005년 록밴드 그린데이의 뮤직비디오에 동반 출연한 제이미 벨과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친구처럼 잘 지내온 둘은 얼마 뒤 이별했고, 우드는 록가수 마릴린 맨슨과 새로 연애를 시작했다. 이들의 열애는 3년이나 지속됐고, 둘은 약혼까지 했지만 곧 파혼했다. 우드는 2012년 10월30일, 제이미 벨과 다시 만나 캘리포니아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지난해 아들을 출산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이혼했다. 그녀의 사랑엔 거침이 없었다. 우드는 본인이 바이섹슈얼이라는 것도 숨기지 않았다. 우드는 동성 친구에게 사랑을 느끼는 <원스 앤드 어게인>의 제시, <더 레슬러>(2008)의 레즈비언 딸 스테파니, <트루 블러드>의 뱀파이어 여왕 등 레즈비언 역을 유독 자주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 심지어 <밀드레드 피어스>(2011)에서 함께 연기한 케이트 윈슬럿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물론 반쯤 농담이기는 했다.

“우리가 보는 것과 우리에게 보이는 모든 것은 꿈속의 꿈일 뿐.” 우드의 목덜미엔 그녀가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에드거 앨런 포의 시 <꿈속의 꿈>의 시구가 목걸이 모양으로 새겨져 있다. 어떤 룰에도 구애받지 않고, 어떤 시선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우드에게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할지도 모를 그녀의 ‘마이웨이’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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