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 크리에이티브 랩의 세 식구. “스릴러와 액션영화가 잘 맞는다”는 황정현 감독과 “멜로와 드라마에 강한” 김진석 감독 그리고 방송용 영상 편집을 담당하는 “귀염둥이 막내” 강진경 조감독이다(오른쪽부터).
탐 크리에이티브 랩 2014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무뢰한> <마담 뺑덕> <맨홀> <군도: 민란의 시대> <좋은 친구들> <남자가 사랑할 때> <피 끓는 청춘> 2013 <친구2> <공범> <설국열차> <변호인> 티저 예고편 2012 <타워> <이웃사람> 2011 <만추>
예고편 만드는 톰 아저씨. 탐 크리에이티브 랩(TOMM Creative Lab) 대표 황정현 예고편 감독의 별명이다. “탐스럽다 할 때의 탐인데 아무도 탐이라고 불러주지 않는다. 다들 톰 아저씨라고 부르지. (웃음)” 탐 크리에이티브 랩은 황정현 감독이 “영화하다 알게 된 후배” 김진석 예고편 감독과 의기투합해 차린 예고편 제작 회사다. 두 감독은 “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영화하겠다고 홍대 인근을 들쑤시고 다니던” 콤비다. 영상제작을 전공한 황정현 감독은 <말해봐 괜찮다고> <트릴> 등 다수의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회사를 차리기 전엔 <아이리스> 등 드라마 제작에도 참여했다. 김진석 감독은 문화인류학과 광고홍보를 전공했지만 꾸준히 비디오아트 작업과 편집 일을 해오다 단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둘은 영화제작 커뮤니티를 통해 함께 단편 작업을 하며 가까워졌고, 이후로는 “뭐 먹고 살지를 고민하는 동지”가 됐다.
“예고편 제작자를 PD라고도, 감독이라고도 부르는데 우리는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놓지 않으려 한다.” 예고편도 나름대로 연출을 하는 작업임을 명심하기 위해서다. 자연히 연출에 대한 자긍심도 남다르다. “관객의 구미를 당길 만한 장면을 무조건 노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감독을 위해서나 관객을 위해서나 결정적인 장면은 스크린으로 보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앞뒤를 바꿔보기도 한다. 하지만 한컷을 붙이더라도 그 장면이 그 자리에 와야만 하는 이유를 반드시 찾는다. 예고편도 본편과 마찬가지로 음악과 영상, 자막이 모두 일정한 논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설국열차>의 예고편 작업은 탐 크리에이티브 랩의 변곡점이 되었다. 3개월 정도 걸리는 보통의 예고편 작업과 달리 <설국열차>는 두 감독이 1년 이상 매달린 영화다. 아메리칸필름마켓(AFM)에 내놓을 프로모션 영상부터 국내 개봉 이후 해외 배급용 테스트 예고편까지 모두 두 사람이 맡았다. 이후 굵직한 영화의 예고편 작업이 밀려들었고, 예고편 컨셉을 어떻게 정하면 좋을지 자문하는 회사도 늘었다. 대개 영화 본편을 편집해 예고편을 만드는 것과 달리 <좋은 친구들>은 따로 배우들을 불러 예고편용 후시녹음을 진행하는 등 두 감독이 여러모로 공을 들인 영화다. 없는 대사까지 만든 건 아니지만 대사의 뉘앙스나 톤이 본편과 조금 다르다. “주인공들이 놓인 상황을 짧은 장면으로 섬세하고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고편 감독의 포지션을 넓히는 데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시나리오 기획도 꾸준히 한다. “우리나라는 감독이 연출 말고 다른 일까지 하면 다운그레이드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 감독을 하다가 예고편 만들 수도 있고, 예고편 만들다가 감독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 아니 탐 아저씨들의 연구실에서 다시 태어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좋아한다는 황정현 감독에게 <아무도 모른다>는 “리셋” 버튼이다. 일이 풀리지 않아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머리를 비우게 하고 또다른 방법을 제시해주는” 마법의 버튼. 김진석 감독은 고전이나 단편소설을 항상 곁에 둔다. 카피를 만들 때 아이디어를 얻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 즐겨 읽는 작품은 레이먼드 카버 단편선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