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감독 로크(톰 하디)가 어딘가로 차를 몰고 떠난다. 다음날 아침 자신의 경력에 있어 가장 큰 프로젝트가 시작될 참이다. 사실 그는 혼외정사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베산(올리비아 콜먼)의 갑작스런 출산을 보러 가는 것. 그로 인해 졸린 눈을 비비며 런던으로 운전해서 가는 동안 충격에 휩싸인 아내(루스 윌슨)는 물론 갑자기 현장책임자가 되어버린 도널(앤드루 스콧)과 끝없이 통화를 한다. 영문을 모르는 아들은 아버지가 왜 축구경기를 보러 집에 오지 않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로크는 차 안에서 위태로운 삶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차 안이라고 하는 한정된 공간,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주인공 외의 모든 인물들, 그렇게 <로크>는 공간의 밀도가 중심에 놓인 영화다. <폰 부스>(2002)의 콜린 파렐과 <베리드>(2010)의 라이언 레이놀즈와 비교해볼 법하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차를 타고 계속 이동 중이라는 것이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핸들을 잡은 채 차 안의 서류를 뒤적여야 하는 운명이다. 두 번째 차이점이라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 그들과 달리 로크는 가장과 샐러리맨으로서 쌓아온 ‘커리어’가 무너질 운명에 처했다는 것이다. 어쨌건 그는 차에서 내린 뒤에도 생명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예상되는 이혼과 해고 등을 겪으며 그가 과연 이전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심지어 베산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더티 프리티 싱>(2002), <이스턴 프라미스>(2007) 등의 각본을 쓴 스티븐 나이트는 장편 데뷔작 <허밍버드>(2013)의 주인공 제이슨 스타뎀이 그러했듯 언제나 ‘곤경에 처한 한 남자’에 관심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