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영화제에서 국내 수입사들은 어떤 작품에 지갑을 열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주)그린나래미디어가 선구매한 다르덴 형제의 <투 데이즈, 원 나이트>와 켄 로치 감독의 <지미의 댄스홀>이다. 국내외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감독들의 작품이다. (주)그린나래미디어는 레슬링 선수 데이비드 슐츠의 실화를 다룬 <폭스캐처>도 현지 구매했다. <로렌스 애니웨이>를 비롯해 자비에 돌란의 영화를 국내에 소개해온 (주)엣나인필름은 이번에도 그의 작품들부터 손에 넣었다.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자비에 돌란의 <마미>와 현재 후반작업 중인 그의 주연작 <엘리펀트 송>을 챙겨왔다. 영화사 진진은 마이크 리 감독의 <미스터 터너>를 일찌감치 구매해뒀다. (주)드림웨스트픽쳐스는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의 <더 서치>를 선구매한 데 이어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영 원스>의 현지 구매를 끝낸 상태다. 티캐스트콘텐츠허브는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스틸 더 워터>를, (주)영화사 백두대간은 황금종려상을 받은 누리 빌게 세일란 감독의 <윈터 슬립>을 구매했다.
올해 칸 마켓은 국내 수입사들간의 구매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총 17편의 경쟁작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선판매된 상태라 현지 바이어들이 고를 수 있는 작품 편수 자체가 줄어들었고 가격은 껑충 뛰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티캐스트콘텐츠허브의 송유진 과장은 국내 영화시장의 변화를 이유로 꼽았다. “부가판권시장의 수익을 노린 국내 수입사들이 거의 포화 상태에 가깝게 늘어났다. 선구매를 통해 예술영화라도 사놓고 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완성된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구매부터 하다보니 뚜껑을 열고 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 많다. 자연스레 수입사가 짊어져야 할 리스크도 커진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주)영화사 백두대간의 최낙용 부사장은 “작품을 본 뒤 구매를 판단하는 게 수입사가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