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마르(가상국가) 리엠립 지역으로 8명의 교인이 선교봉사에 나선다. 이들을 인솔하는 현지 선교사이자 통역사인 조요한(오광록)은 통역을 매개로 뒷돈을 챙기는 세속적 인간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선교단이 오지에서 이슬람 반군에 피랍되면서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불균질했지만 역동적이던 명작과 괴작을 만들어온 이장호 감독이 한층 성숙한 작품 <시선>으로 돌아왔다. 20번째 작품이자 19년 만의 신작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노련하게 균형감각을 조율하며 전개된다. 피랍된 선교단원이 겪을 법한 상황을 캄보디아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리얼하게 그려냈고, 인질과 납치범의 관계를 설정할 때도 어느 한편을 극도로 악마화하지 않았다. 종교적 설정을 지우고 구조만으로 본다면 극한의 상황에서 개개인이 겪을 법한 고뇌, 갈등, 내면심리의 변화를 세밀하게 따라갔기에 영화 <시선>은 인간에 대한 영화이자 보편적 이타성에 대한 영화다. 그럼에도 영화의 결말,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시선이 아니라 신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장호 감독의 진술을 감안하자면 <시선>은 명백한 종교영화다. 영화는 배교를 강요하는 이슬람 반군의 물리적 폭력에 초점을 맞출 뿐 외교적 문제이자 사회문제로도 대두되었던 차이에 대한 무관용과 문화적 폭력성에 대해서는 끝내 질문하지 않는다.
과거 이장호 감독의 종교영화인 <낮은 데로 임하소서>(1982)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이청준의 실화 소설을 원작으로 한 흥행영화로 대중의 공감대와 맞닿아 있었다. 분명 <시선>은 <낮은 데로 임하소서>보다 원숙한 만듦새의 영화다. 그럼에도 신념이 너무 확고하기에 영화에는 역설적으로 윤리적 딜레마가 없다. 외부에서 보는 기독교인의 선교 사역에 대한 반성적 시선이 부재하기에 우리 시대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오랜만에 주연을 맡은 오광록은 영화를 끈질기게 이끌어나가는 열연을 펼쳤다. 안타깝게도 유승학 장로를 맡은 박용식 배우는 이 작품을 유작으로 세상을 떠났다. 많은 이들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샘물교회 피랍 사건 등 실제 상황을 떠올릴 것이다. 여기에 조요한 통역사와 관련된 ‘돌아온 탕자’의 서사도 섞였다. 이장호 감독은 기본적으로는 ‘순교보다 위대한 배교’를 주제화한 엔도 슈사쿠의 장편소설 <침묵>의 결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내년 공개될 마틴 스코시즈의 동명 소설 각색영화 <침묵>과도 비교해볼 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