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감독 이미연 출연 김태우, 김민정 제작 명필름 후반작업중 개봉예정 3월8일
구심점 없이 풀려나가기만 하는 실타래처럼 권태로운 삶을 살아가던 서른두살의 보습학원강사 재섭(김태우)과 세상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부터 배워버린 열일곱살의 소희(김민정). 전철역 플랫폼, 비오는 날의 버스정류장, 두 사람은 몇번의 우연한 만남 속에 서로의 존재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떠나는 자와 기다리는 자, 스쳐가는 자와 간직한 자. 버스와 정류장에 빗댄 두 사람의 관계는 대위법적 반복 속에 점차 절망보다는 희망으로 기울지만 이들의 사랑은 바로 종점으로 직행하진 않는다. 아역배우로 브라운관에서 15년 넘는 트레이닝 기간을 거친 김민정과 마냥 ‘좋은 사람’의 이미지를 벗고 무색무취의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김태우의 변신이 눈길을 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의 프로듀서를 거친 이미연 감독의 데뷔작.
결혼은, 미친 짓이다
감독 유하 출연 엄정화, 감우성 제작 싸이더스 개봉예정 4월13일
<바람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한 감독 겸 시인 유하의 두 번째 영화는 이만교의 동명소설을 옮긴 것이다. 감독은 이 소설에서 두집 살림을 하는 여자주인공의 불온한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한다. 결혼을 사랑의 완성으로 취급하는 기존 멜로드라마와 달리 결혼제도 자체를 공격하겠다는 연출의도가 깃든 말이다. 영화는 ‘결혼은 노, 연애는 예스’라는 가치관을 가진 남자(감우성)와 결혼과 연애, 둘 다의 장점을 즐기겠다는 여자(엄정화)의 사랑 이야기다. ‘결혼은’과 ‘미친 짓이다’ 사이에 들어선 쉼표처럼 이들의 사랑에는 우여곡절이 있다. 여자는 연애만 허용하는 남자를 포기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지만 결혼했다고 남편만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위험하지만 짜릿한 연애는 그녀의 결혼 뒤에도 지속된다.
오버 더 레인보우
감독 안진우 출연 이정재, 장진영 제작 강제규필름
한 남자가 소실된 기억을 복원해가면서, 가슴앓이만 했던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멜로영화. 기상 캐스터인 진수(이정재)는 갑작스런 사고로 대학 시절 기억의 일부분을 잃어버린다. ‘내가 8년 동안 좋아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주위 친구들은 그가 누군가를 몹시도 좋아했고, 사고가 있던 날도 아마 그 사람에게 전해 줄 꽃다발을 안고 있었다고 전해 주지만, 그는 상대가 누구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대학 동기였던 유실물센터의 연희(장진영) 역시 그런 그가 보기 안쓰러워 진수를 돕게 되고, 두 사람 모두 호감 이상으로 서로에게 끌리지만, 돌연 진수와 연인관계였다는 혜영이 나타나면서 둘의 관계는 어색해진다. 진수는 과연 정체불명의 ‘연인’이 좋아했던 프리지어를 건넬 수 있을 것인가.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연출부를 거쳐,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다듬은 안진우 감독의 데뷔작.
서프라이즈
감독 김진성 출연 신하균, 이요원, 김민희 제작 씨네2000 개봉예정 5월31일
12시간 동안 애인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기. 어찌보면 이만큼 단순명쾌한 컨셉의 로맨틱코미디가 왜 진작 안 나왔는지 의아하다. 유행가의 절반 정도가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다고 고백하는 세상인데 말이다. 확실한 한줄의 컨셉에 신하균, 이요원, 김민희라는 싱싱한 얼굴까지 가세했으니 한동안 풀이 죽었던 로맨틱코미디의 부활을 기대봄직도 하다. 이야기는 오랜만에 외국에서 돌아오는 남자친구로부터 시작한다. 여자는 집안의 반대를 설득하기 위해 친구에게 12시간만 내 남자친구를 붙잡아달라고 부탁한다. 그 시간 동안 친구와 자기 남자친구가 사랑에 빠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작품상, 관객상 등을 받은 <어디 갔다 왔니?>의 감독 김진성의 데뷔작이다.
후아유
감독 최호 출연 조승우, 이나영, 조은지, 이장원 제작 디엔딩닷컴 개봉예정 4월 말
소외된 청춘들의 상처를 감각적인 화면 위로 어루만졌던 <바이준>의 최호 감독이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디엔딩닷컴의 창립작품. <후아유>는 63빌딩에서 일하는 사이버 게임기획자인 형태(조승우)와 수족관 다이버로 일하는 인주(이나영) 사이의 온·온프라인을 넘나드는 ‘접속’에 대한 이야기다. 채팅사이트 ‘후아유’를 오픈하면서 ‘별이’를 온라인에서 만나는 형태. 형태는 자신의 존재를 ‘멜로’라는 아이디 뒤에 숨긴 채, 세상을 향해 귀를 닫아버린 인주 혹은 ‘별이’를 향해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에서 이름을 따온 사이버아지트 ‘티티카카’를 공유하고 있는 이 두 사람은 가장 높은 빌딩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쉽게 공유하지 못한다. <춘향뎐>에 이은 <와니와 준하>를 통해 유연한 변화를 보여주었던 조승우와 “털털하고 발랄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이나영이 전하는 촉촉하지만 기름지지 않은 사랑의 메시지.▶ 봄영화 80편 올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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