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도심형 대학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도심 속에서 문화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최신 트렌드를 신속하게 흡수하여 현장 중심의 교육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줄리아드음악학교와 파슨디자인학교, 일본에 도쿄모드전문학교, 일본문화복장전문학교가 있다면 한국에는 서울종합예술학교가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인 코엑스에 자리한 서울종합예술학교는 대표적인 도심형 예술학교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탄탄한 이론교육과 현장 전문가들의 실기교육을 통해 최고의 예술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학교 탐방을 위해 잠시 들렀던 학교는 마치 방송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3, 4학년의 워크숍 수업을 맡고 있는 권혁재(<해결사> 감독) 교수는 “입학식에서 졸업생과 교수진이 펼치는 축하 무대를 보면서 대종상 시상식에 온 줄 알았다”라고 표현했다.
엔터테인먼트 관련 모든 직군 총망라
서울예술종합학교는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모든 직군의 전공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영화나 방송, 연기 관련 학부 이외에 실용음악, 공연제작뮤지컬, 디자인, 패션, 뷰티 등 다양한 학부가 같이 있기 때문에 단편영화나 방송영상을 만들 때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서울종합예술학교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방송영화예술학부의 방송영화제작학과의 경우 학과 차원에서 매 학기 한두 작품씩 참여할 수 있도록 안배하고 있어 6~8개의 작품을 찍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현장에 나가기 전, 자신을 검증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는 요즘의 교육현장에 비해 활발히 활동 중인 연출자들이 교수진으로 있다 보니 첫 학기부터 실습 위주의 엄격한 트레이닝을 받게 된다. 커리큘럼에 있어서도 급변하는 패러다임을 즉각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 학교와 현장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유동적인 교육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교수진으로는 <해결사>의 권혁재 감독, <캐치미>의 이현종 감독,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최상호 촬영감독, <잘 살아보세>의 안진우 감독, <도둑들> 오프닝 시퀀스를 제작한 유대얼 감독, <보트> <내 청춘에게 고함>의 김영남 감독, <미녀는 괴로워> <세븐데이즈> 등 음향을 담당한 이성진 음향감독, <무방비도시> 등의 여러 현장을 거친 조감독 출신의 최형락 감독, 드라마 <추노> <일지매>의 제작총괄 임훈 PD, KBS 프로듀서 부장을 역임하고 <6시 내고향> <세계는 지금> 등을 연출했던 송희일 PD가 재직 중이다.
연기예술학부의 방송연예과에서는 방송연기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이 준비되어 있다. 방송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탐구와 함께 TV 연기자를 양성하는 데 교육 목표를 두고 있다. 우선 영화연기전공은 실기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며 매체별 연기의 특징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영상연기워크숍을 통해서 영화연기 전반에 대한 테크닉 습득 및 카메라 연기에 대한 방법론을 연구한다. 교수진으로는 <베토벤 바이러스> PD로 현재 현빈 주연의 영화 <역린>을 연출 중인 이재규 PD, <뿌리 깊은 나무> PD로 현재 김수현, 전지현 주연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연출 중인 장태유 PD, <마이 뉴 파트너>의 김종현 감독, <미녀와 야수> 감독이자 <남쪽으로 튀어> 각본을 쓴 이계벽 감독,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배우 류승룡, 엄친딸 배우 이인혜 등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연기예술학부, 패션예술학부, 공연제작뮤지컬학부 등 여러 연기지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은 서울종합예술학교가 가장 중요시하는 연례행사다. 방송영화예술학부에서 창작하는 작품들이 연기자를 만나게 되는 중요한 순간이며 어디에서도 가르칠 수 없는 캐스팅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자리다. 최근에는 권혁재 교수가 오디션을 진행하고 연출/제작전공 학생들이 참관하여 현장 실무를 경험하는 기회로 삼았다. 또한 서울종합예술학교는 방학 중에도 학생들에게 심화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정기 스터디와 현장 탐방은 물론, 가상의 방송국을 만들어 방송프로그램 제작을 연습하며 각종 워크숍을 열어 실력 향상을 돕는다.
연예인부터 감독, 프로듀서까지 배출
4년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들은 훌륭한 인재가 되어 영화계 혹은 방송계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방송영화예술학부 출신의 04학번 김미연은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한 뒤 모교 강사로서 후배들에게 영화이론을 가르치고 있으며, 06학번 김상수는 영화 <페이스 메이커>의 제작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외 03학번 김여진은 tvN의 <화성인 X파일>을 연출하고 있으며, 08학번 이화림은 케이블에서 방영한 <미인도>와 <택시> 등을 연출했다. 최근 개봉한 화제가 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08학번 이호재, 이현학, 하승엽, 김휘가 의기투합해서 만든 영화이다.
또한 연기예술학부 출신으로 이준기, 박해진, 이상엽, 노민우, 이해인, 옥지영, 백봉기, 쥬니, 하나경, 전보미 등의 배우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서울종합예술학교가 과거에는 배우, 가수, 개그맨, 모델 등 유명 연예인을 배출했다면 이제는 영화감독, 프로듀서, 제작부, 연출부 등 현장직업군까지 양성하며 스크린과 브라운관 안팎에서 활약하는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촬영 수업이 있어 참관을 요청했다. 최상호(<은밀하게 위대하게> 촬영감독) 교수는 실무 중심 학교의 수업답게 이론에 대해 짧고 굵은 핵심만 짚어준 뒤 바로 실습을 진행했다. 이날 실습용으로 사용한 카메라는 방송용 카메라다. 1학년 비촬영전공자의 수업이기에 카메라의 조작법을 배우는 수준이지만 학생들은 이내 카메라를 능숙하게 어깨 위로 올린다. “이거 왠지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찍으러 가야 할 것 같은데….”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예능 촬영이 한창인가보다. 최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현장 상황을 설명하며 다른 스탭들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질문과 답변이 자연스럽게 수업 내용이 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강의가 계속 이어졌다. 열정과 패기, 그리고 젊음이 있는 그들에게서 대한민국 영상산업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바로 현장에 투입될 인재를 기른다”
서울종합예술학교 방송영화예술학부 최상호, 권혁재 교수
-서울종합예술학교 설립 10주년이다. =최상호_워크숍 작품을 보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졸업한 선배들이 현장의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큰 성취다. 후배들이 현장으로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종합예술학교만의 강점은. =권혁재_영화과, 연기과가 아니라 세분화된 전공들과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또한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모든 직군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 시너지는 엄청난 자산이고 기반이다. 최상호_학교의 목적과 커리큘럼이 상당히 구체적이며 목표 지향적이다. 학교 수업이 실무 중심이라 열심히 수업을 이수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훈련을 거치게 돼 졸업 뒤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인재로 키워내고 있다.
-영화제 출품을 중시한다고. =권혁재_학생들이 상업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 결국 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영화제뿐이다. 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어떤 사람들과 소통 가능한지를 알 수 있는 자리도 영화제뿐이다. 욕을 먹더라도, 실패의 쓴맛을 보더라도 영화제에 출품해봐야 그것을 알 수 있다.
-학교쪽에서 제공하는 장비들이 상당하다고. =최상호_장비의 수량뿐 아니라 최신 기기까지 완벽하게 지원하고 있다. 스튜디오 등의 시설들도 뛰어나며 관리도 철저하다. 지금 말하는데도 공기가 쾌적하지 않나. (웃음)
-실기나 면접에서는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보나. =최상호_무언가에 꽂혀본 적이 있는 지원자를 원한다. 영화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어떤 일에 몰두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권혁재_자신감이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감이 있는 친구를 보면 더 알고 싶은 궁금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