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날씨였던 서울과 달리 부산은 아직 선선했다. 지난 11월15일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학장 이용관)을 찾기 위해 부산에 내려갔다. 이제는 ‘해운대 마천루’로 유명한 센텀시티 초입에 들어서자 후반작업업체 AZ웍스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올해 10월 부산으로 이전한 영상물등급위원회,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전당, 부산/경남 지역방송국 KNN을 차례로 지나자 목적지인 임권택영화예술대학에 다다랐다. 주위를 둘러보니 가까운 거리에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도 나란히 서 있다. 건물 입구에는 임권택영화예술대학 현판과 함께 영화진흥위원회 현판이 걸려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10월25일 임권택영화예술대학 건물의 13, 14층으로 이전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거리인 수영만 요트경기장에는 부산영상위원회와 부산 종합촬영소가 있다. 그러니까 임권택영화 예술대학이 자리한 센텀시티는 영화/영상산업 관련기관, 업체, 극장이 모여 있는 부산 영화의 중심지다.
2학년부터 매 학기 1편 이상 단편영화 제작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올해 본격적인 센텀시티 시대를 열었다. 2000년 동서대학교 메인 캠퍼스에서 영화과, 뮤지컬과, 연기과 3개 학과로 출발한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2008년 한국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이름을 붙여 현재의 이름인 단과대학으로 재탄생했다. 올해부터 센텀시티 한가운데에 있는 캠퍼스로 이전해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야심차게 출발한 만큼 교육 환경이 최신식을 자랑한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이라면 익숙한 이름인 소향아트씨어터가 건물 2층에 있었다. 총 1074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이다. 뮤지컬과, 연기과 작품들이 이곳 무대에 올라간다. 임권택 감독의 작품 세계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임권택영화박물관도 같은 층에 있다. <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 <족보>(1978) 같은 작품들의 오리지널 포스터, 임권택 감독을 표지로 한 영화잡지 <씨네21> <키노>, <취화선>(2001), <천년학>(2007)에 사용된 소품 등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건물 3층에는 레드원 카메라를 포함한 30여대가 넘는 카메라와 각종 조명장비를 대여할 수 있는 장비실, 촬영과 조명을 실습할 수 있는 촬영/조명 실습실, 맥 전용 편집을 교육하는 맥 편집교육실습실, 사전에 예약만 하면 누구나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개인 편집실과 사운드 편집실, 후시녹음(ADR)과 폴리(Foley) 같은 사운드 작업이 가능한 음향실 등 상영을 제외한 영화의 전 공정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1번가의 기적>(감독 윤제균), <밀양>(감독 이창동), <아파트>(감독 안병기) 같은 영화들이 동서대학교 영화과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할 정도였다. 현장과 다를 바 없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이 재도약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최신식 환경 덕분에 최근에는 임권택영화예술대학에 지원하는 서울 지역 학생들이 꽤 많다고 한다.
현장과 흡사한 환경을 갖춘 만큼 커리큘럼 역시 실습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과의 경우, 1, 2학년 때는 영화입문, 스토리텔링의 역사, 영화 읽기와 쓰기, 극작, 영화사, 시나리오 워크숍 같은 이론교육에 집중한다.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졸업영화에 스탭으로 참여해 현장 경험을 쌓는다. 그리고 2학년부터는 매 학기 1편 이상의 단편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지원한다. 그래서 한해 최대 40여편의 단편영화가 제작될 정도로 재학생들의 제작 열기가 높다. 다른 학교와의 차이라면 재학생이 장편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영화과 김병준, 서호빈, 오원재가 함께 차린 영화제작사 ‘영화사 새 삶’이 제작하고,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이 제작비를 지원한 영화 <개똥이>(감독 김병준)가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부문에, 올해는 서호빈 감독의 <못>이 ‘한국영화의 오늘-비전’부문에서 상영됐다. 또, 2005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필름아카데미(AFA)의 제작, 촬영, 사운드, 프로덕션 디자인 파트에 인턴과 스탭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재학생들에게 아시아 국가의 젊은 영화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돕는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 뮤지컬과는 4년제 대학으로는 전국 최초로 뮤지컬전공이 설립된 학교다. ‘국내 최고의 뮤지컬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음악, 무용, 연기 등 체계적인 실기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소향씨어터라는 뮤지컬 전용극장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재학생들이 오전부터 공연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뮤지컬과 하병욱 교수는 “소향씨어터는 전국 어느 공연장보다도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라며 “1학년 때부터 실전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닦게 된다”고 소향씨어터라는 최신식 뮤지컬 전용극장을 자랑했다. 그의 말대로 재학생들은 <페임>이나 <캣츠> 같은 브로드웨이 작품이나 창작뮤지컬 작품 등 매년 5편(1학기 때 2편, 2학기 때 3편)씩 이곳에 올라 공연을 한다. 한해 많아봐야 2편 정도 소화하는 다른 학교에 비하면 엄청난 작품 수다. “실제 무대에서 연습을 하다보니 2008, 2009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대학생 부문에서 전체 대상과 금상, 여자연기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했고, 여러 상업 뮤지컬 오디션에서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는 게 하병욱 교수의 설명이다.
소향뮤지컬씨어터에서 졸업공연
영화과와 뮤지컬과가 실습 중심의 수업을 통해 현장에 최적화된 인재를 길러내는 데 신경쓴다면 연기과는 체계적인 배우 양성 교육 시스템을 확립해 경쟁력 있는 배우를 길러내는 데 집중한다. 연기과 조기왕 교수는 “카메라 연기든 무대 연기든 기본기가 탄탄해야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다”면서 “스타니슬랍스키 연기론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연기 교육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기본기를 갖추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연기 기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학년 때는 연기 기초를 비롯해 신체적 행동의 기억, 상황연기를 통해 연기의 기본기를 다지고, 2학년 때는 관찰 수업, 역할 구축 연기 등 연기의 기본 자세와 캐릭터의 다양성을 익히게끔 한다. 뮤지컬과와 마찬가지로 3, 4학년 때는 학과가 보유하고 있는 1200여석의 좌석을 가진 소향뮤지컬씨어터 대극장에서 공연 워크숍과 졸업공연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실전 무대 경험을 쌓게 한다. 졸업한 뒤에는 영화나 드라마 오디션을 통해 전문 배우의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교직 이수 과정을 함께 수료해 중/고등학교 연기 교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한국영화의 주요 기관들이 부산으로 이전하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발돋움하고 있는 만큼 영화, 뮤지컬, 연기 교육을 수도권 지역에서 받아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것이 최신식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는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에 해마다 수도권 지역에서 온 입학생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아시아영화의 중심지, 부산으로 눈을 돌려보자.
입시전형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영화과는 가군, 나군, 다군에서 모집한다. 모집인원은 가군 6명, 나군 4명, 다군 6명으로 총 16명이다. 뮤지컬과 11명, 연기과 14명은 가군에서만 모집한다. 수시모집 최종 등록 결과에 따라 모집인원이 변동될 수 있으므로, 전형방법과 최종 모집인원은 동서대학교 홈페이지((http://uni.dongseo.ac.kr/ipsi)를 참조할 것.
#@004#@“현장을 학교 안으로 옮겨놓았다”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 교학부장 조기왕 교수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다른 학교와 달리 장편 제작 과정이 눈에 띈다. =정규 교과과정이 아니라 특별 지원 프로그램이다. 학교의 전폭적인 제작비 지원 없이 불가능하다. 지난 2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된 <개똥이>나 <못> 같은 작품 덕분에 동서대학교만의 커리큘럼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최신식 시설을 갖춘 게 강점인 것 같다. =현장을 학교 안에 그대로 옮겨놓겠다는 게 학과 설립의 목표였다. 카메라가 종류별로 30대가 넘고, 카메라 종류에 맞는 렌즈가 종류별로 있다. 카메라, 조명뿐만 아니라 맥 편집실, 개인 편집실, 후시녹음 및 폴리 녹음실 등 영화의 전 공정을 학교 안에서 해결 가능하다. 단, 상영만 학교 밖에서 한다.
-졸업생들 진로가 어떻게 되나. =주로 촬영, 조명 같은 기술 파트로 현장에 나가는 편이다. 사운드쪽으로도 많이 나간다. 주로 졸업생들이 후배들을 현장에 데리고 나간다.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고 들었다.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캄보디아, 러시아,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 14명이 현재 영화과 커리큘럼을 듣고 있다.
-입시는 어떻게 준비해야 되나. =영화과는 실기가 없다. 그래서 면접을 통해 풍부한 아이디어를 갖췄는지 판단해야 한다. 아무래도 평소에 영화를 많이 보고, 책을 많이 읽으며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 또, 면접 시험을 보기 전에 올해 개봉했던 한국영화를 보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