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여성감독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양영희, 니시카와 미와, 니나가와 미카, 그리고 가와세 나오미, 이 네명의 행보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엔 이 가운데 세명의 여성감독이 연출한 신작 영화가 개봉해 각기 높은 평가를 받거나 흥행에 성공했다. 개봉작이 없었던 가와세 나오미 감독 역시 나라국제영화제의 조직위를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는 등 일본과 국제영화제에서 그 영향력을 점점 키워나가고 있다. 이들 여성감독들의 활약을 보며 이웃나라 한국의 상황이 어떤지 궁금한 일본 관객도 많을 것 같다. 8월17일부터 9월6일까지 오사카 니시구에 자리한 미니시어터 시네누보에서 열리는 ‘한국 여성감독 특집 2013’은 그러한 일본 관객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행사다.
이번 행사에서는 베테랑 감독 임순례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서울여성영화제를 통해 주목받은 지민 감독의 <두개의 선>, 그리고 2001년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소개된 뒤 13년 만에 일본 자막이 완성된 김소영 감독의 다큐 <하늘색 고향>이 상영된다. 이와 함께 지난 8월17일 과 25일에는 김소영 감독과 지민 감독의 ‘감독과의 대화시간’(GV)이 있었고, 18일(김소영 감독)과 24일(김소영 감독과 지민 감독)에는 토크쇼가 열렸다.
17일에 열린 GV에서 김소영 감독은 “1996년에 이 작품을 기획했는데 완성하는 데 5년이 걸렸다. 상영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2003년에 겨우 개봉했는데 반응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나흘 만에 막을 내려버렸다”고 개봉 당시의 상황을 뒤돌아봤다. 24일의 토크쇼에 참석한 지민 감독은 “처음 영화를 기획한 건 한국의 결혼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함이었는데, 내가 임신하는 바람에 보시다시피 셀프 다큐가 되어버렸다”며 <두개의 선>에 얽힌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행사를 기획한 기시노 레이코는 “여성감독의 활약이 메이저와 인디 양쪽에서 모두 늘어나고 있는” 한국 영화계의 경향을 알리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한국 여성감독 특집 2013’은 영화산업 안에서 여성감독이 차지하는 역할과 역량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일본 영화계가 여성 영화인들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한국의 경우를 통해 돌아본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