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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닝 테이텀] It’s My Show Time
이주현 2013-07-01

아버지가 되고 <화이트 하우스 다운>에서 부성을 연기한 채닝 테이텀

영화 바깥에서의 채닝 테이텀은 꽤 가정적인 남자다. 그는 SNS를 통해 자신의 주변 이야기와 생각을 자주 전하는 할리우드의 셀러브리티 중 한명인데, 사진 공유 어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의 프로필 사진이 압권이다. 그는 <스텝 업>에서 배우 대 배우로 만나 2009년 결혼한 제나 드완과의 커플 사진을 메인에 걸었다. 세계에서 최고로 섹시한 남자의 위엄은 어디다 두고, 사진에서 채닝 테이텀은 제나 드완과 서로 한손씩 오므려 이른바 ‘커플 손 하트’를 그리고 있다. 일반 커플도 낯간지러워 잘 취하지 않는 포즈를 채닝 테이텀이 떡하니 짓고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전체 공개로. 어쨌든 이 다정한 커플에게 최근 딸이 생겼다. 채닝 테이텀이 아버지가 됐다.

그는 영화에서 자신의 부성(父性)을 먼저 시험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화이트 하우스 다운>에서 채닝 테이텀은 딸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존 케일을 연기한다. 대통령 경호실 면접을 본 존 케일은 씁쓸한 결과를 안고서 면접장을 나선다. 결과에 실망한 딸과 함께 존은 백악관 투어를 하게 되고, 그 순간 백악관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는다.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은 신속하게 백악관을 점령한다. 존은 경호 본능을 발휘해 빗발치는 총알 속으로 뛰어들어 대통령과 딸을 구하려 한다. 채닝 테이텀은 존 케일을 “자유 진영의 리더와 사랑하는 딸을 구하기 위해 끝장을 보는 남자”라고 명쾌하게 정리한다. 그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서”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그리고 이 영화를 찍으면서 실제로 아버지가 됐다). “존은 최고의 남편이 아닐지 모른다. 혹은 최고의 아빠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존은 딸에게 아빠 그 이상의 존재다.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좋은 조력자이기도 한 존재. 존은 사랑하는 딸을 위해 처음으로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그리고 기꺼이 자신의 선택을 밀어붙인다. 그 점이 흥미로웠다.”

흰색 민소매 티셔츠에 특화된

채닝 테이텀의 흥미를 끌어당긴 것은 또 있다. 존 케일은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 형사를 연상시키는 인물이다. 조직의 도움 따위 바랄 생각도 없고, 위험상황 속으로 걸어 들어가 스스로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채닝 테이텀 역시 쿨하게 말한다. “이름 역시 ‘존’ 케일이지 않나. 존 맥클레인 형사에 대한 오마주가 분명 있다. <다이하드>는 나의 베스트영화 중 하나다. 항상 <다이하드> 같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 그는 그 또래 남자아이들이 그랬듯, 10대 시절에 극장에서 매주 실베스터 스탤론, 장 클로드 반담, 스티븐 시걸,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나오는 영화들을 봤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미식축구, 축구, 야구, 무술 등을 배우며 몸을 다진 그가 80~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액션스타들에게 매료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노릇일 거다.

하지만 채닝 테이텀은 육체파 액션배우가 아니다. 육체파 배우는 맞지만 액션배우라는 카테고리로 한정하기엔 그의 배우로서의 재능이 너무 크다. 크고 탄탄한 몸은 배우 채닝 테이텀의 훌륭한 자산이다. 실제로 그는 작품 안에서 자신의 몸을 전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할리우드의 많은 감독들은 운동으로 다져진 그의 유연한 몸을 춤이 됐든 액션이 됐든 어떤 식으로든 보여주고자 노력해왔다. 남성 스트리퍼로 변신한 <매직 마이크>는 그 정점이었고, <헤이와이어> <컴 아웃 파이팅> <지.아이.조> 같은 액션영화들은 그러한 시도가 캐릭터 혹은 이야기로 완성된 경우다. 심지어 로맨스영화 <디어 존>에서도, 코미디영화 <21 점프 스트리트>에서도 채닝 테이텀은 액션을 선보인다. 그리고 생각해보라. 그가 상의를 탈의하지 않았던 영화가 단 한편이라도 있었던가. 아마 찾을 수 없을 거다. 게다가 그의 근육을 도드라지게 해주는 흰색 민소매 티셔츠는 그의 단골 패션 아이템이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에서도 그는 양복을 벗어던지고 어느새 흰색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테러리스트와 대결한다. 물론 채닝 테이텀만큼 민소매 티셔츠를 잘 소화하는 배우도 드물지만.

준비된 예스맨

채닝 테이텀은 자신의 쇼타임을 즐길 줄 아는 배우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쇼타임을 즐기려는 관객에게 기꺼이 봉사할 각오가 돼 있다. 앨라배마의 소도시에서 자란 이 남자에겐 지금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상황이 너무도 비현실적인 동시에 감사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동안 채닝 테이텀은 승승가도를 달렸다. 마치 미다스의 손처럼 그가 참여한 작품들은 모두 의외의 장타로 이어졌다. 제작자와 주연배우를 겸한 <매직 마이크>는 7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고, 조나 힐과 함께 출연한 <21 점프 스트리트> 역시 제작비 4200만달러에 2억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두 영화 모두 속편 제작이 결정됐다. “<매직 마이크>의 흥행을 지켜보면서 복권에 세 번 당첨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나 힐과 <21 점프 스트리트>를 찍으면서도 그런 얘길 많이 나눴다. 배우의 길에 들어선 것 자체가 이미 내겐 복권 당첨과 마찬가지라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확고하게 믿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으로 폴 토머스 앤더슨과 데이비드 핀처를 꼽는 채닝 테이텀은 현재 영국에서 워쇼스키 감독의 <주피터 어센딩>을 촬영 중이다. <주피터 어센딩> 이전에는 <머니볼>의 베넷 밀러 감독과 함께 <폭스 캐처>를 찍었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 이전에 참여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사이드 이펙트>는 2월에 미국에서 개봉했고, 국내에서도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도 그렇고, 어느 순간 베넷 밀러, 워쇼스키 같은 감독들이 내게 영화 출연을 제의해왔다. 나는 그들에게 ‘노’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좋은 이야기, 좋은 캐릭터가 있으니 그저 ‘예스’라고 말할 수밖에 달리 무슨 말을 하겠나.” 요즘 할리우드에 채닝 테이텀만큼 행복한 남자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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