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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되는 요소들의 조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

현실과 재현, 영화와 연극, 고전과 현대라는 대립되는 요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이 영화를 통해 타비아니 형제가 보여준다. 감독 경력 60년이라는 세월이 말해주듯 <시저는 죽어야 한다>는 세련되고 노련한 솜씨를 보여준다. 타비아니 형제는 중범죄자 수용소인 레비비아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공연하는 연극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이를 영화로 만들기로 결정한다. 영화의 내용은 현실에서와 같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를 교도소 내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실제 교도소에서 공연된 연극의 연출자와 출연자였던 재소자들이 캐스팅되었다. 영화는 브루투스가 시저를 죽인 뒤 괴로워하다 자결하는 연극의 마지막 장면부터 시작된다. 객석의 환호 속에 출연자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공연은 마무리된다. 방금 전까지 시저였고 브루투스였던 배우들은 연극이 끝나자 재소자로 돌아간다. 그들이 자신의 감방에 갇히고 무거운 철문이 닫히면 영화의 서두가 마감된다.

시간은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화면은 흑백으로 바뀐다. 교도관이 재소자들에게 공연에 대한 공지를 전달하고 오디션 일정을 알리는 사건의 출발로 회귀한 것이다. 이름과 출생지 등을 밝히는 간단한 오디션을 통해 배역이 정해지고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된다. 이들은 어떤 직업배우보다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역할에 몰입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연습 과정으로 채워진다. 그런데 이들이 배역에 완벽히 동화될 즈음 위기가 찾아온다. 배역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대본과 현실이 오버랩되면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출연자들은 친구를 배신한 과거를 떠올리며 자책에 빠지기도 하고, 대본에 없는 실제 감정을 토로하다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신의 삶과 전혀 다른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면서 이들은 인간과 삶을 다시 돌아본다.

주요 배역을 맡은 이들은 마약 밀매, 마피아 조직범죄, 살인 등을 저지른 중범죄자로 10년 이상 종신형까지 선고받은 실제 재소자다. 공연 당일, 화면은 다시 컬러로 전환되고 시저가 암살되고 브루투스가 자결하는 첫 장면으로 돌아간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마감되고 배우들은 벅찬 감정으로 관객의 박수에 화답한다. 비록 현실에서는 범죄자이나 무대에서만큼은 다른 삶을 경험한 이들은 공연을 마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암살을 주도한 카시우스 역을 맡았던 코시모는 독방으로 돌아와 “예술을 알고 나니 이 작은 방이 감옥이 되었다”라는 혼잣말을 한다. 이는 역으로 예술은 현실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80분이 채 안되는 이 영화는 상영시간이 굳이 길 필요는 없다는 바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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