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비토리오 타비아니 (Vittorio Taviani)

1929-09-20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7.7

/

네티즌8

기본정보

    }
  • 원어명Vittorio Taviani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29-09-20
  • 성별

소개

대표작 <카오스> <굿모닝 바빌론>

60년대의 이탈리아영화계는 전후의 피폐한 사회를 사실적인 기법으로 담았던 네오리얼리즘의 시대에 이은 춘추전국시대를 펼치고 있었다. 비토리오와 파올로 타비아니 형제는 페데리코 펠리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등 쟁쟁한 모더니즘 영화의 거장들의 다음 세대로 당대의 현실이나 역사에 주목하되, 주관적이고 비유적인 영화언어를 아주 과감하게 구사하는 작품세계를 펼쳤다. 타비아니 형제의 영화는 일관되게 ‘유토피아와 혁명에의 이상’을 꿈꾸면서 폭력에 젖은 부조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던졌다.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네오리얼리즘 고전 <파이자>에 감화를 받았던 타비아니 형제는 피사대학에 다니는 동안 영화클럽을 결성하고 영화평을 썼으며 네오리얼리즘의 전설적인 시나리오 작가인 세자르 자바티니와 함께 각본작업을 하면서 영화계에 입문했다. 기록영화 감독으로 경력을 쌓은 이들은 62년에 장편영화 <불타는 남자 A Man for Burning>로 데뷔했다. 이탈리아 공산당의 지도자 팔미로 토글리아티의 장례식이 거행되기 3일 전에 벌어진 일을 담은 <파괴자들 Subversives>(1967)을 통해 타비아니 형제는 무정부주의와 파괴적인 테러리즘의 얼굴이 뒤섞인 이탈리아의 정치현실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면서 현실정치의 무용함과 덧없는 이상에의 갈구를 표현하는 그들의 작품세계를 확립했다. 68년 프랑스 5월혁명이 일어난 후에도 불안한 유럽 좌파의 정서는 바뀌지 않았고 <파괴자들>은 바라던 세상이 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타비아니 형제의 불길한 예언을 담았다는 평을 얻었다.

무정부주의자 성향의 청년이 농촌 마을에 해방구를 꾸리려 하는 내용을 담은 <성 미카엘의 수탉 Saint Michael Had a Rooster> (1970)은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열정이 현실에 부딪쳐 좌절하는 모습을 담은 쓸쓸한 영화였다. 그러나 이때부터 타비아니 형제의 재능은 원숙해졌고 <파드레 파드로네 Padre Padrone> (1976)는 이탈리아영화의 얼굴로 떠오른 그들의 작품세계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76년 칸영화제 대상과 국제비평가상을 받은 <파드레 파드로네>는 <성 미카엘의 수탉>에 이어 타비아니 형제가 두번째로 문학작품을 각색한 것인데, 글을 배우지 못한 사르디니아 지방 출신의 양치기로 언어학자가 된 가비노 레다의 자전적인 소설을 영화화했다. 가비노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지만 아버지의 무서운 권위에 눌려 산에서 양치기로 어린 시절을 보낸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자식을 막무가내로 끌어내 오고 잘못을 저지르면 가차없이 매를 드는 아버지는 무서운 가부장이며 그런 아버지와 아들 가비노의 관계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지만 가비노는 조금씩 반항하고 마침내 그의 ‘혁명’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 아버지의 뜻을 저버리고 가출한 가비노는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학자가 되지만 아들이 성공한 학자가 됐어도 아버지의 완고함은 변함이 없다.

<파드레 파드로네>는 아버지와 아들간의 지배 복종관계를 예리하게 암시하는 공중 부감화면과 후진 이동 화면의 효과가 뛰어났으며 침묵과 대화를 운율적으로 배치해놓은 사운드 처리도 인상적인 것이었다. 특히 배경음악을 장식용으로만 쓴 것이 아니라 보이는 화면에 대한 아이러니한 논평으로 쓰고 있어 프랑스 평론가 미셀 시옹은 <파드레 파드로네>를 ‘사운드 몽타주의 모범’으로 꼽기도 했다. <파드레 파드로네>는 일부 평단에서 네오리얼리즘으로의 귀환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80년대 이후의 타비아니 형제의 영화는 더욱 시적인 경향을 추구했다. <산 로렌조의 밤 The Night of the San Lorenzo>(1982) <카오스 Chaos>(1984)에 이어 타비아니 형제가 처음 영어대사로 만든 <굿모닝 바빌론 Good Morning, Babylon>(1987)은 두 이탈리아 건축 노동자가 신세계 미국 할리우드에 가서 데이비드 워크 그리피스 감독의 전설적인 작품 <편협>의 세트 촬영장에서 일하는 내용인데 영화만들기의 마술에 대한 아주 사랑스런 시선이 숨어 있다.

타비아니 형제의 초기영화는 기록영화 스타일과 비전문배우, 자연광 조명, 열린 이야기 구조를 지향했지만 후기영화에는 현실을 그 자체로 제시하는 네오리얼리즘의 미학을 피하고 끊임없이 현실에 문제제기를 하는 주관적인 작업을 해왔다. 그것은 현대 이탈리아영화의 미학적 나침반을 가리키는 중요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 영화감독사전,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