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4대에 걸쳐 로저(유덕화) 가족의 집안일을 하며 살아온 아타오(엽덕한)가 갑작스런 중풍으로 쓰러진다. 가족은 이미 해외로 이민을 갔고 로저 역시 수시로 중국으로 출장을 가 거의 집을 비운 거나 마찬가지다. 아타오는 자기 몸조차 추스르기 힘들어지자 로저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요양병원행을 자처한다. 그곳에서 아타오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적응하려 하고, 로저는 그 어느 때보다 정성을 다해 병원을 찾아 아타오의 말벗이 된다. 로저의 어머니 역시 병원을 찾아 지난날을 회상한다. 하지만 타오의 건강은 점점 더 악화된다.
부제가 ‘여인칠십’ 정도 될 것 같은 <심플 라이프>는 허안화가 <객도추한>(1990), <여인사십>(1995), <이모의 포스트모던 라이프>(2006), <천수위의 낮과 밤>(2008) 등을 통해 줄곧 다뤄왔던 여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직접적으로는 <객도추한>의 이방인의 정서, <여인사십>의 죽음이라는 화두가 <심플 라이프>에서 어쨌건 남의 가족일 수밖에 없는 아타오의 삶과 요양병원에서의 쓸쓸한 임종으로 이어진다.
가족적인 단란함과 생경함이 한데 섞여 있는 <심플 라이프>의 묘한 따뜻함은 허안화 특유의 세밀한 연출력으로 전해진다. 혼자 남겨진다는 쓸쓸함과 생명이 다해 가고 있다는 서글픔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주연과 조연을 오가며 오래도록 홍콩 영화계를 지켜온 노장 배우 엽덕한과 ‘생얼’의 수수함으로 다가오는 유덕화의 호흡은, 마치 오래전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서 느꼈던 삶의 성찰로 이끈다. 또한 우정출연한 서극, 홍금보, 황추생, 두문택 등의 모습에서 홍콩 영화계의 전설 허안화에 대한 애틋한 존경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