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의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이 출간되었다. 프롤로그를 통해 하드보일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 힘을 발휘했는지를 짚은 뒤 한국에 출간된 많은 하드보일드 소설에 대한 리뷰를 실었다.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은 총 5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개 같은 세상, 그래도 외면할 수 없다’에서는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44>,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를 비롯한 소설들이, 2장 ‘악해져도 좋다 어떻게든 살아남아라’에는 하세 세이슈의 <불야성>, 교고쿠 나쓰히코의 <우부메의 여름> 등이, 3장 ‘학교는 진실을 가르쳐주지 않는다’에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짐승의 길>, 대실 해밋의 <붉은 수확> 등이, 4장 ‘구차해도 좋다 자신만의 길을 가라’에는 제프리 디버의 <본 콜렉터>, 리 차일드의 <추적자>,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 등이, 5장 ‘거대한 벽 앞에서도 즐길 수 있다’에는 이사카 고타로의 <골든 슬럼버>,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등이 실렸다. 그렇게 흐르듯 순서대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장에서 펼쳐 어느 책에서 시작해도 상관없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 실린 책의 목록 자체가 김봉석의 날카로움으로 선별한 하드보일드 걸작선이기도 하다. 그는 고전의 무게에 휘둘리지 않고, 미지의 작품의 신비에 매달리지 않고, 지금 한국에서 읽을 수 있는 여러 문화권의 하드보일드 소설을 읽는 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백미는 각 장의 모두(冒頭). 김봉석 특유의 간명한 글놀림으로, 하드보일드한 세계를 담아내고자 하는 작품들이 놓인 자리를 선언하듯 정리하고 있다. 살아가기가 아니라 살아남기를 화두로 삼아본 적 있다면 “추락과 흔들림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되도록 즐기는 거다. 고독도 즐기고, 고통도 나름 즐겨야 한다. 최고의 복수는 내가 잘 살아남는 것이다”라는 말이 묵직한 추처럼 마음의 균형을 잡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