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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해피엔딩은 나의 것
김성훈 사진 오계옥 2012-07-25

전지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씨네21>(408호 ‘전지현에 대한 3가지 보고서’ 기획기사 중)은 전지현에게 “10년 뒤면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 있다. 그때 그의 대답이 궁금하지 않은가. “물론 여자니까, 결혼을 했을 것 같고. 연기를 계속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해외로) 많이 나가고 싶다.” 놀랍게도 세 가지 예상 모두 적중했다. 얼마 전 결혼을 했고, <도둑들>을 찍었고 현재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를린>도 찍고 있다. 그리고 <블러드>(2007), <설화와 비밀의 부채>(2010) 등 해외 프로젝트도 몇편 경험했다. 그러나 이 얘기를 들은 전지현은 새삼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 맞았네.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너무 어렸을 때라. 그런 예상을 했다니 신기하다.”

잠깐 잊고 있었다. 무심하고 시크하면서도 장난기 많고 건강했던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 말이다. 영화면 영화, CF면 CF, 밀레니엄의 대중문화를 주도했던 그가 <도둑들>로 돌아왔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7) 이후 거의 5년 만에 출연한 한국영화이자 전 소속사였던 IHQ에서 홀로서기한 뒤 혼자의 힘으로 고른 첫 작품이다. 최동훈 감독의 아내이자 <도둑들>의 제작자인 안수현 프로듀서와 친분이 있던 그가 최동훈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출연을 요청했다고. “감독님, 그런 작품이 있으면 당연히 저와 함께 가셔야죠, 그랬다. 예전에는 이런 방법이 있는 줄 몰랐다. 소속사에서 걸러진 시나리오 2~3개 중에 고르곤 했으니까.”

“<도둑들>의 비주얼이다.” 전지현은 자신이 맡은 예니콜을 이렇게 요약했다. 얼굴과 몸매가 예쁘다는 뜻일까. 너무나 당연한 소리고. 예니콜은 줄타기 전문 도둑이다. 고층 건물,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비좁은 통로 등 줄을 매달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의 무대고, 그때마다 그는 “예~!” 하며 공중곡예를 종으로, 횡으로 펼쳐 보인다. 그러니까 10명의 도둑 중 가장 화려하게 도둑질을 하는 동시에 <도둑들>에서 가장 아찔한 액션을 맡고 있는 캐릭터다. 이 소리를 달리 생각할 수 있겠다. 어떤 점에서 예니콜은 <도둑들>에서 가장 판타지적인 캐릭터이자 현실적인 캐릭터가 득실거렸던 최동훈 감독의 영화 속 인물의 범주에서 한참 벗어난 캐릭터이기도 하다. 전지현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영화를 미리 봤는데, 땅 위에 서 있는 다른 도둑들과 달리 예니콜만 공중에 붕 떠 있더라. 나 역시 어릴 때부터 그랬다. 그 점에서 예니콜은 나와 닮은 캐릭터다.”

<도둑들>의 여러 배우가 그랬겠지만 특히 전지현에게 <도둑들>은 첫 경험을 많이 하게 해준 작품이다. 언제나 남자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엽기적인 그녀>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같은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처음으로 자신보다 경력이 많은, 여러 선배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어릴 때부터 그런 부담감이 있었다. 혼자 책임져야 했고, 나에 대한 기대치를 뛰어넘어야 했다. 아이돌 그룹은 노래부를 때 여러 명이 파트를 나눠 부르면서 서로의 단점을 커버해주잖나. <도둑들>이 그런 느낌이었다.” 공동작업의 즐거움이 생각보다 상상 이상이었던 모양이다. 현재 촬영 중인 <베를린>에서도 한석규, 하정우, 류승범 등 여러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으니 말이다. <베를린>에서 그는 간첩 하정우의 아내 련정희 역을 맡았다. “재독 북한대사관에서 통역 일을 하고. 남편 하정우와의 러브스토리를 비롯해 어떤 아픔이 있는, 비밀이 많은 여자다.” 인터뷰가 거의 끝날 때쯤 궁금해졌다. 전지현이 상상하는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물어봤지만 이번에는 그의 대답을 안 옮겨도 될 것 같다. 지금부터는 좀더 자주 그의 얼굴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어릴 때부터 목표가 있었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는 것. 사람들은 너무 한 가지 이미지만 구축하는 게 아니냐, 이미 배우로서 바닥이 난 게 아니냐고들 하는데 아직 시간이 많다. 어쨌거나 지금은 30대의 전지현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30대 전지현의 배우 인생은 이제 막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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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이선희, 이진희(이상 폼메이드)·헤어 유다·메이크업 배경란·의상협찬 루이비통, 듀메이드(duMADE), 구치, 세그먼트 에이, 샤넬, 지미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