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안 해본 걸 해보도록 하세요.”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1976년 용띠생의 만화가 천수로(고현정)에게 의사가 내린 처방이다. <미쓰GO>는 그녀가 살인현장을 목격하고, 사람들에게 쫓기고, 사랑까지 하게 되면서 정말 겪어본 적도 없고, 상상해본 적도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이야기다. 대인기피증 때문에 중국집 배달 주문도 손수 못하는 그녀는 어느 날 한 수녀의 도움을 받고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수녀가 사랑한 남자에게 노란 장미 한 다발과 케이크를 대신 전해주는 게 그녀의 부탁이다. 하지만 선물을 받기로 한 남자는 칼에 맞은 상태고, 수녀로 변장했던 ‘미쓰 고’는 차에 치여 죽는다. 천수로는 사건 현장에 있었던 여자라는 이유로 미쓰 고로 오인된다. 마약과 돈 500억원의 행방 또한 미쓰 고로 오인된 천수로만이 알고 있다는 오해가 생긴다. 범죄조직에 잠입한 언더커버인 빨간 구두(유해진)가 천수로의 주변을 맴도는 가운데, 경찰인 성 반장(성동일)과 마약조직의 보스 사영철(이문식), 범죄조직을 거느린 갑부 백봉남(박신양)이 천수로의 행방을 쫓는다. 혼자 사는 게 두려웠던 천수로는 자신의 신변을 지키겠다고 곁에 온 빨간 구두에게 미소를 짓는다.
<미쓰GO>가 여성판 <아저씨>라는 소문이 있었다. 평범한 여자가 우연히 어떤 사건에 휘말려 악의 무리를 소탕한다는 설정 때문이다. 한국판 <나잇 & 데이>나 <트루라이즈>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 평범한 여자가 악의 무리와의 소동에 빠지는 가운데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개된 <미쓰GO>에서 여자는 가공할 신체적 능력으로 적을 무너뜨리지 않고, 사랑에 빠진 남자와 사랑을 완성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미쓰GO>는 여성판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 가까워 보인다. 로저 O. 손힐이 조지 캐플란으로 오인받았듯, 천수로는 미쓰 고로 오인받는다. 그가 우연히 만난 이브 켄들과 사랑에 빠지듯, 천수로는 빨간 구두와 정을 나눈다. 오인된 남자를 오인된 여자로, 팜므파탈을 옴므파탈로 변형시켰다는 게 <미쓰GO>의 가장 흥미로운 점일 것이다. 여기에 심리적 장애를 극복하려는 여성의 성장담, 그리고 돈과 마약을 둘러싼 음모와 반전이 엮인다. 결국 <미쓰GO>의 관건은 흥미롭게 전복된 캐릭터들이 익숙한 나머지의 이야기를 얼마나 신선하게 이끌어갈 것인가다. 여성의 성장담은 범죄 장르와 만나 더욱 또렷한 플롯을 갖게 될 테고, 악인이 판치는 범죄는 엉뚱하고 소심한 여성과 만나 색다른 웃음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적어도 아이디어들을 조합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기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미쓰GO>는 제작진과 관객이 기대한 부분 중에 어떤 것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범죄에 휘말린 여자가 하필 공황장애를 겪고 있기 때문에 영화 속 범죄의 양상이 달라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중·후반부까지 천수로란 캐릭터가 지닌 에너지는 범죄에 개입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의 자리만 지키고 있다. 공황장애라는 병을 관객이 크게 공감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먼저 배우의 연기로만 공황장애를 표현하려고 한 듯 보인다. 돈과 마약을 선점하려는 음모가 촘촘하게 짜여 짜릿한 반전을 전하는 것도 아니고, 무식한 조폭과 역시 다를 게 없는 경찰들이 건져올리는 웃음은 공허하다. 무엇보다 천수로와 빨간 구두의 로맨스마저 간단히 요약되고 만다. 그가 옴므파탈이었고, 천수로가 그 때문에 분기탱천한다고 보기에 이들의 로맨스는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지나간다. 배우 고현정의 변신 정도가 <미쓰GO>에서 확인할 수 있는 흥미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