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의 대가가 미국을 가로질러 3천마일을 추적한다.
<현기증>을 마치고 나서 가벼운 주제로 영화를 끌고 가겠다는 생각으로 히치콕이 제작한 영화. 광고업에 종사하는 주인공 남자 로저 손힐은 캐플란이란 이름의 첩자로 오해받아 스파이 조직에 쫓기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살인누명까지 덮어쓰고 자신의 정체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히치콕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누명을 쓴 남자’의 모티브를 취한 이 영화에서 히치콕은 인간을 사고 파는 처지로 몰고 가는 미국사회의 황량한 풍경을 경쾌한 코미디 스릴러로 연출했다. 로저 손힐은 광고업자이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광고(?)해야 하는 처지에 빠진 남자다. 여주인공 이브 캔달도 마찬가지 입장으로, 악당 밴담과 CIA 사이에 끼어서 마치 물건처럼 취급받는다. 그러나 히치콕의 결론은 낙관적이다. 30년대 할리우드영화처럼 남자와 여자의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 곳이 바로 미국이라는 신화적인 이미지로 끝맺고 있다. [씨네21 216호,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