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트라이베카영화제(이하 TFF)는 한인 영화인들의 축제였다. 지난 2009년 TFF에서 <익스플로딩 걸>을 소개했던 브래들리 러스트 그레이 감독과 프로듀서 김소영 부부가 독특한 첫사랑 이야기 <잭 앤 다이앤>으로 다시 영화제를 찾았고, 호주계 한인으로 LA에서 활동하는 문은주 감독이 가수 토니 베넷의 작업 과정을 담은 장편다큐멘터리 <젠 오브 베넷>, 여배우 제니퍼 김이 주연급 조연으로 출연한 벤자민 디킨슨 감독의 <퍼스트 윈터>, 뉴욕필름포럼에서 7월25일 개봉하는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 경지숙 감독의 단편 <너의 결혼식, 나의 결혼식> 등이 올해 TFF에서 소개됐다.
올해 영화제의 화제작은 키아누 리브스가 제작 및 인터뷰하고, 대니 보일, 제임스 카메론, 데이비드 핀처, 조지 루카스, 크리스토퍼 놀란, 마틴 스코시즈, 스티븐 소더버그, 라스 폰 트리에 등이 인터뷰에 응해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필름 포맷에 대해 논한 다큐멘터리 <사이드 바이 사이드>, 2002년작 <요시와 자거>의 속편 <요시>,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의 <트리쉬나> 등이다. 특히 올해 TFF는 오랫동안 평론가들이 문제를 제기했던 상영작 선정이 확연히 달라졌다. 프로그래머들이 대거 교체됐기 때문이다. 칸영화제 감독주간 디렉터였던 프레데릭 부아이예를 필두로 선댄스영화제를 19년간 운영해온 제프리 길모어 등이 영입돼 수준 높은 100여편의 장·단편 작품을 소개했다. 경쟁부문 출품작 중 킴 응엔 감독의 <워 위치>가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레이첼 음완자)을 수상했고, 다큐멘터리부문에서는 니샤 파후자의 <월드 비포 허>가 작품상을, <우나 노체>의 감독 루시 멀로이가 신인감독상을, 주연 다리엘 아르차다와 하비에르 누네즈 플로리안이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우나 노체>는 미국으로 탈출하기를 갈망하는 쿠바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TFF에 참석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하비에르 누네즈 플로리안과 여배우 아나일린 데 라 루아가 중도에 플로리다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10여일 뒤 변호사를 선임해 미국 내 정치적인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토니 베넷은 몰라도 레이디 가가는 알겠지”
다큐멘터리 <젠 오브 베넷> 문은주 감독 인터뷰
-이 작품을 연출하게 된 동기는. =남편 디온 비브(<게이샤의 추억>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촬영감독)가 롭 마셜이 연출한 TV스페셜 <토니 베넷: 아메리칸 클래식>을 촬영하면서 대니와 작업한 경험이 있다. 그가 아버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디온과 나에게 의뢰했고, 가족끼리 친분이 두터워져 흔쾌히 승낙했다.
-토니 베넷과 작업은 어땠는지. =촬영 전 토니가 나에게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믿음을 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촬영 준비를 위해 약 7개월간 그와 함께했다. 그러면서 토니가 같은 방식으로 노래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번은 이런 말을 하더라. 예전에 캐리 그랜트가 토니에게 영화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유인즉 같은 일을 계속 시키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촬영 기간 내내 매 순간이 단 한번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했다. 토니가 다시는 똑같이 말하거나 노래해주지 않을 테니까.
-요즘 젊은이 중에는 토니 베넷을 모르는 이들도 많을 텐데, 이런 관객에게 이 작품을 설명한다면. =아름다운 음악 외에도 85살이 된 지금도 늘 배우는 자세로 인생에 임하고, 타협하지 않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담았다고 말하고 싶다. 또 토니를 모른다 해도 여기 출연하는 레이디 가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