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제목은 <어벤져스>에 붙여야 옳을 것이다. 8명의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한편의 블록버스터를 만든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만드는 거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슈퍼히어로 8명으로 ‘좋은’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건 어떤가? 몇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마블엔터테인먼트가 영화라는 매체를 너무 만만하게 본다고 불평했다. 코믹스의 세계에서야 히어로들을 떼로 불러모아 싸우게 만드는 게 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화는 다르다. 2시간 남짓한 시간 속에 캐릭터를 구축하고 이야기를 요리하는 건 팬보이 정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코믹스와 영화의 세계를 동시에 이해하는 연출가의 영입이 필수인데, 마블이 선택한 건 조스 웨던이다. <버피와 뱀파이어> <파이어 플라이> 같은 TV시리즈를 창조한 그 남자 말이다.
조스 웨던과 마블이 머리를 굴려 내놓은 이야기는 의외로 간략하다. 국제평화유지기구인 쉴드가 <퍼스트 어벤져>에서 획득한 미지의 에너지원 큐브를 <토르: 천둥의 신>의 악당이었던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의 동생 로키(톰 히들스턴)가 훔친다. 전 지구인이 로키의 노예가 될 처지에 이르자 쉴드의 국장 닉 퓨리(새뮤얼 L. 잭슨)는 슈퍼히어로들을 끌어모아 하나의 팀을 만든다는 ‘어벤져스’ 작전을 개시한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헐크(마크 러팔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와 토르, 쉴드 요원인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와 호크아이(제레미 레너)가 한자리에 모인다. 강한 성격 탓에 단합이 안되던 어벤져스팀은 로키가 쉴드의 공중 요새를 공격하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버피와 뱀파이어> <파이어 플라이> 같은 TV시리즈에서 수많은 캐릭터들을 규합하며 하나의 우주를 창조해냈던 조스 웨던의 장기는 <어벤져스>에서도 그대로 발현된다. 조스 웨던은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히어로가 운집하는 전반부, 공중 액션 시퀀스의 중반부, 뉴욕을 무대로 한 후반부로 명확하게 정리한 다음 오로지 캐릭터에 집중한다. 여기서 조스 웨던의 진짜 장기가 튀어나온다. 그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캐릭터들이 충돌하고 화합하는 과정을 통해 전체 이야기와 액션의 균형을 만들어낼 줄 아는 감독이다. 특히 헐크를 다루는 솜씨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실패한 극장용 장편의 주인공이자 배우가 뒤바뀐 캐릭터가 영화의 코미디를 담당하며 부활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시각적인 화력에 있어서 <어벤져스>는 할리우드를 쫓아가려는 수많은 뱁새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법하다. 마지막 뉴욕 액션 시퀀스는 <트랜스포머3>의 시카고 액션 시퀀스와 비견할 만한데, 각각의 히어로들이 액션과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덕에 마이클 베이식 스펙터클의 낭비로 결코 떨어져내리지 않는다. 특히 조스 웨던은 탈것을 이용한 액션 설계에 뛰어나고, 그를 통해 비행의 쾌감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도 능수능란하다. 만약 <어벤져스>로 조스 웨던이라는 감독을 처음으로 발견한 관객이라면 한국에서는 DVD로만 출시됐던 2005년작 SF영화 <세레니티>를 찾아서 감상하시길. 조지 루카스가 수억달러의 예산으로도 해내지 못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쾌감을 조스 웨던은 겨우 4천만달러로 구현한 바 있다. DC와 크리스토퍼 놀란이 코믹스의 세계를 실재 세계 속에 접합시키며 걸작을 만들어냈다면, 마블과 조스 웨던은 코믹스의 세계를 실재 세계 속에 툭 밀어넣으면서도 현대적인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냈다. 전자가 더 어렵지 않냐고? 후자도 만만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