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vs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
무감각의 서스펜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이하 <틴틴>)은 꼭 히치콕에 혼들린 영화처럼 느껴진다. 그럴 만도 하다. 원작자 에르제는 히치콕의 <39계단>에 영감을 받아 <검은 섬>을 그렸을 만큼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감독 스필버그 또한 히치콕의 <가족 음모> 세트장에 무단침입을 감행했을 정도로 그의 광팬으로 유명했으니. 그러니 <틴틴>에서 <현기증>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흔적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중에서도 히치콕의 그림자가 가장 드넓게 드리운 장면은 ‘밀라노의 디바’ 카스타피오레의 콘서트 장면일 것이다. 스필버그가 히치콕의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의 그 유명한 앨버트 콘서트홀 장면을 인용해 에르제의 원작을 새롭게 패치워킹한 부분이다. 그는 히치콕으로 빙의라도 한 듯 음모를 꾸미는 자와 음모를 알아차리는 자의 시선을 교차시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덕분에 우리는 히치콕이라는 이름이 3D 모션캡처 애니메이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카린의 계략에 걸려든 줄도 모른 채 열창하는 카스타피오레의 순진무구함 역시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에서 저격수의 공범이 되는 심벌즈 주자의 무감각함을 닮았다. 그에 대해 히치콕은 그 무감각함이 핵심이라며 “자신은 알지 못하지만 실은 그가 진짜 살인자인 셈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저격수가 든 망원경에 비친 풍경은 틴틴이 든 망원경에 비친 풍경보다 훨씬 살벌하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vs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모래먼지 vs 옥수수밭 “영화는 역시 미제야.”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 관한 가장 인상적인 20자평은 누군가가 농담처럼 내뱉은 그 말이었다. 짓궂은 단정이지만 ‘미제영화’에 대한 열광은 1950년대 프랑스의 누벨바그 세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 아니던가. 그들에게 특히 히치콕이라는 이름은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그들보다 한참 후예인 브래드 버드 감독 역시 히치콕의 영향 아래 있는 남자라 할 만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감독’으로 인지한 사람이 히치콕”이었다는 그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옥수수밭 추격장면을 떠올리며 두바이의 모래폭풍 장면을 촬영했다. 덕분에 구태의연할 뻔했던 카 체이싱 액션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개처럼 자욱한 모래먼지가 액션의 온도와 속도를 떨어뜨리는데, 거기서 빚어지는 분위기가 영화를 통틀어 가장 돋보이는 요소다. 다만 시각적 트릭에 치중한 나머지 히치콕적 서스펜스는 잃어버렸다는 점이 아쉽다. 애초 히치콕의 연출의 묘는 이러했다. “당시 나는 한 남자가 어떤 장소에 서 있는데 아마도 총에 맞아 죽을 것이라는 케케묵고 진부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습니다. 보통 이런 것을 어떻게 처리합니까? 깜깜한 밤 도시의 비좁은 교차로에 희생자가 가로등 불빛 아래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중략) 이런 장면의 정반대 상황은 어떤 것일까요? 어둠도 없고, 불빛도 없고, 창가에 의심스런 인물도 없고, 그런 것들이 전혀 없는 것이겠죠. 햇살이 환하고 집이나 나무가 거의 없어, 위협받는 인물이 숨을 곳이 없는 텅 비고 탁 트인 시골 들판이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