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아트홀 김은주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통화연결음으로 <라붐>의 <Reality>가 흘러나온다. 관객에게 추억을 주는 극장 주인다운 선곡이다. “몰랐다. 내 번호로 전화를 걸지 않으니까…. (웃음) 지금 극장 개관 준비로 바쁘다. 이따 통화하자.” 서대문에 위치한 서대문아트홀(옛 화양극장)이 ‘70년대 극장’으로 재개관한다. 지난해까지 서울시가 운영한 청춘극장이 있던 그 자리가 맞다. 원래 청춘극장은 드림시네마였는데, 드림시네마와 실버영화관(허리우드극장)을 운영하던 김은주 대표가 2010년 서울시에 대관을 내준 것이다. 이곳에서 15개월간 청춘극장을 운영하던 서울시가 은평구에 마련한 새 보금자리로 떠나면서 김은주 대표는 서대문아트홀을 개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은주 대표는 새 극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실버영화관의 경우, 하루에 약 1천명, 1년에 18만여명이 극장을 찾는다. 매진될 때마다 발걸음을 돌리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안타까웠는데, 650석 규모의 서대문아트홀이 개관하면 더 많은 어르신들이 클래식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르신들이 많이 찾지만 영화 티켓값이 2천원이라 극장 운영이 늘 힘들다고 한다. “항상 적자이지만 우리가 상영하는 영화는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작품이다. 최신 개봉영화는 자막이 빨라 어르신들이 보시기에 어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클래식영화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70년대 극장’이라는 컨셉답게 상영작은 <닥터 지바고>를 비롯해 <사운드 오브 뮤직> <빠삐용> <챔프> 등 여러 클래식영화가 준비되어 있다. 극장 간판 역시 포스터가 아닌 초대형 그림으로 제작됐다. 극장 간판 화가 김영준씨가 나흘 동안 극장 로비에서 그린 것으로 가로 5m, 세로 13m인 스크린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평일에는 영화가 상영되고 매주 토요일은 밴드, 노래, 만담으로 구성된 <추억의 쇼>가 열린다. 김은주 대표는 “멀티플렉스 시대가 되면서 어르신들만의 문화공간이 없어졌다. 그 점에서 <추억의 쇼>는 어르신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조만간 옛날 물건들을 모은 전시회도 열 것”이라고 말한다. 1월9일부터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손을 잡고 주말에 극장 나들이 한번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