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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도 해피엔딩
이영진 사진 백종헌 2011-11-15

김조광수 감독의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은 ‘퀴어 로맨스’도 ‘해피엔딩’이 가능함을 보여주려는 코미디다. 게이인 민수(김동윤)와 레즈비언인 효진(류현경)은 커밍아웃 대신 위장결혼을 선택하는데, 신혼 첫날부터 별거하는 이 별난 커플의 동거는 그들의 진심을 모르는 가족과 동료들 때문에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의뢰인>의 제작자이기도 한 김조광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 이미 단편 <소년, 소년을 만나다> <친구 사이?> <사랑은 100°C> 등을 연출하면서 ‘밝은’ 퀴어영화를 모색해왔던 김조광수 감독은 이번엔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웃음의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가져왔다. 11월11일부터 촬영에 들어가 크리스마스 전까지 촬영을 끝낼 그는 이미 두 번째 장편 <약속>의 시나리오 작업도 시작한 상태였다.

-실제 인물들을 모델 삼아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게이, 레즈비언 커플들이 위장 결혼을 했다가 실패한 경우를 많이 봤다. 처음엔 진지한 비극으로 끌고 가자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내용이 무거우니 형식이라도 밝게 가보자 싶어서 장르를 코미디로 정했다. 퀴어영화는 어둡고 무겁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시나리오도 직접 썼나. =직접 쓰려고 끙끙대다가 포기했다. 캐릭터와 이야기는 다 만들었는데, 플롯을 재밌게 짜내지 못했다. 결국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박해영 작가가 도와줬다.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라서 자기는 못 쓸 것 같다고 몇번을 거절했는데 날 위해 한번만 봐달라고 부탁해서 하게 됐다. 그런데 쓰겠다고 한 뒤로 난리가 났나 보더라. 다들 천벌 받을 일이라는 반응을 보인 거지. 너무 반대하니까 되레 박 작가는 열심히 써보겠다고 하더라. 그렇게까지 반대할 일인가, 실제 게이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짠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저예산이지만 제작비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투자사에선 컨셉은 좋은데 퀴어 부분을 약화하자고 하더라. 게이 커플과 이성애자 여성이 등장하는 삼각구도 형식의 드라마로 만들자는 거지. 남녀간의 섹스장면도 넣고. 그래서 됐다고 그랬다. 투자사인 디씨지플러스의 경우 <후회하지 않아>를 같이 했기 때문에 그나마 좀 열려 있어서 가능했다.

-배우들은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나. =류현경은 시나리오 보냈는데 바로 다음날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퀴어영화를 많이 보기도 했고, 특히 최근에는 <하트 비트>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 민수 역의 김동윤은 다른 영화 오디션 때 만난 적이 있다. 예전에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에 출연할 때 뜰 뻔했는데 그 뒤로 잘 안 풀렸다. 소속사에선 가수를 하라고 했는데 본인은 연기하고 싶다고 하면서 틀어지게 됐고 그 뒤 기회를 많이 갖지 못했다. 아쉬운 건 게이 비주얼이 아니라는 거 정도. (웃음) 반면 송용진은 처음 봤을 때 완전 게이 필이었다. 4년 전에 한 카페에서 둘 다 따로 인터뷰를 하다 만났다. 쟤 좀 괜찮아 보이는데, 했더니만 날 인터뷰한 기자가 잘나가는 뮤지컬 배우라면서 소개해줬다. 그 뒤로 몇번 만났는데 그때만 해도 ‘얘는 100%야’ 확신했다. 그런데 친해지고 나서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더라.

-배우들과 같이 게이바에도 많이 놀러갔겠다. =물론. 오늘은 게이들이랑 배우들이랑 함께 파주에 MT 간다. 배우들이 나만 벤치마킹하면 안되잖나.

-커밍아웃을 둘러싼 인물간의 대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커밍아웃을 강요하는 영화가 아니라 권유하는 영화다 게이들의 삶이 녹록지 않다는 걸 보여주면서 동시에 커밍아웃 이후의 행복한 삶도 제시하고 싶다. 나 역시 커밍아웃 이후에 행복하게 살고 있기도 하고.

-인물들의 대화 중에 은어가 종종 등장한다. =많이 줄인 거다. ‘오늘 너 더덕 좀 때리고 나왔구나’, 뭐 이런 것부터 ‘선녀하강’ 등과 같은 체위 관련 은어도 원래 넣으려다가 다 뺐다.

-단편들에선 10대와 20대가 주인공이었다. 이번엔 서른살 넘은 인물들을 끌어왔다. =연작이다. 40대도 곧 다룰 거다. <약속>이라고. <의형제>를 보면서 난 이거 완전 퀴어영화인데 했는데, <약속>은 만약 둘이 사랑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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