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부숴버릴 거야: <리벤지> Revenge
출연 매들린 스토, 에밀리 반캠프, 가브리엘 만, 헨리 제니, 닉 웨슬러 / 채널 <ABC> “이것은 용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리벤지>는 아버지를 파멸시킨 사람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부유하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에밀리(에밀리 반캠프)는 아버지가 경제사범으로 몰리며 비참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이 사건으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부녀는 강제적으로 생이별하게 된다. 아버지가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며 남긴 거액의 유산과 편지를 통해 에밀리는 아버지의 몰락 뒤에 아버지 지인들의 모략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치밀한 복수 계획을 세운다. 복수의 대상은 다양하다. 출세를 위해 진실을 외면한 판사, 재판에서 거짓 증언을 한 투자전문가, 에밀리를 강제로 병원에 가둔 심리학자…. 복수의 끝에는 아버지의 가장 가까운 동료였던 햄튼 사교계의 여왕 빅토리아(매들린 스토)와 그녀의 남편 콘래드가 있다.
<가십걸>이 가볍고 말랑말랑한 시선으로 화려한 파티와 명품 드레스 뒤에 감춰진 상류사회의 이면을 다뤘다면, <리벤지>의 화법은 보다 자극적이고 날카롭다.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친구를 순식간에 파산하게 만들거나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부드럽게 미소지으면서 뒤로는 그녀의 흠결을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 이것이 <리벤지>가 묘사하는 햄튼 상류사회의 모습이다. 이 지뢰밭 같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여주인공이 복수를 성공시켜나가는 모습이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제공한다. 특히 <로열 패밀리>와 같은 한국의 재벌 드라마를 즐겨 본 시청자라면 틀림없이 이 드라마와 사랑에 빠지게 될 것 같다. 한회에 한명 분의 복수를 이뤄내는 속도감있는 전개와 뚜렷한 선악구조가 영락없이 한국 드라마를 닮았다.
<아바타>의 스케일을 TV로 만끽하라: <테라 노바> Terra Nova
출연 제이슨 오 마라, 셸리 콘, 스티븐 랭 / 채널 <FOX> <아바타>와 <쥬라기 공원> 같은 드라마를 TV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인가. 9월 말 <테라 노바>가 등장한 이후 정답은 ‘그렇다’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일찌감치 화제가 된 <테라 노바>는 8500만년 전 백악기에 새 보금자리를 꾸린 21세기 사람들의 이야기다. 2149년, 지구는 인구 과다와 자원 고갈로 생존의 위협에 직면한다. 경찰 짐(제이슨 오 마라)과 의사이자 과학자인 그의 부인 엘리자베스(셸리 콘)는 세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테라 노바’로 이주할 계획을 세운다. 테라 노바는 시간의 균열로 인해 과학자들이 발견한 8500만년 전의 세계로, 이곳에 한번 이주하게 되면 다시는 21세기로 돌아올 수 없다. 짐과 가족들은 테일러 사령관이 통치하는 백악기 시대 인류 최초의 정착촌, 테라 노바에서 제2의 삶을 꿈꾼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드라마의 스케일이다. 초식공룡에게 애완동물 사료 주듯 풀을 먹이고, 열대우림이 <아바타>의 스케일로 펼쳐지는 광경을 TV에서 목격하는 건 분명 신선한 경험이다. 다른 드라마보다 평균 제작비가 100만달러 더 소요되고, 후반작업에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이 드라마를 위해 방영사인 <FOX>는 시즌1 13개의 에피소드를 사전 구입하는 전례없는 결단을 내렸다. 아직까지는 <FOX>의 도박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지금까지 다섯개의 에피소드를 방영한 <테라 노바>는 스필버그의 취향을 짐작할 수 있는 가족적인 분위기와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야생에서의 거친 삶을 짜임새있게 직조하며 “영화적인 작품”(<월스트리트 저널>), “이번 시즌 최고로 흥미로운 드라마”(<LA타임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라 노바의 진짜 목적, 테라 노바로부터 독립한 이주민 집단 ‘식서스’의 정체 등을 시즌1의 주요 미스터리로 내세운 이 드라마가 <스타게이트> 시리즈, <로스트> 등의 뒤를 이어 명품 SF물로 남게 될지 주목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