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다큐멘터리가 떼지어 극장으로 나섰다. 제목은 ‘自然+人 KBS 다큐멘터리 기획전’이고, 10월25일부터 31일까지 CGV대학로와 구로에서, 11월10일부터 16일까지 CGV창원에서 열린다. KBS에서 방영됐던 다큐멘터리 10편이 재편집을 거쳐 극장에서 상영되는 행사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텔레비전과 극장 사이를 열심히 이어준 누군가가 있었을 거다. 그게 KBS 콘텐츠 사업부 박유경 프로듀서다. 경력부터 물었다. “인류학과를 졸업했다. 대졸 최저임금으로 1995년에 입사, 행정착오로 인하여 예능국으로 발령받았다. (웃음) 각종 부서 및 <국악한마당> <가족오락관> 등의 프로그램을 거치고 중국에 유학을 가서 석사도 받고 지금은 콘텐츠 사업부에 근무하면서 출판, 캐릭터, DVD 음반사업 등을 맡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다시 물었다. 이번 기획전에서 어떤 일을 했나. “상영할 다큐멘터리 선정에 참여했고 방송사와 극장과 다큐멘터리 외주 제작사 인력들과의 협업 및 협력관계를 조율했다.” 본인은 부끄럽다지만 이번 기획전을 가능케 한 중요한 마당발이었던 셈이다. KBS가 제작 방영하여 관심을 모았고 극장에까지 개봉하여 예상외의 큰 성과를 거둔 <울지마 톤즈>가 이런 기획전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획전 형식으로 한꺼번에 모아 상영해보자 했던 거다.” 그런데, 자, 사실 여기까지는 준비하면 다 할 수 있는 말들이다. 실은 좀 다른 면에서 감동을 받았다. 필살의 추천작 두편, <20년 전의 약속>과 <어머니의 백번째 가을날>의 내용을 한참이나 열심히 설명하던 박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한순간 감정에 젖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정말 이 작품들을 좋아하는구나 아는 게 어렵지 않았다. “이 기획전은 하나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듀서들에게도, 다소 틀에 박힌 텔레비전용 다큐에도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이런 만남을 폭넓게 이어갈 생각이다.” 그 ‘만남’, 부디 상업적 성공에 눈멀지 말고, 가치있게 발전하면 참 좋겠다.
[이 사람] 방송 다큐에 활력 불어넣고파
글
정한석(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2011-10-17
‘自然+人 KBS 다큐멘터리 기획전’ 이끈 KBS 박유경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