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의 진폭에 비하면 <브로큰 러브송>은 잔잔하고 심심한, 그래서 평범하게 느껴지는 음악영화다. 캐나다 밴드 ‘브로큰 소셜 신’의 공연을 기록한 논픽션과 연애 가능성을 타진하는 두 젊은 남녀의 픽션을 무던하게 엮었을 뿐이다. 그리고 대개의 음악영화처럼 ‘영화’보다 ‘음악’에 방점을 찍었다. 화면의 질감은 콘서트 DVD스럽고, 카메라도 공연장을 벗어날 때마다 초조하게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가길 기다리는 청중의 마음처럼 움직인다. 그런데 그 기운이 두 주인공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으로도 전염된다. 떠나기로 마음먹었던 여자는 결국 남자의 침대로 돌아와 놓친 공연을 아이폰으로 확인하는데, 말 그대로 ‘사랑은 음악을 타고’ 전해진다.
15년 만에 다시 만난 브루노(그렉 캘더론)와 캐롤라인(조지나 레일리)은 즉흥적으로 하룻밤을 함께한다. 지난 세월 동안 캐롤라인에 대한 마음을 숨겨온 브루노는 이를 기회삼아 관계를 진전시키려 애쓴다.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하루. 파리 유학 중인 캐롤라인은 내일이면 돌아간다. 안절부절못하는 브루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물리적 시간과 거리가 너무도 사소히 여겨지는 이 시대에도 연애의 사정거리는 쉽게 단축되지 않는구나, 절감하게 된다.
‘브로큰 소셜 신’의 백스테이지는 두 사람이 지닌 애정의 밀도차가 충돌하는 공간이다. 남자의 욕망은 장막 뒤에서야 비로소 바닥을 드러내고, 여자는 도망친다. 하지만 음악이 다시 그녀를 그에게로 데려다준다. 이 정도면 음악에 빚진 영화라 해도 될 것 같다. 단편의 부피감밖에 지니지 못했던 이야기로 시작해 장편의 길이감을 확보하기에 콘서트 영상은 더없이 유용한 소스다. 그래도 좋은 음악과 좋은 영화를 엄격히 구분하려 들지만 않는다면 크게 실망할 정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