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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난민 구출, 위법입니까

불법 이민자 문제 다뤄 사회적 경종 울린 <테라페르마>

이탈리아는 바다를 통해 불입국하는 아프리카 난민들로 고초를 겪고 있다. 시칠리아 섬은 이런 난민들이 유럽 땅에 첫발을 디디는 관문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리비아 사태 이후 지중해를 건너 유입되는 난민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탈리아의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초 이탈리아 람페두사로 들어온 난민들 대부분은 마지막 정착지로 프랑스를 희망했다. 프랑스 정부는 체류증이 없는 난민들을 거부했고, 이탈리아 정부는 6개월 단기체류증을 발급해 프랑스 정부에 대응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는 무책임한 유럽국가들의 대응에 유럽연합도 이렇다 할 대안을 찾지 못한다. 대국들의 줄다리기에 결국 난민들의 생명만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불법 이민자 문제가 폭발하고 있는 와중에 이들의 문제를 직시한 영화 한편이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고 있다. 에마누엘레 크리알레세 감독의 <테라페르마>(Terraferma)는 시칠리아 어부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필사의 의지로 어선으로 기어오르는 난민들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바다에 그대로 방치할 것인지의 기로에서 이탈리아 사회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바다의 법대로 살아온 이들은 생명과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수천년 동안 바다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이들에게 난민을 구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말하는 이탈리아 정부는 과연 옳은 것인가?

<테라페르마>는 두개의 세상을 비춘다. 하나는 가난한 삶 속에 자신을 가두는 에고이즘적인 사람들의 세상, 그리고 다른 사람의 고통과 희망을 받아들이는 마음만은 부자인 사람들의 세상이다. <테라페르마>는 인간의 도덕성이 과연 고된 삶 앞에서도 굳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 영화다. 에마누엘레 크리알레세 감독은 <레스피로>(Respiro, 2003)로 칸영화제 감독주간 그랑프리를, <황금의 문>(The Golden Door, 2006)으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 발견상을 수상한 바 있다. <테라페르마>는 제68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고, 이번 부산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관객은 안다, 무엇이 옳은지,부도덕한지

에마누엘레 크리알레세 감독 인터뷰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나. =언론의 기사에서 영감을 받았다. 배 한척에 79명의 난민이 타고 있었다. 배는 3주 동안 이탈리아 항구 근처에서 표류하고 있었고 결국 배에 탄 76명이 죽었다. 살아남은 3명 중 여성 1명은 심한 정신착란 증세를 보였다. 나는 그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지옥을 건너온 사람의 얼굴이었고, 해협을 건너기 전의 삶과 구출된 이후의 자신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다. 결국 그녀의 도움으로 이 영화는 좀더 난민을 난민답게 그려낼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난민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나. =인간이 사는 데 최소한의 환경은 만들어줘야 하는 게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을 바다에서 죽도록 놔둔 이탈리아 정부의 처사는 무능력 그 이상이다. 항로를 잃은 배를 구하지 못한 국가는 항로를 잃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문제인가, 이탈리아인들의 문제인가. =많은 이탈리아인은 외국인을 두려워한다. 국가가 외국인의 오염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주길 원한다. 그러나 더욱 오염되어야 한다.

-난민법을 좀 과장한 것은 아닌가. =과장? 전혀! 어부들이 난민들을 바다에서 건져 어선에 태우고 육지로 데리고 왔다. 경찰은 이 어부들을 처벌했다. 바다에서 항로를 잃고 도움을 요청하는 난민들을 불법체류자를 도왔다는 이유로 처벌한 것이다. 우리는 사실을 근거로 영화화한 것뿐이다.

-영화 개봉 뒤 논란이 많다. =내 영화를 보는 관객의 적절한 나이는 8살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정치적인 영화도 사회를 비판하는 다큐도 아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해답을 줄 생각도 없다. 8살 정도의 관객은 적어도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부도덕한지를 판단할 줄 알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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