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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ng Soon! 2011 Winter Icebuster (2)
김도훈 강병진 2011-10-11

특이한 감독의 과감한 도전

<신들의 전쟁> Immortals 타셈 싱 | 헨리 카빌, 미키 루크, 스티븐 도프, 프리다 핀토 | 11월10일 타셈 싱은 희한한 감독이다. 그가 지난 10여년간 만든 두편의 영화 <더 셀>과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을 한번 생각해보자. 특히 타셈 싱은 20여년간 광고와 뮤직비디오 연출로 모은 전 재산을 털어 4년간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을 만들었다. 이런 건 (영화에) 미치지 않고서야 가능한 일이 아니다. <더 셀> 또한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 셀>은 제니퍼 로페즈의 경력에 불을 지핀 영화로 과소평가될 장르영화는 아니다. <더 셀>은 장르영화인 동시에 작가영화이고 상업영화인 동시에 아트하우스영화였다. 문제는 <신들의 전쟁>이다. <300> 제작진과 손잡은 이 영화는 그리스 신화를 토대로 한 액션판타지다. 과연 타셈 싱의 자유분방한 비전이 여기서도 발현될 수 있을까.

<신들의 전쟁>은 그리스의 테세우스 신화에 느슨하게 기반을 둔다.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누스를 상대로 벌인 10년간의 티타노마키 전쟁 이후, 거인족 왕인 히페리온(미키 루크)은 전쟁의 신 아레스(대니얼 셔먼)가 만든 ‘에피루스의 활’을 손에 넣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그리스로 향한다. 에피루스의 활이 히페리온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인류는 끝이다. 고대의 법에 따르면 신들은 히페리온과 인간들 사이의 전쟁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 그래서 제우스(루크 에반스)는 테세우스(헨리 카빌), 성직자 페드라(프리다 핀토)와 노예(스티븐 도프)에게 그리스를 보호하고 신들을 구원하라고 명한다.

중요한 건 <신들의 전쟁>이 다소 평면적인 ‘그리스 블록버스터’였던 <300>이나 <타이탄>과 얼마나 다르냐다. 타셈 싱은 “전통적인 그리스 신화 영화가 아니”라고 호언한다. “멕시코에서 촬영한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그러니까 원작에 얽매이지 않는) 영화를 생각하며 촬영에 들어갔다. 만약 그리스 시대를 곧이곧대로 그린다면 <300>과 똑같은 영화가 나왔을 거다. 나는 모험보다 판타지적인 요소를 첨가하고 싶었다.” 주연을 맡은 (그리고 새로운 ‘슈퍼맨’으로 캐스팅된 덕에 곧 할리우드의 스타 자리에 오를) 헨리 카빌 역시 “타셈의 비전이 나를 참여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나무 조각을 가져와서 그걸로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참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제작비를 투여한 블록버스터에 과연 골때리는 비주얼리스트 타셈 싱의 비전이 제대로 들어갔겠냐고? 의심 많은 사람들이라면 타셈 싱의 말을 들어보시라. “만약 아주 개인적인 영화라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블록버스터를 만들 땐 내 커피에 그들(제작자와 투자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우유를 부어도 괜찮다. <신들의 전쟁>에는 아주 약간의 우유만 들어 있다.” 이 정도면 믿을 만하지 않은가.

강력한 프랜차이즈, 가능할까?

<셜록 홈스: 그림자 게임> Sherlock Holmes: A Game of Shadows 가이 리치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드 로 | 12월22일 셜록 홈스를 액션 히어로로 만드는 게 가능할까? 코난 도일이 창조한 삐딱한 명탐정의 오랜 팬들은 가이 리치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셜록 홈스를 만드는 걸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뭐 어떤가.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는 좋은 홈스 영화는 아니었을지언정 재기 넘치는 블록버스터였고, 어째 좀 구식으로 보이던 기념비적 명탐정을 근사하게 업데이트하는 데도 성공했다.

두 번째 홈스의 모험은 코난 도일의 역작 <마지막 사건>을 느슨하게 각색한 영화다. 그렇다면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벌어지는 모리아티 교수와 홈스의 목숨을 건 결투를 볼 수 있냐고? 말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느슨하게’ 각색한 영화다. 어느 날 오스트리아 왕자가 죽은 채 발견된다. 모두 자살로 몰아가지만 셜록 홈스는 이것이 타살임을 확신하고, 또한 여기에는 홈스의 평생 숙적이 될 모리아티 교수(자레드 해리스)가 얽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홈스와 왓슨은 집시 점술가 심(노미 파라스)의 도움으로 살인사건에 얽힌 정보들을 추적해간다. 알고보니 모리아티는 1차대전을 일으켜 신무기를 팔아먹으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고, 홈스는 이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거쳐 마지막 결투를 위해 스위스로 향한다.

원래 <셜록 홈스: 그림자 게임>은 2011년 겨울보다 훨씬 늦게 당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카우보이 & 에이리언>에서 하차하고 가이 리치도 코믹스 원작 SF영화 <로보>(Lobo)의 연출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홈스의 모험은 생각보다 빠르게 관객을 만나게 됐다. 문제는 이것이 동어반복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전편은 끝없는 잔재미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찔한 한방이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 전편의 가장 큰 잔재미였던 홈스와 왓슨 콤비의 만담가적 자질만으로 두 번째 영화를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도 속편은 협소한 영국에만 머물렀던 홈스와 왓슨의 모험을 유럽 대륙으로 확장했고, 현장을 탐방한 해외 언론에 따르면 ‘엄청난 액션’이 이어진다는 소문도 있다.

가이 리치는 <셜록 홈스: 그림자 게임>이 “전편을 보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는 독립된 속편”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전편을 보지 않은 관객도 21세기적 홈스와 왓슨의 모험에 가담해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결국에는 코난 도일의 팬들이 원하는 뚱뚱한 왓슨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주드 로의 말을 들어보시라. 어쩌면 <셜록 홈스: 그림자 게임>은 <해리 포터> 이후 가장 강력한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향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지도 모른다.

러시아풍 SF 스릴러

<다크 아워> The Darkest Hour 크리스 고락 | 에밀 허시, 레이첼 테일러, 올리비아 설비 | 2012년 1월20일 개봉예정 비영어권 감독 중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람은? 정답은 아마도 두개다. 하나는 기예르모 델 토로, 다른 하나는 러시아에서 온 티무어 베크맘베토프다. <나이트 워치> 트릴로지로 전세계를 휩쓴 뒤 <원티드>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베크맘베토프는 SF 장르의 관습을 러시아적이라 할 만한 파괴의 스펙터클과 버무리는 데 장기가 있는 남자다. 그가 제작하고 제11회 부천영화제 상영작 <어느날 갑자기>(Right at Your Door)로 데뷔한 크리스 고락이 연출한 <다크 아워>도 딱 베크맘베토프스러운 이야기다. 전세계에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고 기계들이 오작동을 시작한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외계인들의 침공이 시작된 것이다. 그 시각 모스크바를 여행 중이던 네명의 미국 젊은이들은 겨우 살아남은 뒤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외계인의 침공에 대항하기 시작한다.

<다크 아워>의 정확한 이야기는 여전히 비밀에 싸여 있다. 베크맘베토프의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중요한 비밀을 추측해보자면 에일리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 형태를 띠고 있다. 캐릭터들은 어둠 속에 있을 때만 안전하다(이건 보통의 호러스릴러와는 완벽하게 상반되는 설정이다).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한 이유는 KGB의 후예들 아니랄까봐 여전히 비밀이다. 티무어 베크맘베토프는 “아주 훌륭한 액션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한다. “우리는 영화에서 모스크바 전체를 파괴할 거다.” 게다가 <다크 아워>는 애초부터 3D로 설계된 영화다. 만약 당신이 붉은 광장과 성바실리 성당이 3D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블록버스터 팬이라면 <다크 아워>는 올겨울의 <트랜스포머>가 될 것이다.

폭력의 오케스트라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데이비드 핀처 | 대니얼 크레이그, 루니 마라, 크리스토퍼 플러머 | 2012년 1월 개봉예정 스티그 라르손의 잔혹한 세계가 할리우드의 무딘 칼로 재단될 거란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핀처가 소니의 중역들과 가진 회의에서 자주 예로 들었던 책은 <엑소시스트>와 <양들의 침묵>이었다. “대중적으로는 호감을 살 만한 책은 아닐 수 있지만, 내가 이 영화를 설명하면서 예로 들 수 있는 건, 이 책들뿐이었다.” 연쇄살인범과 나치즘, 정보를 훔치는 해커들과 거대 세력의 범죄를 그리고 있는 원작의 어둡고 날선 기운을 핀처 역시 흠모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영화의 주인공은 한때 <밀레니엄>이란 폭로 전문 잡지의 기자였던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대니얼 크레이그)다. 그는 스웨덴 재벌기업의 총수 방예르(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자서전을 쓰는 과정에서 방예르 가문의 어두운 실체에 다가간다. 온몸을 문신과 피어싱으로 휘감은 해커 소녀 리스베트(루니 마라)가 그와 한팀을 이룬다. 이들이 파헤치는 방예르 가문의 비밀에는 알면 알수록 끔찍한 진실들이 한데 엮여 있다. 데이비드 핀처는 “원작이 그리고 있는 범죄세계뿐만 아니라 문명화된 사회의 표면 아래에 감춰진 위험성이 격렬하게 폭발하는 풍경 또한 매력이었다”고 말했다. 핀처는 이미 <쎄븐>과 <조디악> 등으로 미국사회의 어두운 추억들을 그린 바 있지만, 어쩌면 이보다 더 시기적절한 때도 없을 것이다. 파시스트와 다를 바 없는 폭력이 세상 곳곳에서 판치고, 위키리크스가 그러한 폭력의 이면을 파헤치는 시대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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