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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소녀가 그려 준 희망
주성철 김도훈 김용언 2011-05-26

<고쿠리코 언덕에서>(가제) コクリコ坂から

감독 미야자키 고로 / 9월 초 개봉예정 / 수입 (주)대원미디어 도대체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는 누가 이을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면>의 곤도 요시후미를 지목했다. 슬프게도 곤도 요시후미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다음 타자는 이후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썸머워즈>를 만든 호소다 마모루였다. 그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감독하던 중 (소문에 따르면) 지브리의 권력 다툼에 밀려 감독직을 넘기고 나가버렸다. 마지막 주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다. 그렇다. 지브리 역사에 길이 남을 치욕적인 영화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이하 <게드전기>)의 감독 말이다.

지브리의 신작 <고쿠리코 언덕에서>의 감독은 미야자키 고로다. <게드전기>를 떠올리며 벌써부터 한숨지을 필요는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강력하게 감독직을 맡고 싶어 하는 아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미 데뷔작을 내놓은 어엿한 감독이니 무엇을 하든 자신의 책임이다.” 기획과 각본을 맡은 아버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엄격한 손길이 아들의 두 번째 영화를 유려하게 어루만져 퇴고할 것 또한 틀림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굳이 변명을 대신 해보자면 <게드전기>는 애초부터 어슐러 K. 르귄의 원작에 통째로 집어삼켜진 뒤 내뱉어질 운명이었다. 누가 르귄의 원작을 제대로 영화화할 수 있었겠는가.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이었던 셈이다. <고쿠리코 언덕에서>는 <게드전기>처럼 거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1980년부터 고단샤가 발행한 만화잡지 <나카요시>에 연재된 다카하시 지즈루와 사야마 데쓰로의 동명 원작은 도쿄올림픽이 열리기 직전 1963년의 요코하마가 배경인 소녀만화다. 평범한 여고생이 학창 시절을 통과하며 겪는 청춘의 로맨스와 60년대 일본의 시대적인 움직임을 지브리 스타일로 매만진 결과물을 한번 상상해보라. 어쩌면 우리는 <귀를 기울이면> 이후 가장 서정적인 지브리 영화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먼저 공개된 티저 포스터(사진)의 그림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그렸다. 포스터에 아주 작게 적혀 있는 카피의 의미는 “위를 보면서 걷자”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말한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대다. ‘위를 보면서 걷자’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미야자키 하야오는 대지진과 원전으로 고통받는 일본인들에게 60년대의 희망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좋았던 옛시절로 돌아가 일본과 지브리의 미래를 보여줄 <고쿠리코 언덕에서>는 7월17일 일본에서 먼저 개봉한 뒤 9월 초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up 지브리의 신작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down 만약 미야자키 고로가 <게드전기>로부터 깨달은 게 별로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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