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은 폭발하는 아드레날린의 향연이다. 강력한 비트의 음악과 질주 본능을 자극하는 엔진음, 레이싱 애니메이션에서 빠질 수 없는 로맨스까지. <레드라인>은 레이싱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특히 <레드라인>은 CG애니메이션 시대에 수작업 방식의 셀애니메이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미학을 당당하게 관객에게 던져준다. <레드라인>으로 데뷔한 고이케 다케시 감독은 국내 애니메이션 팬에게는 <애니매트릭스: 월드 레코드>로 독특한 스타일을 알린 바 있다(재미있게도 <애니매트릭스: 월드 레코드>의 주인공 역시 스피드에 목숨을 거는 단거리 육상 선수였다). 고이케 다케시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매드하우스 시절에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5월 초 징검다리 휴일이 이어지는 일본의 골든위크 휴가로 인해 고이케 다케시 감독의 서면 인터뷰는 일주일 늦게 도착했다.
-레이싱 애니메이션을 연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부터 카 레이싱을 좋아해서,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이나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F1)을 자주 봤다. 세계 최고의 대회에 선발된 뛰어난 레이서들을 보면서 레이스에 대한 영감을 얻었고, 새로운 레이스를 고안해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작품을 연출해보고 싶었다.
-미래의 레이싱이라는 설정은 이시이 가즈히토 감독(<녹차의 맛>(2003), <킬 빌2>(2004) 애니메이션 파트 연출)의 원안에 있었던 것인가. 미래의 레이싱을 설정했을 때 어떤 점이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미래의 레이싱이라는 설정은 원래 이시이 가즈히토의 시나리오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유로운 구상을 할 수 있었고, 다채로운 캐릭터로 어필하는 것이 가능했다.
-레이스 장면에서 JP(기무라 다쿠야)가 부스터를 사용할 때 스피드를 표현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비현실적으로 팔이 늘어난다. =그 신은 <레드라인>을 상징하는 신의 하나로, 중력이나 스피드의 벽을 단번에 깨버리는 장면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표현이라고 생각해 특별히 공을 들였다. 이러한 신과 보통의 신 사이의 신축성에 중점을 두면서 작품 전체의 시각적인 개성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레이싱 애니메이션에서는 메커닉 디자인이 중요하다. 어떤 컨셉을 기본으로 잡았나. =배틀 레이스이기 때문에 무기 탑재가 가능한 컨셉으로 시작했다. 다만 주인공 JP의 머신은 공격 무기가 없는 1960년대풍의 파워카로 디자인했다.
-목소리 출연진이 화려하다. 기무라 다쿠야, 아오이 유우, 아사노 다다노부는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나. =목소리 출연진은 원작자, 프로듀서와 함께 <레드라인>의 진짜 주인공이다. 더빙을 할 때 관객이 원하는 매력적인 분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캐스팅을 진행하게 됐다. 무척 바쁜 분들인데 기꺼이 출연해주었다. 매우 놀랐고 감사했다.
-차에 관련된 스피드는 남성들의 판타지다. 이런 식의 판타지가 어린 시절부터 있었는지 알고 싶다. =카 레이싱과는 다르지만 학창 시절 육상이나 자전거 레이스에서 경험했던 느낌들이 좋았다. 바람을 가르고 달려나가는 쾌감이 체력의 한계와 맞닿아 몸 전체에서 느껴지는 기분이 환상적이고 매력적이었다.
-3D 시대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특히 3D와는 거리가 먼 전통적인 셀애니메이션의 강국이다. 3D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3D에 대해서는 고민 자체보다 흥미가 있다. 기회가 되면 그런 새로운 시각효과에 도전해보고 싶다.
-<애니매트릭스: 월드 레코드>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감수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평가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300> <씬시티> 등을 그린 프랭크 밀러의 코믹스를 좋아한다. 그림자를 블랙으로 통일해 작품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애니매트릭스: 월드 레코드>의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매우 기쁜 일이다.
-매드하우스의 전통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 스튜디오 내에서는 <무사 쥬베이>(1993)를 만든 가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의 애니메이터로 오랫동안 일했다. =가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에게는 내가 감독이 되기 전까지 영상, 원화, 작화감독 등 모든 것을 배웠다. 매드하우스의 전통이 나에게 미친 영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작품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지금처럼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할 생각인가. =다음 작품은 캐릭터 디자인, 메커닉 디자인, 작화 감독으로서 새로운 분위기의 작품에 도전하고 있다. 기대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