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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이번엔 이탈리아 영화계의 공적으로
김용언 2011-01-25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 등, 베를루스코니 총리 맹비난

마르코 벨로키오의 <승리>.

한국도 그렇지만 이탈리아 국민도 참 피곤하겠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지저분한 구설수를 단 하루라도 접하지 않는 날이 없을 테니. 최근 17살 밸리댄서와의 성매매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난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분노가 이번엔 이탈리아 영화계에서 터져나왔다. <굿모닝, 나잇> <승리> 등으로 2000년대 이탈리아 영화계를 풍요롭게 만든 70대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가 베를루스코니의 검열제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국가에서 검열은 ‘가위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아예 돈줄을 끊는 방식으로 자행된다. 이탈리아 영화계도 예외는 아니다. 베를루스코니는 3대 민영방송사가 포함된 미디어 그룹 ‘미디어셋’과 거대 영화제작사 메두사의 소유주이며, 국영방송 RAI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정부를 비판하는 영화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마르코 벨로키오는 신작 <나의 이탈리아>가 엎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아무도, 정말이지 아무도 나의 신작에 돈을 대려 하지 않는다.”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벨로키오는 <나의 이탈리아>가 명백하게 베를루스코니에 관한 풍자가 될 것임을 밝혔다. “사르디니아 혹은 시칠리아쪽 외딴섬의 호화로운 빌라에서 흥청망청 열리는 파티장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진다.”(베를루스코니의 난잡한 파티장이 그의 사르디니아 빌라라는 사실은 유명하다.)

벨로키오뿐 아니라 또 다른 노장 감독 푸피 아바티, 유명 시나리오작가 알레산드로 벤치벤니, <드라퀼라>로 이탈리아 영화계를 들끓게 한 감독 사비나 구잔티 모두 이탈리아 영화계의 현주소를 소리 높여 근심하는 것도 당연하다. 마지막 남은 기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미성년자 성매매 스캔들의 추후 향방이 이탈리아 영화계의 숨통을 트이게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키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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