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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화적인 온화한 판타지 영화 <나니아 연대기 : 새벽출정호의 항해 >
김도훈 2010-12-08

<해리 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3부작이 판타지 장르를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올린 지도 어언 10여년이 됐다. 수많은 판타지 블록버스터가 두 시리즈의 영광을 뒤쫓았지만 항상 결과가 좋았던 건 아니다. 뉴라인시네마의 막대한 물량 지원에도 불구하고 차기작을 만들 수 없을 만큼 흥행에 실패한 <황금나침반>을 한번 생각해보라. 그러니 C. S. 루이스의 은총을 잠시 잊어버리더라도 <나니아 연대기>와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가 거둔 성공적인 흥행성적은 생각보다 값진 데가 있다.

<나니아 연대기>가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함께 현대적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3강 중 하나로 단단히 자리를 잡은 이유는 이게 좀더 가족 친화적인 소박한 판타지였기 때문일 거다. 어린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해머 영화처럼 보일 만큼) 어둡고 음험한 <해리 포터> 시리즈, 성인을 위한 신화라고 할 수 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달리 <슈렉>의 앤드루 애덤슨이 연출한 두편의 <나니아 연대기>는 10살 남짓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온화한 판타지 가족영화였다. 그러니까, 이건 결국 꼬맹이들이 꿈속 나라의 왕과 여왕이 되는 아이들의 소원 성취 판타지였다는 이야기다.

7부작의 원작 중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책을 각색한 <나니아 연대기: 새벽출정호의 항해>는 <반지의 제왕>의 아동판이라 할 만큼 거대한 전장의 스펙터클에 집중하던 전편들과 조금 기운이 다르다. 오히려 이 영화는 <캐리비안의 해적>과 RPG 게임을 연상시키는 일종의 해양 판타지라고 할 법하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영국. 페번시가의 막내들인 에드먼드(스캔다 케인스)와 루시(조지 헨리)는 까탈스럽고 불평 많은 사촌 유스터스(<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의 윌 폴터)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루시의 방에 걸려 있는 바다 그림 속에서 갑자기 바닷물이 쏟아져나오며 세 아이는 나니아의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그들이 망망대해에서 만난 것은 새벽 출정호를 타고 실종된 일곱명의 영주를 찾아 헤매던 캐스피언 왕자(벤 반스) 일행이다. 이들은 첫 번째 항해지인 론 제도의 영주 베른에게, 아슬란에게서 받은 일곱개의 마법검을 소유한 일곱명의 영주가 사라지면서 언제부터인가 바다에서 녹색 안개가 나타나 배와 사람들을 집어삼켜왔다는 사실을 전해듣는다.

일단 영화의 감독이 마이클 앱티드라는 걸 알고 있는 편이 좋다. <나니아 연대기>로 실사 감독으로 데뷔한 앤드루 애덤슨이 어느 정도는 시리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수행했다면 <007 언리미티드> <이너프> <이니그마> 등 장르를 오가는 앱티드는 고용감독에 가깝다. 그래서 <나니아 연대기: 새벽출정호의 항해>는 아기자기한 해양 모험물의 요소를 끝없이 짊어지고 있으면서도 시리즈의 대단원이 욕심낼 법한 극적인 야심은 좀처럼 부리지 않는다. 물론 시리즈의 팬들이 <반지의 제왕>식 최종장을 원하는 건 아니었을 테니 이게 꼭 약점은 아닐 수도 있다. 성인 장르팬들이라면 <신밧드의 대모험> 스타일로 거대한 바다뱀과 대결을 벌이는 클라이맥스의 액션 시퀀스에서 이 순진한 아동 판타지의 매력을 조금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들의 힘이 조금 떨어지는 건 지적하고 넘어갈 만하다. 전편의 매력적인 주인공 피터(윌리엄 모슬리)와 수잔(안나 포플웰)이 18살 성인이 됐다는 이유로 나니아의 세계에서 빠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신 여정에 참가한 악동 유스터스와 생쥐 리피칩은 윌 폴터와 사이먼 페그의 당찬 연기에도 불구하고 하얀 마녀(틸다 스윈튼)와 톰누스(제임스 맥어보이)를 여전히 그리워하게 만든다. 3D 효과가 생각만큼 좋은 편이 아니라는 걸 명심하자. 판타지영화 특유의 아기자기한 공간감을 잘 감상하고 싶다면, 더 밝은데다가 화면의 사이즈를 시각적으로 축소시키지 않는 2D 상영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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